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오드리 탕>을 읽고
오드리 탕은 어렸을 때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에(p.138) 사람들과 잘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취약하지만 권력을 가진 정부 관료로 서로 다른 존재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데 왠지 마음이 갔다. 나 또한 예전에 괴롭힘 당했던 기억이 있고 스스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드리 탕과 마찬가지로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오드리 탕은 자신을 보수적 아나키스트라고 소개해 왔다.
"나는 그 누구로부터도 지시를 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절대 강제하지 않는다. 자발적으로 함께 협력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아나키스트이다." p.122
회사에서도 누구의 지시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었다. 자발적으로 함께 협력하려는 사람은 내가 먼저 이야기하면 누군가 나타난다. 소통과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 하다고 느끼는 그런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다니느라 트레바리에서도 벗어날 수 없고 멋진 사람들이 소개해주는 모임에도 끊임없이 나간다.
'보수적'이라는 수식어는 "사람들의 삶이 지금까지 있어 온 방식을 존중한다는 뜻"(p.123)이라고 하는데 나 또한 이전 방식을 존중한다.
존중되어야 할 것과 전복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하게 다르다. 오드리 탕이 이야기한 정보의 독점과 특권의 남용은(p.72) 존중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있다. 기존 현실과 싸워서는 결코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만 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먼저 필요하다. 정치 지형을 뒤흔들 사람들과 모습이 어때야 할까?
기존 현실과 싸워서는 결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무엇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을 낡게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라.
-버크민스터 풀러 p.124
"나는 국가의 정책을 선전하는 존재가 아니다. 많은 지성과 힘이 합쳐져 더 큰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물길이 되겠다." 78
이 책을 읽었던 예전에는 얼룩소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대안이 될까 싶었다(p.116). 그렇지만 2025년 지금은 얼룩소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저번에 독서모임에서 나왔던 게임 플랫폼 이야기가 떠올랐다. '재미'라는 요소를 오드리 탕도 중요하다고(p.36) 생각하는데 그렇기에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정학적으로 미국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장점에 중국과의 이념 전쟁 덕분에 유교권 국가 중에 가장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빨리 정착했다는 사실이 잠재력의 원동력이다. 전문가 중심의 정치가 가질 수 있는 장점(ex.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대응)을 잘 보여준다고도 생각한다.
반대로 한계는 노동자 임금이 너무 낮아서 실질적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기보다 기업에 있다고 봐야 될 거 같다. 친중/반중 정치 대립 전선을 위주로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 보니까 양당 정치가 고착화되었다는 문제가 있다.(제3정당의 실패)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굉장히 빠르게 되고 있고 도농격차나 지방 소멸과 같은 인구학적 문제도 심각하다.
대만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어쩌면 그들의 방법에 우리나라의 해결책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