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이야기 3
컴플라이언스란 무엇인가?
우리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회사들에 법령으로 컴플라이언스를 도입하도록 했고 금융 관련 법령에 '준법감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법령을 제대로 지키는지 감시하는 역할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선생님이 안 계시는 시간에 반장이 칠판에 떠들거나 뛰어다닌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놓으면 선생님이 오셨을 때 그 아이들을 혼내주고는 했던 기억들이 있어서 그런지 왠지 어감이 안 좋다. 누군가를 꼬질르는 역할인 듯 오해되기 십상이다. 아무튼 달리 적합한 용어가 없어서 '준법감시'라고 표현했겠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처음 이름을 잘못 지어놓으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네 삶이다. 같은 '감시'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더라도 '산림감시' 하면 그린 라이프를 보호하는 뭔가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반해 '준법감시'라 하면 뭔가 음습해 보인다. 그만큼 법규라는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페널티가 강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발독재와 군사정권이 결합되면서 민초들의 삶에 '법규'로 강제되는 음습함이 퇴적되어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기도 할 것이다. 물론 민주화되었다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바와 같이 계층 간에 비대칭적 법적용에 따른 피해의식도 침전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여기서는 굳이 '준법감시'라고 할 이유가 없으니 그냥 '컴플라이언스'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2013년에 개봉된 '컴플라이언스'라는 영화가 있다. 개봉관이나 다른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은 없고,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위해 자료를 찾으려고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영화 '컴플라이언스'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어느 맥도널드 체인점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영화에서는 경찰관을 사칭하는 어떤 남성의 전화를 받은 매니저가 전화를 통해 지시하는 그 남자의 '경찰관'이라는 권위에 '복종'하면서 전개되는 사건이다. 사건의 피해자는 주문을 받는 여직원이다. 경찰관을 사칭한 남자는 매니저에게 금발의 여직원이 손님의 돈을 훔쳤다는 신고가 들어왔으니 매니저에게 여직원을 잡아두라고 한다. 곧 도착할 것이니 대신하여 소지품을 확인해달라고 지시하더니 점점 요구 수위를 높여가며 알몸 수색까지 하게 되고, 금요일 오후라 점포가 바쁘게 돌아가다 보니 다른 직원, 이어서 매니저를 만나러 온 매니저의 약혼남까지 피해자를 감시하도록 하게 되고 자칭 경찰관은 약혼남에게 피해자를 수색하기 위한 일이라면서 알몸으로 뛰기 등 갖가지 요구들을 실행하도록 하고 급기야는 성폭행을 유도하기에까지 이르게 된다. 점포의 매니저로부터 다른 직원들, 약혼남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경찰관'이라고 사칭하는 그 남자의 요구에 아무런 의심 없이 무리한 요구들을 그대로 '복종'하여 실행하는 것이 숨 막힐 정도로 답답하고 이해하지 어렵지만 말 그대로 '실화'다.
실제 사건에서 매니저는 피해자를 부당하게 감금하였기에 형사처벌과 함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였고 매니저의 약혼남은 성폭행으로 징역형을 받게 된다. 피해자는 회사를 상대로 매니저에 대한 관리책임을 물어 6백만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아냈고 매니저는 유사한 사건이 다른 점포에서도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교육을 시키지 않아 자신도 피해자가 되었다고 하여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60만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아냈다고 한다.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적절히 하지 않았을 때 회사가 입게 되는 법적 리스크가 상당함을 결과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지만 중심 메시지는 '권위'에 대한 '복종 심리'는 쉽게 저항하기 힘든 기재로서 우리 일상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실험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스탤리 밀그램(Stanly Milgram)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복종 실험'은 권위 혹은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부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지시에 사람들이 판단력을 내려놓고 얼마나 쉽게 복종하는가를 보여주었다. 그것이 실험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타난 것이 영화 컴플라이언스의 배경이 된 맥도널드의 사례라 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여러 가지의 복종 실험이 있었고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에 있어서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결과를 드러냈다. 요컨대 권위 앞에서 사람들의 판단을 주관하는 영역은 작동을 멈춘다는 것이고 이는 MRI 검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경영을 하는 회사에 있어서도 권위자들의 지시를 스스로의 판단력을 내려놓고 무작정 순응하는 경우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그 지시가 불법적이거나 탈법적일 경우에 있어 맥도널드의 케이스와 같이 회사가 떠안게 되는 리스크가 매우 커질 수 있다는 부분을 우리가 유의해야만 하겠다. 지금의 경영환경은 개인정보보호 등과 같이 다양한 부분에서 요구되는 규제들이 늘어나고 있고 또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 입게 되는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져 경영의 연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위험영역 들에 있어 앞서 본 것과 같이 권위에 대한 복종 기재가 작동함으로 말미암아 통제장치가 가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할 것이다. '권위'에 대해 check & balance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준법감시인'이다. 법적으로 준법감시인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것도 견제 역할을 눈치 보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취지이다. 컴플라이언스는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Never compromise!) Yes 아니면 No이다. 회색지대는 없지만 모호한 영역은 있게 마련이다. 모호한 부분에서도 원칙을, 또한 목적을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경영자들 중에는 준법감시인들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법으로 안된다고 하면 '법을 바꿔보라'고까지 요구한다. 변호사들을 통해 할 일을 '준법감시인'들에게 요구하고 '준법감시인'들이 또 그 '권위'에 복종하여 뛰어다닌다. '준법'이라 하니까 마음에 들도록 법을 바꿔 '준법'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준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준법'이전에 '윤리'가 들어서야 한다. 즉, Ethic & Compliance가 묶여서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