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10화 무등산 2
강원도쪽에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해서 급 산행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눈 산행을 위해서는 눈길때문에 차를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에는 눈 소식이 있으면 겁도 없이 차를 몰고 대관령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기도 했지만 언젠가 눈 길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부터는 눈길 운전이 두려워져서 차를 가져가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바람직한 습관이지만 불편한 점이 많다.
그 불편의 첫번째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눈 산행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다녀올만 한 곳을 검색해 본다.
참 쉽지 않다.
그러다가 강원도가 아닌 엉뚱한 곳이 조건에 맞아 떨어졌다.
광주의 무등산이다.
무등산은 꽤 많이 올랐던 산중에 하나인데 유독 겨울산행을 해보지 못했던 산이다.
주검동유적(鑄劍洞遺蹟)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여만에 광주역에 도착해서 택시로 무등산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눈이 거의 쌓이지 않아서 살짝 실망감을 안고 산길에 들어섰다.
산행시작 10여분만에 만나는 주검동 유적은 임진왜란 때 충장공 김덕령 장군이 칼과 창을 만든 곳이란다.
뿐만아니라 의병활동과 거병에 필요한 군수물자를 제공하고 무술을 연마,수련했던 골짜기라고 한다.
충장공 김덕령은 무등산이 낳은 비운의 장군이지만 무등산 곳곳,그리고 광주시내 곳곳에서는 그의 흔적과 그의 향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이곳도 그의 흔적 중 한 곳이다.
산행시작 30분쯤이 지났을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마치 눈산행을 위해서 멀리서 달려온 나를 위한 포퍼먼스라도 되는듯 기분이 좋다.
사실 쌓인 눈을 밟고 오르는 산행도 운치있지만 눈오는 날의 산행도 좀 번거롭기는 해도 겨울 산행으로는 최고의 운치를 선사한다.
목교분기점.
산행기점인 원효분소에서 3.5km 지점이다.
그렇지만 해발 400여m의 높이에서 오르기 시작하기때문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으로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급경사 구간이다.
거기에다 세찬 바람에 눈발까지 내리는 악천후라서 옷깃을 여미고 아이젠까지 착용한 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다시 20여분 올랐을 무렵 가늘게 내리던 눈이 그치고 환상적인 설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독특한 풍경의 무등산 정상부 핵심 구간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설경 속을 무념무상으로 걷는데 거대한 뭔가가 앞을 가로 막는다.
무등산의 트레이드 마크인 주상절리의 수직바위가 신비스러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무등산 최고의 풍경중 하나가 상고대가 핀 주상절리인데 상고대는 아니지만 눈꽃 핀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것 만으로도 행운을 얻은 셈이다.
서석대(瑞石臺).
이어서 나오는 서석대는 입석대,충장공 김덕령과 함께 무등산의 상징인 동시에 광주의 상징이다.
이 돌병풍같은 서석대에 저녁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인다고 하여 '수정병풍'이라고도 하며 여기서 '서석'은 상서로운 바위라는 뜻과 함께 선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서석대 전망대를 나와 이제 그 서석대 정상을 향해서 간다.
정상부가 가까워질수록 주위는 완전한 눈꽃 세상이다.
환상적이라는 생각, 별천지 느낌의 설경에 눈이 호강하고, 그 즐거운 마음에 등산의 수고로움은 아예 생각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서석대 정상에 섰다.
원효분소에서 4km,산행시작 후 천천히 3시간 30분만이다.
서석대 정상은 1,100m로 군사시설이 있어서 통제되는 실제 정상인 천왕봉(1,186m)보다 80여m 낮지만 사실상 정상 역활을 한다.
정상엔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는 산객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칼바람이 엄청났다.
거기에 추위까지 엄습해서 사진 놀이도, 느긋한 멋진 설경감상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칼바람과 추위도 추위지만 운무까지 깔려서 장쾌한 무등산의 조망도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안고 급히 하산길에 들어선다.
그런데 그 칼바람을 뚫고 산객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멋진 풍경을 향한 집념 앞에서는 모진 칼바람도 문제가 되지 않은것이다.
하산은 입석대 방향으로 한다.
서석대에서 입석대까지는 주상절리 상층부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부분 천연 돌계단이다.
절벽을 이루고 있는 서쪽방향과는 달리 동남쪽은 완만한 경사의 암반으로 이루어진 평지형으로 그 암반지역은 바람이 세차기 때문인지 아니면 땅이 척박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서석대에서 입석대에 이르는 500여m의 광활한 지역이 억새밭이다.
눈꽃 핀 그 장관의 억새밭을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역시 운무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 광활한 눈꽃 핀 역새밭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눈 꽃 핀 주변 억새 풍경으로나마 달래본다.
말 그대로 순백의 풍경이다.
이무기가 승천했다는 승천암.
입석대 상층부와 뒷모습이다.
서석대에서 500m거리에 있는 입석대는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을 대표하는 명소다.
선돌이라는 의미의 입석대(立石臺)는 서석대보다 100여m 낮은 위치에 있으며 흡사 돌기둥 모양을 하고 있어서 쓰러져 있기도 하고 기울어져 있기도 한 모습이 마치 고대 유적같은 느낌이었다.
다시 입석대에서 완만한 길로 400여m내려오면 장불재다.
그 장불재에서 보는 입석대 모습이 일품이었다.
장불재에 내려섰을때 운무가 걷히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불재는 옛날 화순에서 광주로 가기위해서 꼭 넘어야 했던 고개라고 한다.
고개는 언제나 사람만 넘는게 아니다.
사람이 넘는다는건 문화와 물물도 넘는다는 뜻이며,새도 넘고,구름도 넘고,바람도 함께 넘는다.
그래서 유난히 바람이 새찬 장불재에는 추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대피소에서 간단하게 가져온 점심을 먹고 나오자 그 잠깐의 시간에 세상은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었다.
불과 20여분 뒤의 풍경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정을 휩싸고 있던 운무가 순식간에 걷히고 그자리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은 파아란 하늘과 흰구름의 멋진 풍광이 펼쳐진 것이다.
불가사의 한 자연의 현상을 본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상부의 모습에 정신이 팔려 한 참을 넋을 잃고 감상했다.
하늘이 열린다는 말,구름이 춤춘다는 말을 되새기며...
파아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구름,
그 하늘 아래는 다시 하얀 눈꽃세상,
그 눈 꽃을 떠받치고 있는 갈색의 갈대 숲...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앞에 그 누가 넋을 잃지 않을까?...
아!
진짜!
여기에서 그렇지 않아도 요즘 생각나는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좀 더 멀리 봐주십시오....멀리 보면 보입니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이 분의 털끝 만큼이라도 따라간다면 요즘 나라꼴이 이러지는 않을텐데....
역사 이래 진보가 보수를 이겨보지 못했다.
물론 일시적으로 이기더라도 진보는 그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다.
진보 집단의 가장 기본 이념인 깨끗함을 지켜낸다는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보수 집단의 집요하고 악랄한 공격을 이겨 낸다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진보의 사전적 의미는 수준이 나아지거나 높아지는 것,또는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하려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보수'라는 말은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고 유지하는 것을 말한단다.
그 좋은 보수의 의미를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나이들고 못 배운 사람들을 선동해서 오히려 그들을 착취하고 업신여기며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의 나라가 우리나라의 '보수'는 아닌지...
그 보수의 중심에는 개신교 일부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와 경제가 비교적 잘 분리되어 있는 반면에 정치와 종교,특히 기독교와의 유착이 너무 과한것 같다.
우리 인류는 엄밀하게 말하면 신앙(종교)으로 흥망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신라와 고려가 불교의 부패로 망했다고 볼수 있으며 조선은 유교의 부정적 영향으로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작금의 작태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는 타락한 기독교 세력으로 인해서 곤경에 처하지는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무등산 산정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유명한 말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의 나라가 되어버린것은 아닌지...
장불재에서 점심과 휴식,그리고 사진놀이를 싫컷 하고 다시 중봉으로 향한다.
장불재에서 바로 증심사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위의 풍경을 중봉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일것 같아서이다.
역시 생각했던대로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길게 드리워진 억새길 저편으로 천왕봉과 서석대 입석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눈이 조금만 더 쌓였더라면 정말 천상의 풍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중봉에서 증심사로 하산하기 위해서 중머리재를 향해서 간다.
오늘은 승용차를 가져오지 않아서 가능한 산행코스다.
여기서 증심사까지는 2km다.
특별히 볼거리도 많지 않아서 1시간쯤이면 하산 할 수 있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증심사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변화무쌍했던 날씨 덕분에 다양한 풍경을 만끽했던 총 11km의 산행거리에 점심시간과 사진놀이 시간을 포함해서 6시간 30분의 산행이 끝났다.
어제 일기예보에 오전에 눈이 오고 오후 2시쯤 개었다가 3시 이후에 다시 눈이 온다고 해서 그렇게만 된다면 멋진 눈 산행이 될것 같다는 막연한 믿음으로 결행한 무등산 산행이다.
그런데 일기예보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물론 눈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덕분에 상상이 현실이 되는 하루가 된 것이다.
산행코스:원효사 ㅡ목교 ㅡ서석대 ㅡ입석대 ㅡ장불재 ㅡ중봉 ㅡ중머리재 ㅡ증심사(11km 점심,휴식포함 6시간 30분)
ㅡ2016.12.15.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