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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Feb 14. 2024

경험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경험의 함정>을 읽고

 새로운 일을 접하거나 지식을 습득할 일이 생기면 책을 찾는 편입니다. 충분히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면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경험해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앞뒤 순서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흥미로우면 우선 시작하고 나중에 책을 찾아서 읽는 경우도 있었어요.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효율적이면서도 내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혹은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한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시스템 최적화를 위해서는 가설을 검증하기도 하지만 이미 검증이 끝나 반영된 것을 다시 봐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경험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죠. 경험을 다시 돌아볼 기회는 책을 읽을 때마다 있습니다. 내 판단에 의지한 채 경험을 분석하게 되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너무 잘 압니다. 책을 읽는 이유가 여러 가지이지만 다른 사람이 분석한 경험에 대해 참고하기 위해서 기도 한 거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에 버릴 시간은 없고 자신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잖아요. 이 말의 허점은 누가 해석하느냐입니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 스스로 해석한다면 편협한 해석이 될 가능성이 크죠. 시야를 넓히고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간과 비용은 어디서 나오나요? 경험을 판단하고 새롭게 볼 시간적인 여유가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험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충분히 자신을 성찰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마시멜로 실험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에게 지금 1개의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는데 만약 선생님이 다시 올 때까지 안 먹고 기다리면 2개의 마시멜로를 주겠다고 이야기하죠. 선생님을 기다리고 마시멜로를 2개 먹은 아이들이 이후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이야기로 아마 대부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있기 때문에 당장 1개의 마시멜로를 먹었다는 거죠.


기다리면 한 개 더 주어진다던 마시멜로(보상)를 기다리지 못한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참을성이 없는 아이가 아니라, 아무리 기다려도 보상이 주어지지 않던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약속된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살아온 그들은 미래에 주어질 더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 떨어질 확실한 보상을 원했다. 지금 참고 노력하면 미래에 더 큰 보상이 주어질 거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 노력의 가치는 '좋은 환경'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력을 온전히 자신이 해낸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착각일 수 있다. 노력으로 보상받은 경험이 많았던 사람과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 지금의 배고픔이나 가난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사람에게 노력의 의미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p.207-208

<공정감각>


 경험을 통해 내가 놓치지 않고 더 많이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져볼 수 있습니다. 바로 시간과 돈이죠.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에 적정한 돈이 있어야 생각할 여유를 만들 수 있겠죠. 돈이 있다고 해서 성찰할 시간을 내진 않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합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에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경험에서 배울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지 않은가?" p.95


우리의 경험에서 <놓친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험에서 <무시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p.27


 만약 지금의 나에게 어떤 경험 하나가 굉장히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누군가 '당신을 지금 여기에 있게 해 준 경험이 있나요?'라고 물어봤을 때 혹시 너무 매력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면 경험의 함정에 빠졌는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지나치게 매력적이면, 즉 지나치게 강력하고, 지나치게 설득력 있고, 지나치게 흡인력이 있으면, 영감이 아닌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256


 제가 좋아하는 책이 마지막에 나와서 너무 반가웠어요. 바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입니다. 경험의 틀 밖에서 생각해 보라는 대목도 좋지만 각자의 속도에 맞춰 자신만의 삶을 살아도 된다고 위안을 주는 책이었어요. 모두가 빠르게 성공하고 성장하려는 성공신화에 도취되어 있는 사회분위기 탓에 내가 경험하는 것을 어쩌면 쓸모없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 경험들이 의미 있고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응원해 준 책으로 기억합니다.


언론인이자 작가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그런 상황일수록 경험의 틀 밖에서 생각하기를 권한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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