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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낚시하기

시카고가 궁금해 (2) 붕어야 놀자

'시카고에서 OO 하기' 그 두 번째는 두두두두둥, 바로 낚시!


한국에서도 반 미친놈처럼, 날씨만 풀리면 낚싯대 주섬주섬 챙겨 강으로 저수지 유료든 노지든 찾아 헤매던 팔자라 미쿡에서도 예외는 없다. 다만, 한국과는 다른 이질적인 낚시 요건들을 듣고 온 건 많아서... 살짝 두려움.

미국 낚시 이렇다더라, 듣고 온 거 몇 가지.


1. 면허가 꼭 있어야 한다.(웅?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2. 막 잡거나 먹으면 안 된다.(엄격한 제한...)

3. 대부분 바다낚시다.

4. 넣으면 나온다.


뭐 이 정도?

쫌 시간이 지나고 좀 익숙해졌다 싶으니, 바로 낚시가 땡기더라. 월마트에서 낚시 면허 사야 한다. 얼마얼마 하더라... 이런 얘기 혹시 낚시 얘기 나오면 물어물어 투박하게 알고 있던 사실들. 급기야, 아는 형님 아버님이 나 낚시 좋아한다는 소리 들으시고 "가자" 날 잡아버리시는 바람에, 발등에 떨어진 불.


내일 가야 하니 오늘 월마트를 들렀다. 낚시면허 이제 아무데서나 안 판다. 월마트와 K마트 정도?(낚시하는 곳 가서 알았는데, 거기 낚시터 가게에서도 낚시면허 안 판다. 팔만한데, 그게 법이란다. 거기 아저씨도 근처 월마트나 K마트를 권하셨단다)


일단 월마트 가면 이런 곳이 있다. 매장 안쪽 낚시용품, 스포츠용품 파는 곳이다.


한 가지 알아둘 건 헛걸음 몇 번은 감수하라는 거. 여기 정작 담당자가 없다. 이게 월마트 직원 아무나 못 팔 게 돼있는 건지, "이 사람 어디?" 불라불라 직원 물어보면 담당자 전화해본다. 그가 없으면, 못 산다.(그래서 낚시할 맘 있음 미리미리 준비. 월마트 등에 갈 때 운 좋게 담당자 있으면, 그때 사두는 게 좋다)


낚시 가기로 한 전날에 동네 월마트에서 면허를 구입할 수 있었다. 짠. 이 과정도 눈물겹다.


갔는데, 역시 사람이 없다. 지나가는 백인 직원 붙잡고 안 되는 영어로, "피싱 라이선스, ㅇㅋ?". 눈치 빠른 백인 아저씨, 자기가 할 수 있다는 듯 컴 앞에서 이것저것 두드려본다. 내 신분증 운전면허든, 여권이든, 학생증이든 뭐든 하나는 갖고 가야 한다. 난 당연히 운전면허증 제시. 이것저것 두드려본다. 입력한다... 이렇게 낚시 면허라는 거 함 사보는구나 므흣한 그때, 이 백인... "유어 소셜 시큐릿 넘버?" 이런. 뎀! 쉿!!! 미쿡, 관용의 나라 아니다. 소셜 번호 없음 아무것도 못한다. 불이익 많다. 덕분에 좌절한 거 한두 번 아니다. 운전면허증 줬쟎아, 그거로도 안됨? 물론 말 못 하니 제스처로 강하게 어필. 아저씨, 직접 모니터를 보여주신다. 커서 점멸하는 그 부분에 떡하니 Social Number... 어서 때려 처넣어야 다음 단계 넘어간다 숨 가쁘게 시위 중.... 아...

두둥... 그때 지나가시던 흑인 할아버지. 백인 아저씨 흑인 할아버지한테 뭐라뭐라 한다. 뭐, 여기 잘 생긴 동양 친구가 왔는데 그래서 낚시 면허해주고 싶은데, 소셜이 없대... 어떻게 이 잘생긴 동양 친구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아마 그런 내용이었던 듯. 음.

오케이. 그렇담 내가 잘 생긴 동양 친구 도와주지... 흑인 할아버지 멤버 교체. 백인 아저씨, "나 할 거 다 했다" 흑인 할아버지 가리키며 퇴장. 그에게 땡큐 함 점잖게 날려주시고.


끙끙끙... 몸 맘 달아 있는 나를 감안한 듯 흑인 할아버지 열심히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 두드리신다. 이래저래 씨름하시며 다음다음다음 넘어가신다. 묻는 대로 고분고분 답해드리고. 되는가 보다 했는데, 다시 멈춤. 역쒸 그놈의 쏘쎨... 흑인 할아버지 별 수 없으시다. 없는 거 어쩌나. 하는 그 순간. 흑인 할아버지 재치가 빛났다. 뭔가 그 껌벅이는 영역에 과감하게 숫자 입력. 설마... 했는데 헐 다음 단계. 무려 패스!!!(기실, 그게 임의로 넣은 숫자인지, 아님 흑인 할아버지 본인 건지(설마...) 확인 못했다. 통과됐다는 것에 감격해 다른 건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쿠쿵.)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 맘 급해 카드를 결제기에 대려고 하니, 사람 좋은 흑인 할아버지 점잖게 알아듣는 영어를 하신다. "웨잇". 아무렴.


이렇게 해서 손에 넣은 생애 첫 미쿡 낚시 면허.



15불이다.(주마다 다르다. 어딘 50불 한다더라...) 인근 저수지나 강에서 가능하고 미시간이나 바다 등 더 넓고 먼 곳으로 가려하면 10불 언더 또 요금 더 내야 한다. 미시간 아니라니 난 이걸로 됐다.(눈깔 색, 키나 몸무게 이런 거 다 흑인 할아버지가 임의로 적어 넣은 거다. 참고로 듀레이션, 낚시 면허 기간은 1년이다. 근데 이게 산 날부터 1년이 아니라, 위 적혀있는 것처럼 2017년 3월까지 시한이 정해져 있다. 가령 3월 1일 사면 고작 한 달밖에 사용 못하는 거다. 반대로 4월 1일 사면 1년 꽉 채울 수 있는 거. 꿀팁이다)


여기서 잠깐. 낚시 면허 구입도 그랬지만 난 미쿡 관련 유독 흑인 할아버지와 인연이 깊다. 궁즉통. 어려운 상황에서 그분들 도움이 늘 컸기 때문. 예전 2000년도인가 LA 도착했는데 이전과 다르게 삼엄한 통관절차. 911 테러 직후라 분위기 살벌했다. 바로 통과 못하고 이민국 심사까지 받아야 했을 때 공항 한편 몇 시간이고 무작정 대기. 이윽고 느릿느릿 흑인 할아버지 날 부르시더라. 그가 돌아가라 하면 바로 귀국해야 하는 상황. 한번 더 궁즉통. 급하니 안 되는 영어 되더라. 불라불라 쏼라쏼라... 묵묵히 듣고 있던 할아버지, 통관은 되겠구나 싶었는데 무려 최대 체류기간(당시 6개월)을 인심 좋게 찍어주더라. 감사했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OO 하기' 1편인 운전면허 따기에서도 얘기한 그 할아버지. 못 알아들으면 직접 손짓 발짓 가르쳐 주시면서 운전면허 따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이번 낚시 면허까지. 땡썰랏, 흑인 할아버지들.


그리고 미쿡에서 첫 낚시. 아래 간단 조행 화보.

여기 와서 안 건데, 미쿡에서는 민물낚시라도 대낚 거의 안 쓴다.(어느 글 보니 90% 이상이 릴낚시란다). 한국에서 '릴낚 무시' 일색인 대낚 찬가 1인이었던 관계로 릴에 대해서는 전무. 근데 아버님 채비 모두 릴. 당연히. 당일 투척하는 법만 배워 어찌어찌 꼬기 3마리 잡긴 했는데 낯설어 쉽지 않더라. 낚시 묘미는 역시 대낚, 이런 생각만 더 하게 되고.

(집에 와 공부 좀 했는데, 루어낚시 아닌 원투낚시가 그날 내가 한 낚시법이라는 것도 첨 알았다. 낚싯대 장만하러 아마존 등 다 뒤졌는데, 직접 K마트에서 릴낚까지 카트에 실었다 도로 풀었다. 루어낚싯대. 접이식 원투 낚싯대는 오프라인 매장에 없더라. 아마존 장바구니 담아놓긴 했는데... 이런 낚시채비 장만해가면서 해야 하는지 아직은... 그냥 아버님 가실 때 빌려하지 뭐 이런 생각? 찌맛도 손맛도 없으니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


이건 구더기. 여기선 'waxworms'. McHenry Dam 가는 길 주유소에서 판다. 낚시터 현장에서는 3불 넘는다는 게 아버님 알려주신 팁. 이걸로 작은 고기(블루길 등) 잡아, 그 살덩어리로 큰 고기(메기 등)를 잡는 거란다.(미쿡에서 웃기는 거 또 하나. 한국은 붕어와 잉어를 잡기 위해 안달인데, 여기선 흉어라고 해서 한국 블루길 취급한단다. 잡으면 놔주기는커녕 죽인다고. 갸우뚱. 달라요, 달라 많이... 하긴 여긴 블루길이 '토종'인 셈.)

도착한 곳. 여기 McHenry Dam(914 S River Rd, McHenry, IL 60051).

이건 아이폰 파노라마 샷.

도착하자마자 옆 아저씨 이 놈 잡아내시더라. 메기. 영어로 catfish.(왜 캣피시지?). 아저씨, 한국 분이시더라. 역쒸~.^^;; 이 아저씨, 이곳 낚시에서는 새우를 권하시고 홀연히 퇴장...

이건 동영상.

미쿡 와 첫 낚은 꼬기. 배스 일종이라는데... largemouthbass? 입도 별로 안 큰데 왜 이름이... 우리말로는 '민물조기'란다. 구워 먹으면 살 뭉텅한 게 굴비 맛난다고. 안 먹어봤다. 먹어볼 기회, 있겠지. ㅎ(잡아서 먹을 고기 안 먹을 고기는 한국처럼 잡은 곳에 따라 다르다고. 여기 맥헨리 댐 고기는 먹어도 된단다. 뒤쪽 나무 그늘 속 쉼터처럼 조성돼 있어 가족단위 먹고 쉬기도 한다. 미쿡, 그런 휴양시설 하나는 제대로 꾸며놓는 듯.)

한 폭의 그림. 아버님 모습이다.^^


이상. 끝.


다녀온 날: 2016. 5. 28.(흙) 09:00~14:00

다녀온 곳: McHenry Dam(914 S River Rd, McHenry, IL 60051)

누구랑: 아는 형 아버님, 어머님

미끼: 이름 모를 작은 생선 살코기, 지렁이, 새우

조과: largemouthbass 3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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