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부럽지만은 않은 정년퇴직, 하지만 그게 나으려나
요즘 같은 대혼돈의 시대에 사정이 어렵지 않은 회사가 어디 있겠는가. 몇몇 회사에서는 파격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인다. 우리 회사도 최근 몇 년간 희망퇴직을 받아왔는데, 공고가 뜰 때면 '내가 희망퇴직을 하면 얼마를 받게 되지..' 생각하며 일과의 단조로움을 계산기로 잠시 달래보곤 했다.
우리 회사는 아직까지 어느 정도는 정년퇴직을 하는 분위기다. 정년퇴직하시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 한 곳에서 30여 년을 보낼 수 있었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한 길을 긴 시간 동안 걸어왔다는 건 그 저체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나는 정년퇴직을 하고 싶지 않다. 비록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의 대가로 밥 벌어먹고 살고 있지만, 아무래도 내 시간이 더 아깝다. 하루 8시간 동안은 내 인생이 아닌 회사의 인생을 살아주는 기분이다. 사람에 따라 회사의 인생을 살아주면서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회사가 하라는 대로 60까지 살다가, 그제야 내 인생을 살기엔.. 재미도 감동도 없잖아. 게다가 그 나이쯤이면 시간과 돈은 많을지언정(그러면 다행) 건강은 어느 정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건 욕심일까?
이렇게 패기롭게 이야기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동료들과 이야기해 봐도 도무지 뾰족한 답이 없다. 퇴사하고 많이들 한다는 유튜버는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취미로 재밌게 하고 있는 필라테스도 강사로서 일하는 건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월급 따박 따박 주는 회사에 딱 붙어서 몸을 사려야 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우리, 대책을 마련하게 되면 서로 얘기해 주자."는 딱히 결론 같지 않은 결론을 끝으로 동료들과의 대화는 마무리된다.
나는 학생 때부터 가르치는 걸 좋아했고, 또 나름대로 잘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을 해볼까 하고 준비를 하고 있기는 하다. (차차 이야기해 볼 것이다.) 하지만 연수입이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반토막 미만인 것이 현실이라, 내가 그 길을 선택했을 때의 기회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있을지 사실 확신이 없다..
이러다가 어영부영 이곳에서 정년퇴직 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