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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Aug 20. 2020

임꺽정을 닮은 감악산(紺岳山)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9화 감악산

이제 이상기후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눈없는 따뜻한 겨울이 오히려 일상이 되어버린것 같다.

겨울산은 눈이 있어야 제멋 인데 그래서 눈없는 겨울은 산행지를 선택하기가 좀 난감하다.

그래도 모처럼의 일요일에 산에 가지않으면 쉬는 하루가 너무 아까워서 이 산 저 산 마땅한 산을 찾게 마련이다.

어차피 마땅한 산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100대 명산 산행 숙제나 하자'는 마음으로 감악산을 간다.

감악산(紺岳山)은 한문 뜻처럼 바위사이로 검은 빛과 푸른 빛이 동시에 쏟아져 내려 바위가 감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사실 감악산은 집에서 접근성도 좋지 않고 관심에도 없는 산이라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이다.

순전히 100대 명산에 들어있어서 오늘 산행에 선택된 산이다.



칠성바위

겨울 날씨 만큼이나 휑한 일요일의 아침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감악산의 산행기점인 신암저수지에는 낚시꾼들이 밤을 새웠는지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그와는 대조적으로 정작 산길에는 아예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내가 등산로를 제대로 찾아 올라가는지도 의구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올랐을까?

그때 나타난 기괴한 얼굴 모양의 바윗덩어리 하나 ㅡ

칠성바위란다.

옛날에 아들을 낳게 해 달라고 치성을 드리는 곳이라 하여 아기바위라고도 한다는데 얼굴바위가 더 어울리는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은 으스스한 아침 산길을 간다.




주 등산로가 아니긴했지만 어찌 이런 산이 100대 명산에 선정이 되었을까 싶을정도로 중턱에 이를때까지도 산은 평범했다.

산객도 2팀,8명 정도 만났을 뿐이다.



얼굴바위와 얼굴바위 조망터

산행시작 40여분만에 얼굴바위 조망터에 도착했다.

임꺾정봉 바로밑에 얼굴형상의 바위을 볼 수 있는곳에 쉼터가 마련되어있었다.

임꺽정이 저렇게 생겼을까?

아뭏튼 다른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산세도 험해지고...

이제야 100대명산의 면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바위 조망터에서 조금은 거칠은 너덜길을 가파르게 오르자 장군봉이 나왔다.

장군봉 능선에 올라서자  바위와 어우러진 멋진 자태의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뿐만아니라 아침 햇살을 받은 산그리메가 한 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져 있었다.



산행시작 1시간 30분.

이제 다양한 조망을 즐기며 갈 수 있는 능선길이다.

난이도가 낮은 코스를 택해서인지 岳자가 붙은 산치고는 쉽게 올라왔다.



장군봉 능선길로 30여분 걸으면 정상 오르기전 임꺽정봉이 나온다.

그 길은 길도 아기자기 하지만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과 확트인 조망을 즐길 수 있어서 지루하거나 힘들어 할 틈이 없는 구간이다.



산행시작 2시간만에 오른 정상 임꺽정봉.

불곡산에도 임꺽정봉이 있는데 여기에도 있는것을 보면 임꺽정의 행동 반경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조금 전 지나온 봉우리 이름이 장군봉인데 이 곳 임꺽정보다 낮다.

임꺽정은 도적인데 장군봉보다 더 높고 수려한 정상인 봉우리 이름을 차지한걸 보면 그만큼 백성들에게는 호의적인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듯 하다.

해발 676m인 이 곳 임꺽정봉은 생긴 모양이 매와 비슷하다고 하여 매봉재라고도 한다.

그리고 임꺽정봉 아래에는 큰 굴이 있다.

당나라 장수로 고구려를 멸망케 한 설인귀가 머물렀다고 해서 '설인귀굴'이라고도 하고 임꺽정이 은거했다고 해서 '임꺽정'굴이라고도 한단다.



임꺽정굴을 잠시 구경하고 다시 감악산비을 향해서 간다.

불과 5분 거리에 있지만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한다.



감악산비 가는 길에 있는 정자에서 본 북동쪽 조망이다.

눈이 없는 겨울 풍경이라서 좀 삭막한 느낌이 나는 풍경이지만 눈쌓인 풍경이라든지, 봄의 연둣빛 풍경이나 가을의 만산홍엽의 풍경이라면 가히 진경산수화가 되고도 남을 조망이다.


감악산 비

정상인 임꺽정봉보다 1m남짓 낮은 곳에 있다.

주변에 군부대가 있어서 비석 말고는 별의미가 없는 봉우리다.

그러나 그 '감악산 비'덕분에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데 일조를 했을뿐만 아니라 감악산을 대표하는 사진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임꺽정봉과 장군봉 ㅡ

감악산을 대표하는 봉우리이지만 참 볼품없고 못생긴 산이다.

얼굴바위의 얼굴 형태도 그렇고, 제멋대로 생긴 봉우리 모양도 그렇고,정상의 이름도 그렇고...

온통 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 보아왔던 임꺽정의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산그리메 하나는 일품이다.

사방에 경기북부의 온갖 이름모를 산들이 겹겹이 싸인 산그리메...

그 산그리메들을 책을 읽듯 두루 정독을 하고서야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은 차가 있는 신암저수지 원점 회귀다.



매애좌불

하산길은 더 호젓했다.

말 그대로 나 홀로 산 길이었다.

으시시 할 정도로 한적하고 길이 뚜렷하지도 않은 길을 1시간남짓 내려오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늘 내가 오른 코스는 5코스로 많이 이용하지 않은 등산로였던 것이다.



산행코스:신암저수지 ㅡ삼거리 ㅡ얼굴바위조망터 ㅡ장군봉 ㅡ임꺽정봉(정상)ㅡ감악산비 ㅡ장군봉 ㅡ신암저수지(천천히 3시간)



ㅡ2007.01.10.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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