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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therunner Jul 30. 2024

런린이의 로망, 여행지에서의 러닝(1) 홋카이도대학

러닝일지

7/24 ~ 7/27 3박 4일간의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J인 동생이 주도한 계획 속 단 한 가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홋카이도대학 러닝이었다.

예전부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파리에서의 에펠탑 주변 조깅으로 대표할 수 있, 여행지에서의 러닝이었다.

여행 가 현지인처럼 지내는 게 로망인데, 선크림만 대충 바르고 나가서 익숙한 곳인 양 가볍게 뛰고 오는 것만큼 현지인 느낌 낼만한 게 있을까.



마지막 날, 피로가 최대치를 찍었던 터라 전날부터 무릎과 발바닥이 견뎌온 부하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러닝을 마치고 나서 엄마가 "너 오늘 아침에 (나갈까 말까) 잠깐 고민지?"라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아니라 답했을 만큼 홋카이도대학 러닝은 내게 간절했다.

일어나자마자 눈꼽만 떼고 썬크림 무장하고 나갈 준비



여행 내내 함께해 온 날씨요정이 마지막까지 지켜준 덕분에 날씨는 다행히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혹시 몰라 바람막이를 입고 나갔는데, 6 km 뛰고 나니 땀이 적당히 났던 것으로 보아 바람막이를 안 입었어도 홋카이도의 맑은 바람도 쐴 겸 괜찮았을 것 같다.



내 목표는 세 군데의 가로수길을 모두 찍고 오는 것이었다.

나보다 늦게 출발한 가족들이 걸어온 루트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온 느낌이었지만, 여기가 맞나 망설이기도 하고, 모험하듯 설레기도 하면서, 다른 데 들리지 않고 바로 첫 번째 목적지로 진격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고 볼 수 있겠다.



내게 홋카이도대학의 첫인상은 바로 이 오솔길이다.

동화에 나오는 숲 속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걷다 보면 요정이나 일곱 난쟁이의 집이 나올 것 같은 느낌.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렇게 예쁜 풍경도 눈에 담을 수 있.



그러다 보면 어느새 첫 번째 목적지, 포플러 가로수길 도착한다.

가로수길이 그리 길지 않아도, 쭉쭉 뻗은 나무와 그 사이 흙길이 너무 아름웠다.

이른 아침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 것에 대한 보상을 이때 이미 받은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체없이 바로 두 번째 목적지로 이동.

침부터 름 모를 낯선 구기종목을 연습하던 운동장을 지나다가 찍은 사진 한 장.

쭉 세워놓은 자전거들이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생각나게 다.

저 중 치아키와 마코토의 자전거가 있지는 않으려나.



두 번째 목적지이자, 입구에서 제일 먼 헤이세이 포플러 가로수길.

거리가 좀 돼서 고민을 잠깐 했지만 오길 정말 잘했다.

좁은 길을 지나온 후에 당도한 곳이라, 갑자기 나타난 탁 트인 가로수길이 대비되어 웅장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들 못지않게 멋있었다.



마지막 목적지, 은행나무 가로수길.

여기는 메인 스트릿과 가까이 붙어있어 접근성이 좋다.

좁고 길게 뻗은 포플러와는 다르게, 풍성한 잎을 자랑하는 은행나무.

쨍쨍한 햇볕이 내리쬘 때는 풍성한 잎으로 그늘을 내어주어 더위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도와줄 것 같다.

가을에는 노랗게 물들어 곁의 사람들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로수길 세 곳을 모두 찍고, 이왕 뛰는 거 클라크 동상에서 끝내자 마음먹고 메인 스트릿에 합류했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현지인 버전 달리기는 사실 그제야 시작이었다.

딱 봐도 포스 넘치는 러너들 사이에 슬쩍 끼어 나도 원래 해왔던 양 달려보았다.

다른 러너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나 혼자만이 느끼는 쑥스러움과 어색함은 얼마 가지 않았다.

딱히 무언가를 성취한 것도 아닌데, 괜스레 뭔지 모를 뿌듯함으로 바뀌었다.

몰입해서 뛰다 보니 길도 잘 닦여있고, 쭉 뻗어있어서 뛰기가 정말 좋았다.

내 모교가 언덕러닝에 최적이라면, 이곳은 평지러닝 최적이다.



그렇게 클라크상을 마지막으로 홋카이도대학 러닝 종료.

야망을 가지라는 클라크상 옆 쪽으로 보이는 벤치에 누워있는 사람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으며 러닝을 마무리했다.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가민 인증샷.

정말 피곤했지만, 좋은 풍경 속에서 로망을 이루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가볍게 뛰어졌다.



중간중간 뛰는 사진도 찍어보려고 삼각대도 가져갔으나, 풍경과 러닝에 집중하고자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뒤늦게 합류한 가족들에게 인증샷을 부탁했다.

덕분에 뛰었던 길을 다시 한번 뛰니 그새 익숙해진 느낌이다.

의기양양하여 길 안내도 자처했다.



은 장소에서 내가 봤던 방향과 반대 방향을 보게 되기도 다.

처음 왔을 때와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게 되는, 함께하에 맞이할 수 있었던 행운의 순간.



잘 뛰었다, 홋카이도대학!!



"런린이의 로망, 여행지에서의 러닝"이라는 제목에 숫자 (1)을 붙인 것은 다음 여행지에서의 러닝도 꼭 꼭 있길 바라는 나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다음에는 어느 낯선 곳에서 달리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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