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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Feb 10. 2024

질문을 통해 상상력 기르기가 필요하다

<공정감각>을 읽고

 사전에서 '공정'을 찾아보면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나옵니다.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더라고요. '올바름'은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는 뜻입니다. 단어 뜻을 찾다 보니 가능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부터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사회적으로 형성되는데 과연 형성과정에서 어떤 치우침도 없었을까 질문해 보게 됩니다. 사회적 규범 자체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공정'한 상태는 이룰 수 없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책 제목에 감각을 넣었나 봅니다. 사회생활을 위해 센스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곤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공정감각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 생각했습니다.


 삶은 정치적이고 중립은 허상이라고 책에서 이야기했던 부분을 떠올리며 나에게 공정이란 무엇인지 자문해 봤어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가면서 생기는데 나쁜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공정하고 특권이나 다른 수를 써서 나쁜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이야기를 두 개 뽑아 적어봤습니다.


대학교의 역할과 대학생


 대학교에서 대학생 정체성을 소비자와 지식생산자로 나누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어쩌면 대학생이 지식생산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 실제로 대학생 시절에 고등학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공부하는 학생의 정체성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때 대학교의 공부가 잘못됐던 것인지 저의 태도가 잘못됐던 건지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치는 입장에서 지식생산자라는 정체성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가 인문 사회과학을 통해 학생들에게 철학적, 비판적 사유 능력을 길러주지 않는 것은 결국 친자본, 반노동의 틀 속에 '산업 인재'를 수급하는 공간으로 전락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이 진정 지식 생산자의 본래 기능을 하고자 한다면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물론 한국 사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교육의 '수단적' 기능, 즉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것이고, 좋은 대학으로 입학하는 것은 취업 후 높은 연봉이나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맞이하기 위한 것이라는 '한국적 상식'에 대해 오래고 깊은 성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p.63


상상력이 곧 지성


나는 학생들에게 줄곧 "상상력이 곧 지성"이라고 말해왔다. 지금처럼 다원화된 사회에서 누군가의 고된 삶, 부당한 경험, 어려운 상황, 모욕당한 기분 등을 일일이 묻고 책을 통해 확인해야만 비로소 이해하고 지식 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때문이다. 직접 접하지 않아도, 직접 당해보지 않고도 자신의 경험 어딘가에 있을 그 어떤 것이 전장연의 치열한 시위 과정에서의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면, 즉 자기 경험에 대한 성찰성만 충분히 있다면 그 사람은 지성인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역지사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른 사람과 처지를 바꾸어볼 필요도 없이, 자기 경험 안에 다른 사람의 어떤 경험이 이미 분명하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만 해도 그 안에서 다른 사람의 경험과 만나고 그 사람에게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p.228-229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이유 신곡에 대해 '빈곤한 상상력'이라고 명명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상상력이 곧 지성이라는 문장과 어울리는 예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유 신곡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평가와는 별개로 상상이라는 행위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논의되고 있는 주제 외에 새롭게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질문을 잘하는 것이 어쩌면 상상력이 곧 지성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걸음일 것 같아요.


 글을 읽고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은 채 10년이 넘게 공부를 하다 보니 지금 책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질문을 만들고 생각하다보면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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