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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Nov 13. 2020

속리산 문장대의 봄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12화 속리산 ㅡ1

9년만에 다시 속리산을 찾았다.

카메라도 좋지 않았고 사진에대한 조예도 깊지 않았던때 찾았던 속리산.

막연히 100대명산을 오른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올랐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다.

즐기기 위한 산행이다.


국보 제55호 법주사 팔상전

새벽 5시에 출발해서 법주사에 도착하자 아침 7시다.

먼저 지나는 길에 있는 법주사에 들렀다.

이른 시간이라서 더욱 고즈넉한 법주사 경내는 천년고찰답게 엄숙하고 경건했다.

일반 사찰들이 비교적 산중턱에 위치해있어서기 좁은 공간을 할용해야 하기때문에 비교적 옹색한 편이나 법주사는 넓은 평지에 있어서 여유롭고 풍요로워보였다.

경내를 대충 한바퀴 돌고 8시에 문장대를 향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산사의 경내만 고즈넉한게 아니었다.

휴일인데도 이른 시간이라서 넉넉한 산길도 호젓했다.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는 3km남짓의 평탄한 숲길이다.

이 길은 계곡을 끼고 나 있는 잘 닦인 산책길이라서 청아한 물소리와 함께 걷기좋은 걷기 명소이기도 하다.

5월의 첫날 아침 그 숲길은 온통 연두빛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목욕소(沐浴沼)

세조가 법주사에서 국운의 번창을 기원하는 대법회를 연 후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약사여래의 명을 받고 온 월광태자라는 미소년이 나타나 "피부병이 곧 완쾌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아니나 다를까?세조가 목욕을 마치고 보니 신기하게도 몸의 종기가 깨끗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곳을 목욕소라 부르게 되었단다.

  



호젓한 새벽길을 걸어 세심정 삼거리에 도착했다.

법주사에서 30여분만이다.

세심정(洗心停)은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을 가진 휴게소다.

속리산이 속세를 떠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속세를 떠나 마음을 씻고 안식을 찾으라는 뜻이되는 셈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600여년 전에 사용했던 세심정 절구가 있다.



하늘에 박힌 파란 별.

세심정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가면 천왕봉에 오를 수 있고,왼쪽으로 오르면 문장대가 나온다.

오늘 나는 왼쪽으로 올라 문장대와 천왕봉을 오른 후 오른쪽길로 내려올 계획이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걷기좋은 평탄한 길이 끝나고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복천암.

세심정에서 20여분의 거리에 복천암이 있다.

복천암은 세조의 스승으로 알려진 신미대사가 계셨다는 암자다.

갈 길은 멀어도 그냥 지나치기를 싫어하는 성격 탓에 연두빛에 휩싸인 호젓한 암자를 잠시 둘러보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아무튼 갈 길은 멀고 볼것은 많은 행복한 고민을 하며...





복천암을 나와 다시 아직은 호젓한 싱그러운 봄 산길을 여유작작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이런 호젓함도 얼마 가지않을 것이다.

얼마 있으면 산악회 팀들이 몰려오기 시작할 테니까, 아무튼 그때까지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할딱고개 휴게소

숨이 할딱거린다고 해서 할딱고개일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지만 좀 가파른 고개 하나를 오르니 잡화상 같은 휴게소가 나왔다.

술도 팔고 음식도 팔고 기념품도 파는 일명 '할딱고개 휴게소'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서 영업개시 전인듯 깔끔하게 정리된 흙마당이 어렸을때 시골집 마당을 연산케 했다.

마당 쓰는것도 하나의 일과였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엉뚱한 곳에서 소환한다.



산 아랫쪽은 벌써 초여름에 들어섰는데 고도가 높아지자 여기는 연분홍 산철쭉이 이제 한창이다.

연하디연한 산철쭉의 꽃을 볼때마다 나는 '평범한 나무에서 어떻게 저렇게 수수한 꽃을 피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런 분위기 있는 철쭉길도 잠시, 길은 다시 돌계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이제 산길은 더욱 거칠어지고 가파라지고 있었다.

아울러서 산의 색도 짙은 푸르름에서 생명의 색 연푸르름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계단


법주사를 출발한지 2시간 40분만에 첫번째 목적지인 문장대 정상부에 도착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정상에는 제법 많은 산객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여유롭게 즐길만 하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이 넓은 공간도 장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될것이다.




문장대(文藏臺)

오랜만에 높은 산에 올랐다.

연초 계방산등산 이후 3개월여만인것 같다.

연두빛 숲길을 걸어서인지 비교적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했는데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올라 온 듯 한 생각이 들었다.

문장대(文藏臺)는 본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하여 운장대(雲藏臺) 불렸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가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찾고보니 정상에 '삼강오륜'을 명시한 책 한권이 있었다고 한다. 

세조가 하루종일 그자리에서 그책을 읽었다고 하여 구름운(雲)를 글월문(文)으로 바꾸어 문장대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문장대에 오른다.

정상에서 다시 일부러 쌓아 올린듯 한 암봉이 이름만큼이나 신성해 보였다.

가파르게 설치된 철계단은 조금 늦으면 줄서야 오를 수 있는 계단인데  아직은 여유롭게 오를 수 있었다.

문장대는 1,033m로 속리산의 천왕봉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그렇지만 정상인 천왕봉보다 풍광이 빼어나서 속리산에서 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 봉우리이기도 하다.



문장대에서의 조망은 환상적이었다.

속리산이 왜 국립공원인지를 구구절절히 말해주고 있었다.

산 아래에는 어느덧 봄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윗쪽은 이제 초봄에 들어서고 있었다.

기암괴석 바위 사이사이에서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연두빛...

그것은 세상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을 봄의 색이었으며,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봄 풍경 이었다.




바로 앞 암봉이 관음봉이다.

그 뒤로 상학봉과 묘봉이 줄지어 서있다.



완벽한 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나니 괜히 마음이 뿌듯하다.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준비 해 온 간단한 점심까지 마치고서야 다음 목적지 천왕봉을 향해서 간다.



천혜의 비경을 뒤로하고 천왕봉으로 가는 길은 문장대의 웅장한 조망과는 다른 아기자기하고 기암괴석이 즐비한 능선길이다.



 3.4km의 능선길에는 입석대,경업대,고릴라바위,석문등이 있으며 다양한 조망도 즐길 수 있는 속리산의 속살에 해당되는 구간이다.

그러나 능선길이지만 오르내림이 심해서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는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볼만 한 능선이다.





입석대

임경업 장군이 세웠다는 입석대의 뒷모습이다.

앞모습은 400여m 내려가야 한다.

체력 관리상 그냥 뒷모습으로 만족하고 진행했다.



체력 안배를 위해서 바위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다.

순간 최종 목적지인 천왕봉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릴라 바위

영락없는 고릴라 형상을 하고 있는 고릴라 바위를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아무튼 사람의 몸은 쉬면 거짓말처럼 체력이 되살아난다.

다시말하면 쉬며쉬며 간다면 못 갈 곳이 없고, 못 오를 산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문제는 쉬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거북등바위

사실 거북등 바위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등산화 모양으로 보였다.

그러나 앞쪽에서 보면 거북등처럼 생겼다고 한다.



상고석문

속리산에는 8개의 석문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인 상고석문은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가는 길에 있다.



멀리 천왕봉.

오랜만의 산행이어서인지 허리가 좋지 않아서인지 다리에 쥐가 났다.

천왕봉 삼거리, 이제 천왕봉까지는  600m가 남았다.

천왕봉 삼거리는 문장대와 천왕봉, 그리고 하산하는 길로 나뉜다.

아쉽지만 천왕봉을 눈앞에 두고 하산길을 택했다.

지난번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체력과 시간이 맞지 않을것 같기도 하고, 속리산의 최고봉이긴 해도 다른 봉우리들에 비해서 평범한 봉우리라서 별 아쉬움없이 발길을 돌렸다.



배석대

배석대는 속리산 8대(臺)중에 하나다.

덕만공주(선덕여왕)가 나라의 번창과 왕실의 평온을 기도하고 진평왕인 아버지가 있는 경주쪽을 향해서 매일 절을 올렸다고 하여 배석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는 옆에 있는 우람한 바위가 덕만공주를 따라서 고개를 숙였는데 그 후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이 천왕봉을 향해 절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배례석이라고도 부른다.



상환석문

속리산 8대석문중에 하나로 세심정과 천왕봉 중간에 있다. 




16km를 돌아서 다시 원점에 섰다.

휴식과 점심, 사진 촬영을 포함해서 8시간만이다.




벌써 9년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때는 정상인 천왕봉만을 급히 올랐다가 내려온 기억이 난다.

문장대 코스에 비해서 밋밋한 코스이기도 했지만 계절도 애매한 시기여서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산행이었다.

각각의 산의 특성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봄 산행은 특별한것 같다.

겨울 산행도 설산이라든지 상고대가 있는 날의 산행이야 다시 없이 환상적이지만 그런 조건을 갖추기가 쉽지않고 산행도 쉽지 않은데 반해서 봄 산행은 산행하기에도 좋은 계절이고 특별한 조건도 필요없다.

오늘의 봄 속리산은 연두색으로 그린 한편의 수채화였다.

화려한 봄꽃이 많지는 않았지만 산 아랫쪽의 짙은 초록에서 부터 산 윗쪽의 연초록에 이르기까지 수십가지의 초록이 빚어낸 연두의 향연은 가히 환상적이었고 같은 연초록이지만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 그 색의 깊이가 모두 달라서 입체감 있는 한편의 연두색 수채화와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산행코스:법주사 ㅡ세심정 ㅡ복천암 ㅡ보현재 ㅡ문장대 ㅡ상고석문 ㅡ상환석문 ㅡ세심정 ㅡ법주사 ㅡ주차장(15.5km,점심,휴식포함 8시간)



ㅡ2016.05.01.속리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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