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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Feb 23. 2023

일상의 낯섦

<단지 유령일 뿐>를 읽고

 살아가면서 특별하다고 기억되는 장면이나 사건은 1% 정도밖에 안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이라고 불리는 행위를 하며 살아가요. 매일매일 같을 수 없는데 어떤 한 단어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납작하게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꼈어요. 책에서는 여행을 통해 낯선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잖아요. 저에게는 왠지 일상을 그렇게 낯설게 볼 수 있는 것을 포착해 보라는 이야기로 들리더라고요.


 가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눈에 보이는 것도 제대로 못 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나 아름다움과 같은 감정이나 인과관계가 일상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거든요.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삶의 전환점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아마도 책이었던 것 같아요. 물리적인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깨달음이 있을 수 있는데 전 어렸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해서 책을 통해 여행을 다녔거든요. 가장 쉽게 지금 살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는 방법이었어요.


 이번 책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해 보는 것을 누가 제안해서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제 스타일의 책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여행을 전제로 일어나는 일인데 저는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하고 누군가와 같이 간다면 맞추어주는 것에 대해 조금 피곤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2주 동안 혼자 여행했던 '핀란드-아이슬란드-스웨덴'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여서 그랬는지 꽤나 많은 일이 일어났고 즐거웠고 슬펐고 아름다웠어요.


1. 루스,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선택을 하고 다시 작은 것을 통해 웃음을 찾는 것이 인상적이라

2. 차갑고도 푸른, 아이슬란드가 등장하기 때문에

3. 단지 유령일 뿐, 신혼여행이 생각나서

4. 아쿠아 알타, 부모님 생각이 나서

5. 어디로 가는 길인가, 아래 문장에 동의가 되어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 야코프. 언젠가 아니면 지금 바로 다른 사람에게 다음번 이야기를,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는 생각을 그만둘 수가 없어." p.236

뚜쟁이 / 아리 오스카르손을 향한 사랑,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어서..?


 이성적으로는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지만 돈을 함부로 쓰지 못하고 물욕이 없다기보다 효율적이지 않은 물건이 집에 있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합니다. 나름 애써 노력해서 돈을 버는데 내가 좋아하는 곳에 써야 하잖아요. 그중에 하나가 여행이었습니다. 흥청망청 쓰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 중에 쓰는 비용으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의미로 아끼지 않고 쓰거든요. 평소 나의 모습에서 조금 달라진다고 느껴서 '루스' 단편이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아이슬란드 자연 속에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해방감과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자연의 웅장함이 한꺼번에 나에게 들어왔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차갑고도 푸른'에 나오는 아이슬란드 배경이 자꾸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도 눈에 파묻혀서 긴급구조전화를 해야 했거든요. 로맨틱한 일은 전혀 없었지만 눈과 관련된 기억이 있어요.


일상에서 낯섦을 경험


 부동산 일을 하기 때문에 일상이 아닐 수 있는데 서울에서도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해요. 내가 알고 있는 동네를 조금이라도 벗어나서 돌아다녀보면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꽤나 많이 보이거든요. 집과 사람을 본다고 마음먹고 다니다 보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그전에는 안 보였다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브이로그처럼 촬영을 하게 되면 오디오가 비지 않도록 뭔가 얘기하는데 그것이 때로는 새로운 시각이 될 수 있었어요.'차갑고도 푸른'에서 아이슬란드에 살면서 관광객들처럼 감동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비행기를 타고 다른 나라를 가야만 하는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여행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남들이 나를 보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볼 수 없기도 하죠. 스스로에게 감동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슬프다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자신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깨달음을 주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관광객들이 보는 것처럼 이 섬을 볼 수 없다. 감동할 수가 없다. p.80


(모임은 더 흥미로웠는데 글로 옮기기 힘든 감정이어서 독후감으로 마무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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