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갔다, 나도 모르겠는 며느리의 마음
결혼이란, 며느리, 또는 사위라는 또 다른 자아를 하루 아침에 장착해야 하는 의무가 포함되어 있는 제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도 며느리에 대한 기대가 많이 남아있다.
SNS에 어떤 며느리가 '딸 같은 며느리'를 원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정말 딸처럼 행동해서 시어머니를 당황하게 한 영상을 보고 엄청 웃은 적이 있다. 댓글 반응도 보니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짜 딸은 저런 것이거늘.. (엄마 미안..)
며느리로서의 도리란 무엇일까? 사실 미혼의 ooo, 자유인 ooo은 관심도 없던 영역이지만, 알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결혼 한 달차)
많은 감정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지만 말을 아끼고, 도대체 며느리의 도리란 무엇일까? 나는 사실 친구한테도, 친정 가족들한테도 연락을 잘 안 하는 타입이다. 원래 나라는 사람이 그렇다.. 정 없다고 해도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며느리가 된 순간, 나는 며느리에 대한 시댁의 기대라는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그 중 하나가 연락이다.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만 보던 시댁의 연락 이슈가 바로 내 이슈가 될 줄은 몰랐지. 연락이라는 게, 쉬운 사람에겐 이것보다 쉬운 게 없고, 어려운 사람에겐 이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문제는 쉬운 사람과 어려운 사람에 위아래가 있고, 쉬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이해 못함에서 오는 서운함으로부터 발생한다.
내가 워낙 연락이 없는 타입이라 더 어려운가, 불효자식인가 일종의 자책을 한 적도 있지만, 세상 외향적이고 사람 잘 챙기는 내 여자 지인들도 연락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단 얘기를 자주 들으니 위안이 조금 된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게다가 우리 엄마는 '무소식이 희소식' 스타일이다.)
한편으로는 왜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가..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내가 아무리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정의를 떠들어대도, 마주하는 상대방과 일치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떻게든 갈등은 생기게 마련이다.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며느리는 딸이 아니고, 사위는 아들이 아니다. 가족인데 무슨 소리냐고 해도, 요즘 시대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들이기에, 조금 참고 양보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인생은 유한하잖아.
무리하고 싶지 않다가도, 유한하지 않은 인생의 한계에 마음의 빗장이 풀리기도 하고.. 왔다갔다 모르겠는 한 며느리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