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수업 후기
삼국유사 읽어보셨나요? 저는 사실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워낙 신화가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황당한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사를 가르치게 되면서 신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는 것이 참 웃기네요. 어렸을 때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는데 그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신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면 가르치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거든요.
삼국유사가 담고 있는 신화를 살펴보면 건국신화에서 시종일관 등장하는 건국자의 특별함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당시 불교를 정치적으로 선택하면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왔던 신화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화들이 삼국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겠죠. 지금과 비교해 보면 얼마 전에 '정희진의 공부' 팟빵에서 들었던 나이라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성별, 국가, 자본주의, 화폐 등 많은 것들이 신화죠. 지배층이 권력을 장악하고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을 우리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서 신화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갑니다.
어느덧 한국사가 조선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외세에 노출되어 침략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외교와 중국,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개인적인 과제가 생겼습니다. 아직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왜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았거든요. 1485년부터의 일본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전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예전 신화부터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해서도 역사를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지만 고려시대 즈음부터는 알겠지만 중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할 수 없어요. 그 와중에 중국의 신화를 어렴풋이 <모옌의 중단편선>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이해도 힘들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보고 싶은 모습대로 보는 것 아닌가 싶어요. 개인의 삶에 들어가 보더라도 스스로에 대해 알기 위해 MBTI가 이제야 유행하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만 간략하게 자신을 파악하려는 시도나 어쩌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진짜 자신이라고 착각하는 것 자체가 아직은 문제죠.
반대로 일본은 스스로에게 너무 침잠해 들어가서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 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은 단점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어떤지 저는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에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우선 중국신화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조선시대를 준비하며 그리고 한국사를 준비해며 읽은 책들
병자호란 1,2 / 한명기
시민의 한국사 1,2 / 연구자 70명
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권오영
1780, 열하로 간 정조의 사신들 / 구범진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박훈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강원택
거꾸로 읽는 세계사 / 유시민
반전의 한국사 / 안정준
꼬리에 꼬리를 무는 토지 제도 이야기 / 김정진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2 / 최태성
같은 일본 다른 일본 / 김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