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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y 22. 2023

잘못된 아이디어, 임차인 E 등장

부동산 드라마 (5)

 첫 독립에 신난 E는 부동산 사무실 문을 힘차게 열어젖힌다. 당연히 잘 나가는 직장인답게 미리 부동산 매물을 찾아서 집을 보러 갈 약속을 하고 왔다. D는 저번에 집을 내놨던 B의 집을 보여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 B는 집을 팔아달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살 사람이 없다 보니 우선 전세라도 맞춰볼까 싶어 손님에게 구경만 시켜줄 생각이었다. 이 집 말고도 오늘 보여줄 2개 집이 더 있었다.


 E는 이번에 들어가게 된 회사에서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전세자금대출이 안 나오니 회사에서 1억까지 연 2%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해서 더 신난 게 사실이다. 아직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부모님이 1억까지 빌려주신다고 해서 2억까지 전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만약 회사에서 1억을 싸게 안 빌려줬더라면 매달 월세로 50만 원 이상 나갈 뻔했다.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월급이 많지도 않은데 월세로 50만 원을 내고 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이 남아나질 않는다.


 D가 보여준 집 중에 B의 집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가장 비쌌지만 주인이 살아서 그런지 집이 깔끔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 좋았다. D는 난감했다. 이건 그냥 비싸게 전세 2억으로 얘기하고 전세가 조금 싼 집을 보여주고 그쪽으로 계약할 수 있게 하려던 거였는데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우선 E손님에게는 집주인한테 연락해서 계약금이나 이사일정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둘러대고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했다.


  마침 C가 D의 사무실에 와 있었다. C는 E가 마음에 들어 했던 집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었고 D가 왜 그걸 보여줬는지도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빌라 전세금을 천만 원 올려서 얘기했으니까 매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으니까 사는데 부담도 없고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빌라 매매가격 2억

빌라 전세가격 2억

> 임차인의 2억으로 빌라 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임차인의 2억을 잠시 빌리는 개념이다. 임차인이 나갈 때 다시 돌려줘야 하니까. 그런데 만약 그전에 집주인이 파산하게 되면 그 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고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C는 잠깐 쉬면서 부동산 강의 쪽에 일자리가 있는지도 알아보고 있었다. 부동산 시장은 안 좋지만 부동산 강의에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의미니까. 그 와중에 A를 만나게 되었고 A처럼 계속해서 빌라 매입을 해서 목돈 없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목돈 없이 수익이 생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세상에 그런 상품이나 돈을 벌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버는 논리는 이러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좋아지면 당연히 빌라 가격이 상승할 것이고 그러면 시세 차익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였다.


 C는 A와 B를 연결시켜 주고 E를 그 집에 입주시키면 중간에 수수료를 두둑이 챙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A와 B에게 각각 수수료 백만 원에 E 전세 중개수수료까지 하면 못해도 한건 당 250만 원이다. 물론 지금 부동산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A, B에게 받는 수수료만 자기가 가지고 중개수수료는 D사장에게 주면 계약서 작성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C : A에게 물건 소개 수수료 100만 원

     B에게 물건 처분 수수료 100만 원

D : A, B 매매 중개수수료 각 80만 원 > 160만 원

     E 전세 중개수수료 60만 원


C 이득 : 수수료 200만 원 + D 사장 연결 수수료 50만 원 = 250만 원

D 이득 : 220만 원 - C 수수료 50만 원 = 170만 원


 D는 물론 사무실을 운영하는 금액에는 큰 도움이 안 되지만 이런 식으로 한 달에 5건만 하면 충분히 운영비용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C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면서 계약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C는 아무것도 없이 아이디어로 250만 원을 벌게 됐다. C는 진심으로 A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주춤할 뿐이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부동산 시장이 좋아질 거고 그러면 가격이 상승할 거니까 그때 돼서 시세차익을 가져가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이다. 자기는 중간에 좋은 거래를 성사시켜 주고 돈도 벌었으니까 좋은 일을 한 정당한 대가를 가져가는 거라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E. 아무것도 모르는 임차인 - D가 중개해서 거래된 부동산에 임차인으로 보통 전세를 들어가게 되는 임차인입니다. 겉으로 봤을 땐 어떤 불법행위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D가 문제가 없는 이유를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하면 당연히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임차인은 바로 계약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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