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7화 마니산
정말 지긋지긋한 장마가 드디어 끝이났나 보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제법 맑아졌다.
몇일만에 햇볕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여름의 더위 때문에 햇볕이 싫기도 하련만 그래도 햇볕이 반갑고 좋은건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경험칙에 의하면 장마가 끝나고 산엘 가면 여러가지로 좋다.
그래서 좀 늦은 시간이지만 11시에 집을 나선다.
진행중인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 7번째로 강화도 마니산 산행을 위해서다.
산행기점인 마니산 관광단지에 도착하고나니 오후 1시다.
계획없이 출발했기때문에 점심 도시락도 준비하지 않아서 점심을 아예 사먹고 출발하려고 관광단지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메인 메뉴인 찌개보다 더 구수한 쌀밥과 거기에 곁들여서 나온 아삭이 고추를 된장에 버무린 반찬과 순무 김치가 더 맛있었다.
오후 1시 30분에서야 산행을 시작한다.
한 여름날의 제일 더운 시간이지만 날씨가 흐리고 비온 뒤라서 나무가 우거진 산길은 제법 시원했다.
마니산은 우리나라에서 氣가 가장 강한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왠지 숙연해지는 마음으로 산행을 하는데 산 중턱쯤 올랐을 무렵 어떤 산객 한분이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좋은 기를 받으며 하는 독서...
낭만적이라고 해야할지,신선놀음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끊임없이 움직이는 취미를 가진 나는 유유자적 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이윽고 8부능선쯤에 올라섰을때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다와 섬과 잔디처럼 푸르른 평야, 그리고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있는 시골마을이 잘 어우러진 모습은 말 그대로 완벽한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그 풍경앞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면서 완만한 능선길을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실 마니산은 높이나 산세로만 본다면 100대명산에 들어갈 수준의 산은 아니다.
그러나 참성단이 있어서 역사적 의의도 있고 강화도라는 지리적 요인과 기가 강한 산이라는 의미등이 높이 평가되어서 선정되었다고 한다.
산행시작 1시간 50분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그것도 천천히 오른거니까 맘 먹고 오르면 1시간 반쯤이면 충분히 오를수 있을 난이도다.
마니산 정상엔 단군이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이 있다.
전국체전 성화 채화 장소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지금도 개천절에는 제천 행사가 열리는 곳이지만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마니산 정상은 높이가 472.1m로 한반도의 정 중앙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한라산과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똑같단다.
마니산이란 이름을 갖게 된데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원래 마리산이나 머리산으로 불리다가 마니산으로 바뀌었다는게 정설이다.
여기서 마리나 머리는 말 그대로 머리를 뜻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참성단이 있어서 우리 민족과 국토의 머리 구실을 한다는 뜻이란다.
그림같은 풍경의 한 가운데, 그 정상에 서 있는 나는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 했다.
상서로운 기운이 내게로 몰려오는 느낌을 한나절쯤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으나 워낙 늦은 산행인데다가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듯한 불안정한 날씨때문에 서둘러 하산길에 들었다.
하산길도 아기자기 하기는 마찮가지였다.
대부분 능선길이라서 한쪽의 강화 들녘과 다른 한쪽의 바다 풍경을 보면서 걷기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걸어온 능선이다.
대부분 바윗길이기는 하지만 거칠지 않아서 사방의 조망을 즐기며 걷기에 무리가 없다.
마니산의 氣를 받으며 천천히 걷다보니 어느새 함허동천 주차장이다.
정상에서 1시간쯤 걸린것 같다.
큰산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마니산은 100대 명산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동네 뒷산 수준이다.
그렇지만 많다는 氣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유적인 참성단을 볼 수도 있고 아름다운 강화섬 전체를 조망할 수도 있어서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한것 같다.
*등산코스:마니산 매표소 ㅡ단군로 ㅡ정상(참성단) ㅡ함허동천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