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양이야기 Jun 15. 2023

B 드디어 집을 팔 기회가 생겼는데

부동산 드라마 (6)

 B가 부동산에 가서 집을 팔고 싶다고 하니까 들은 답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안 좋아서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쩌시겠냐 해서 너무 싸게 하는 게 아니라면 그래도 팔아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동산은 알겠다고 하고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했다.


 B는 그 이후에 일을 하는 동안에도 부동산 어플에 들어가서 요즘 빌라 시세가 어떤지 시간이 될 때마다 찾아봤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나 빌라 거래가 완료된 거래내역을 볼 수 있는 어플에도 들어가서 최근에 어디에서 거래가 됐는지 자주 살펴보다가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들고 보다가 잠들고 얼굴에 핸드폰을 떨어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커피숍에 들어가도 다른 사람들의 부동산 이야기가 가장 잘 들렸다.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면 이제는 잘 들리지도 기억나지도 않아 지면서 거의 상사병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정말 얼마나 기다렸는지 부동산이라고 액정이 뜨는 순간 제발 살 사람이 있다는 소식이길 엄청나게 기대했다.


 "안녕하세요, 부동산인데요. 내놓으신 빌라 사실 분도 있고 전세도 들어오실 분도 저희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계약서 쓰실 때 동의를 구해야 할 내용이 있어서 한번 부동산에 방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아 그럼 오늘 저녁에 퇴근하고 바로 가도 될까요?"


"네 좋아요. 이따가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매할 사람과 전세까지 다 구했다니 너무 다행이었다. 근데 어떤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걸까. 퇴근시간까지 너무 궁금했지만 우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서 마음이 홀가분했다.


"안녕하세요. 00 빌라 팔려고 내놨던 사람인데 아까 통화했거든요."


"아 어서 오세요. 혹시 뭐 마실 거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럼 본론 먼저 말씀드릴게요. 전세 1억 9천만 원에 하실 손님이 있고 이 집을 2억에 사실 분이 있거든요. 근데 아시다시피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 집이 전세랑 같은 가격에 팔렸다고 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안 해주잖아요. 그래서 집은 2억에 거래할 건데 계약서만 2억 4천만 원으로 쓰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물론 손님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전혀 없어요. 혹시 세금이 나오게 되면 그 부분은 이 빌라를 사시는 분이 대신 낼 거니까 괜찮아요."


"네? 그거 혹시 불법 아닌가요?"


"아 물론 불법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전세를 더 싸게 받으면 이 빌라를 사실 수 없는 분이라 이런 분 놓치시면 빌라 팔기 좀 힘들거든요. 빌라 되도록 빨리 파셔야 하는 거 아니셨어요?"


"그렇죠. 제가 지금 이사 가야 할 곳도 있고 돈이 필요해서 빨리 팔면 좋거든요."


"그럼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기로 하시죠."


 B는 뭔가 굉장히 찜찜했다. 그런데 피해가 가는 일도 아니고 무슨 일이 있겠냐 싶기도 했다. 당장 돈이 필요했고 빌라는 안 팔리고 있었으니까 뭐라도 해야 하는데 빌라가 팔린다니까 엄청나게 큰 불법이 아니면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일이 그렇게 큰 사회적 이슈가 돼서 문제가 될지 꿈에도 몰랐다.


 빌라에 전세로 들어갈 때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빌라 시세의 80~70%로 전세 가격이 형성되어야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빌라 매도 가격 2억

 빌라 전세 가격 1.9억


 이 경우에는 2억의 80%가 1.6억이라 차액인 4천만 원이 있어야 하는데 보통 빌라 갭투자를 할 때 되도록 목돈을 적게 가져가려고 하니까 업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기존 빌라뿐만 아니라 신축 빌라 계약서를 쓸 때도 업계약서가 사실 비일비재하기도 하다)


 빌라 매도 가격 2.4억

 빌라 전세 가격 1.9억


 결국 2.4억의 80%가 1.92억이라 겨우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런 핑계는 그저 말을 맞춰서 업계약서를 쓰기 위한 전략일 때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빌라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못된 아이디어, 임차인 E 등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