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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양이야기 May 28. 2024

익숙한 도시라 잊힌 것들

<도시논객>을 읽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열린 질문이라고(p.9)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한다. 도시논객이라는 제목도 도시에 대해 답을 해보기 위한 시도이자 독자들에게도 생각해보게 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나에게 도시는 편안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와 동시에 자연과 소리를 잃어버렸다. 예전에는 자연 가까이 여러 소리를 들었다면 이제는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 속에 고요함이 뭔지 잊어버렸다.


 도시는 문명이라는 단어와 자주 같이 등장한다. 문명이 과연 우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었나라는 질문도 생각난다. 도시가 어떤 면에서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 그렇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 순간부터 아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사실에 충격을 받으면서 더 많은 질문이 생겼다. 열린 질문은 더 많은 질문을 만든다. 그리고 아마 영원히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알아가는 과정이 건축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건축은 사회적 작업이고(p.219) 누구를 위해 어떤 기획을(p.173) 하는지에 따라 답을 찾고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엿본다. 유권자는 시민이었는지 관광객이었는지. 그 도시는 세트장인지 삶의 터전인지. (p.145) 누구를 위한 도시인지 더 생각해 봐야겠다.


 도시에 대한 많은 이야기 중에 자동차가 도시를 활보하고 다니는 표현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적힌 어쩌면 폭력적인 문장을 보고 있다 보니 얼마나 차에 많은 것을 빼앗겼는지 실감하게 된다. LH를 공룡에 비유한(p.95) 표현 또한 인상적이었다. 벽식, 기둥식, 무량판 구조체의 모습(p.284)을 보니 시대에 맞춰 유연성을 가진 주택을 위한 방안인데 무량판 구조를 적용하지 않다니 충격적이다.


 건물은 사람을 담아내는 그릇일 뿐이다. 그러나 그릇부터 화끈하게 만들어 도시를 밝히겠다는 지자체장들이 항상 위험하다. 그들이 세우고자 하는 것은 자기 치적의 물적 과시재일 뿐이니 결국 배제와 차별의 도구다. p.280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의 지자체장들이 엄청난 문제다. 이번에도 총선이 진행됐지만 진영 간 격돌만 있었을 뿐 새로운 정치 바람 따윈 없었다. 건물이 사람을 담아내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


 도시에 대한 인식, 건축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도 멀었다. 역사가 발전한다면 가장 합리적인 계측 도구는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도(p.331)라고 한다.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대학 이후에 배움을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읽는 작업(p.362)을 사회구성원들이 계속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의 영향이 크다. 유럽에서 건물을 보존하고 효율성보다는 숙고를 가치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익숙한 도시라 잊힌 것들은 사실 잊히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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