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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therunner Jul 20. 2024

인바디 비포와 같은 기록으로 시작하는 러닝일지

러닝일지

새벽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진 7월 17일.

퇴근 후 운동는 낙으로 출근하는 나에게 장마만큼 고역인 기간이 있을까..(아마도 뚜벅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운동가방까지 들고나가기엔 버거 날씨였지만 오후엔 비바람이 그친다는 예보다.

오늘은 오랜만에 필라테스 대신 동네 러닝을 하기로 마음먹고 비가 진짜 그쳐 주기만을 바라며 근무시간을 보냈다.


폭우로 인해 온갖 재난문자가 날아들었으나, 퇴근시간 무렵에는 다행히 나의 바람대로 비가 잦아들었다.

집에 가서 저녁밥을 다 먹는 대로 바로 나가서 뛰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보통의 직장인이 그렇듯 집에 오고 밥도 먹으니 피로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



ISFP 답침대와 한 몸이 되어버릴 뻔는데, 요즘 읽는 책 덕분인지(<퓨처셀프>) 이대로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리면 미래의 내가 자책할 게 뻔하다는 생각, 달리고 난 뒤에 언제나 찾아왔던 뿌듯함이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힘든 건 아닐까, 잠시 의문을 제기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극한의 컨디션으로 뛰고 나면 글감 하나가 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꽤나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어느새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의 계획은 운동 어플이 제안한 대로, 8분간 빠르게 뛰기와 4분간 걷기를 3세트 완료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힘듦에도 불구하고 제시된 목표 페이스는 지켜줬었는데, 오늘은 역시나 몸이 힘든 날이 맞았다.

목표 페이스에 도달을 못해서 어플에서는 계속 "페.이.스. 로.우."를 외쳐댔지만, 나는 좀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2세트까지만 하고 중간에 종료..(타이밍 좋게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주기도 했다.)

6주의 훈련기간 동안 없었던 일이다.

실행점수도 낮음.. 낮음이라니..



하지만 이 습한 날씨에, 하루종일 열일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온 나 자신에 대한 평가는 "잘함"을 주었다.

원래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엄격하고 모진 말도 많이 한 나였는데, 운동으로 쌓아 올린 작은 성공들의 힘을 빌려 오늘의 실패를 잠시 눈감아주는 작은 관용을 베풀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산책로로 넘칠 정도로 동네 천의 수위가 높아져있었다.

이런 날씨에도 나와서 뛴 나, 더 칭찬해.

(이 와중에 위험하게 산책로 따라 뛰시던 아주머니도 계셨다..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비록 평소의 내 러닝실력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기록으로 브런치 첫 글을 쓰게 되었지만, 인바디 비포가 안 좋을수록 애프터는 더 기대되는 ..

앞으로의 내 러닝일지도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일만 남았단 생각 큰 위안이 되었다.

오늘 못 하면 다음에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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