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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사회의 민낯

<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읽고

by 태양이야기

차별의 서로 다른 모습들


단지 결혼했을 뿐인데 다른 삶을 살게 된 저자의 모습에서 아이를 가졌을 뿐인데 다른 삶을 살게 된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이를 가지기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 아이가 존재하는데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지워진 존재 같은 느낌이 그랬다.


'다문화'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대체할 언어가 없어 어쩔 수없이 쓰고 있는 상황이다.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언어가 있다면 좋을 텐데 행정적 편의도 무시할 수 없다는데 동의한다. 동시에 '어린이'라는 단어가 여러 분야에서 초보자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그려지는 풍경이 겹쳐 보였다. '부린이'와 같은 단어를 예전에 무심코 썼지만 이제는 어린이를 폄하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쓰지 않는다. 어쩌면 모두가 같은 상황을 겪어봐야 차별이 없어질까 싶기도 하면서 누구나 그런 차별을 겪었을 것 같다.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양한 책을 읽는다면 우리 안의 인종주의가 조금 작아지지 않을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져야 한다". "언어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지고, 우리의 생각이 달라지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지고, 우리의 행동이 조금 달라지면 우리가 사는 사회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p.37


내로남불 가족 제도


우리나라 가족은 소중하고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읍소하면서 우리나라 국적이 아니면 가족은 다 소용없다는 식이다. 전쟁 중이나 우리나라의 일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건 언제나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사람답게 살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미등록 아이로 남는다면 그건 무조건 어른들의 책임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얻지 못하고 교육도 받지 못할까? 이주노동자의 체류 조건이 가족 동반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p.61


다양성을 해치는 제한


외국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당연히 그들도 다양한 능력이 있다. 마치 예전 조선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다. 신분제 사회 때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했었던 그 당시 말이다. 그렇지만 신분 차별을 깬 장영실은 세종 대왕이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지켜줬기에 지금까지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조선 시대의 신분제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했던 사실이 이치에 맞지 않는 제도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으로부터 500년이 지나고 나서 2024년을 기록한 역사를 보면 외국인을 차별하고 직업의 제한을 뒀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성장을 멈추었다고 적혀있을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은 단지 우연이다. 어떤 것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그저 사회가 주어지는 것일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주고 나눌지 사람들이 결정하니 아직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지 자세히 나오는데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는 경직된 법과 제도에 있다고 했다. 헌법이 만들어진 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현재 민주주의가 잘 실현되는 나라를 보면 헌법이 시대에 맞춰 변화했던 예시를 잘 설명해주고 있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조선시대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같은 듯 다른 상황에 놓였으니 그에 맞춰 법을 유연하게 바꾼다면 다양성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


https://www.mk.co.kr/news/society/10037604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9221


참고로 외국인 취업비자에 대해 적어봤다. 국내에서 취업이 가능한 비자자격으로 C-4(단기취업), E그룹 전체, F-2(거주), F-4(재외동포), F-5(영주), H-1(관광취업)과 H-2(방문취업)가 있다. 취업비자와 연관해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정리된 기사를 아래 첨부했다. 기사의 결론은 교육시켜 지속적으로 일하려는 외국인에게 비자가 잘 나오지도 않아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엄격한 비자 관리 제도가 근로자가 음성화되어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현실에 기반한 제도로 유연하게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받아들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https://www.linkedin.com/pulse/%EC%99%B8%EA%B5%AD%EC%9D%B8%EC%9D%98-%EC%B2%B4%EB%A5%98%EC%9E%90%EA%B2%A9%EB%B9%84%EC%9E%90%EC%99%80-%EA%B3%A0%EC%9A%A9%EA%B4%80%EA%B3%84-bongsoo-jung-8x7ic/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198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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