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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30. 2020

홍천강과 팔봉의 절묘한 조화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11화 홍천 팔봉산

팔봉이라는 많은 산들 중에서 유일하게 100대 명산에 들어 있는 홍천의 팔봉산. 

이름이 특이해서 더욱 가보고싶었던 산을 드디어 오늘 간다.

양평의  평화로운 초여름 강가를 지나고, 은행나무가로수가 정겨운 용문사 가는 길목을 지나는 이른 아침 팔봉산으로 가는 싱그러운 초여름 길은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창문을 열고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 드라이브를 즐기며 여유롭게 달려 2시간여만에 팔봉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초여름 팔봉산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 같았다.

여덟개의 봉우리의 빼어난 자태와 산허리를 휘감아도는 강줄기....

영락없는 동양화다.

팔봉산은 홍천강이 휘돌아가듯 감싸고 있어서 접근 할 수 있는곳이 한정되어 있다.

그 한정되어 있는 그 입구에서는 무슨 명목인지는 모르지만 입장료 1500원을 받는다.

그리고 표를 받아들고 들어가는 입구는 여기저기 여러개의 남근 모양을 한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홍천 팔봉산은 높이가 327.4m로 아주 낮은 산이다.

그러나 산이 낮다고 만만하게 보고 오르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인 산이기도 하다.

산 입구 '남근목 이야기' 표지판이 그 이유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아무튼 높이가 그리 낮은데도 100대 명산에 든 이유는 실제 산행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매표소 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급경사의 오르막 길로 이어진다.

준비운동을 할 겨를이 없이 바로 급경사를 올라야 하는것이다.

그래봐야 산세가 크지 않기때문에 30분쯤이다.



그렇게 급경사와 그럴싸한 암벽을 기어 오르다보면 팔봉산보다 더 높은 주변의 산들이 조망되고, 곧바로 1봉 정상에 다다른다.

앙증맞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정상석에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잠깐 정상 기분을 내고 다시 2봉을 향해서 간다.



1봉에서 본 2봉

1봉에서 2봉으로 가는 길은 팔봉의 까다로운 산행을 맛보기 하는 구간이다.

쇠난간을 잡고 한참을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스릴넘치는 암벽을 오르내리는 까다로운 산길은 밖에서 보는 산세와는 전혀 딴판인 산세다.



2봉 가는 길에 본 1봉 봉우리다.

그냥 보기에는 봉우리라고 할것 까지도 없을 듯 하지만 실제는 봉우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오르내림이 심하다.



2봉 정상(327m)

1봉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2봉 정상이다.

역시 귀여운 정상석을 하고 있는 2봉은 327.4m로 팔봉산의 최고봉이다.

1봉을 지나서 오를 수도 있고 1봉을 오르지 않고 곧바로 오를 수도 있다.

최고봉이지만 그렇게 거칠지 않고 1봉을 오를때처럼 힘들지도 않다.



2봉 정상에는 3부인당이 있다.

삼부인당은 3부인(婦人),이씨,김씨,홍씨의 신을 모시는 곳이라고 한다.

유래에 의하면 지금으로 부터 400여년전인 조선 선조(1590)때 팔봉산 주변의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을 빌고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예방하는 당굿을 해 오는 곳이란다.



2봉에서 본 3봉이다.

봉우리 형상으로만 본다면 높은 2봉보다 더 정상같은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2봉은 정상 답게 조망이 으뜸이다.

사방이 확트여서 거칠것 없는 조망,아이러니 하게도 327m의 낮은 산에서 주변의 강원도의 내노라하는  높은 산들을 조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2봉에서 다양한 조망을 즐기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사진 놀이를 한다.

그리고 아직도 팔봉산이 왜 힘든 산인지 알 길이 없는 여유로운 발길로 3봉을 향해서 간다.




2봉 정상에서 가야할 3봉을 다시 한 번 카메라에 담고 출발한다.




3봉도 역시 많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여정이다.

거리는 짧지만 직벽에 가까운 경사를 오르내려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마지막 철계단은 거의 90도에 가까워서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우회를 해야 할 정도다.

그래서 드디어 8봉산이 왜 힘들다고 하는지 서서히 깨닫기 시작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다시 20여분만에 3봉 정상에 올랐다.

3봉 정상은 조망이야 2봉 정상에서와 별로 다를게 없지만 하나의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제법 정상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3봉에서는 우아하게 휘돌아 흐르는 홍천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우뚝솟은 암봉으로 이루어진 3봉을 뒤로하고 다시 4봉을 향해서 간다.

3봉에서 4봉으로 가는 길은 철다리와 철계단등이 잘 설치되어 있어서 8봉 중에서 가장 쉬운 구간이다.

팔봉산의 명물인 해산굴을 통해서 오를 수도 있고 우회해서 오를 수도 있다.




해산굴

4봉 아래에는 해산굴이 있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이 굴을 통과 할때의 어려움을 산모가 아이를 낳는 고통에 비유해서 해산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여러번 빠져 나갈수록 무병장수 한다는 전설이 있어서 장수굴이라고도 한다.

구멍이 작고 기어오르는 형태의 굴이라서 뚱뚱한 사람은 구멍에 끼어서 낭패를 당할수도 있기때문에 우회하는게 뱃속이 편하다.

그래서 덩치가 큰 나도 마음 편하게 우회를 했다.




4봉 정상도 역시 암봉으로 되어있다.

3봉과 마주하고 있는 4봉 정상은  3봉과 비슷한 높이이지만 다른점은  멋진 소나무들이 주변에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4봉에서 본 3봉이다.




그래서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5봉을 향해서 간다.

3봉에서 4봉 오르는 구간이 조금 쉬웠다면 4봉에서 5봉 가는 길은 다시 팔봉산 특유의 난코스로 이어졌다.



5봉 오르는 철계단.




5봉에서 본 4봉 정상



5봉 정상.

5봉의 정상석도 다른 정상석들과 다름없이 앙증맞기는 마찮가지다.

지금까지의 4개의 봉우리들과는 달리 암봉도 작고 소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하나의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는 봉우리다.



다섯개의 봉우리를 지나는 동안 체력이 제법 많이 소모되었다.

산행을 하면서 가장 기운 빠지게 하는것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하는 V자형 등산로인데 팔봉산에서는 그런 기운 빠지는 산행을 무려 7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5봉에 이어서 나오는 6봉 정상이다.

6봉은 등산로 옆에 볼록 올라온 바위 형태로 되어있어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봉우리다.

거기에도 정상석이 역시 앙증맞게 박혀 있다.

그 정상석이 없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 밖에 없는 봉우리다.



괴사한 소나무.

팔봉산 정상마다에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특히 6봉 부근에는 예술 소나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멋진 소나무가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 소나무를 비롯한 많은 소나무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등산객들의 괴롭힙도 한 몫 하지않을까 싶다.

괴롭힘을 못 이겨서 죽은 소나무인데도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고 가만히 놔주지 않았다.



6봉을 지나 이제 7봉을 향해서 간다.

산행 시작한지 벌써 3시간째다.

6봉에서 7봉가는 길은 거리와 난이도,모두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그래서 덩달아서 체력도 떨어져가는 구간이다.

그도그럴것이 높이는 낮은 산이지만 V자형 오르내림을 5번이나 해야해서 한 번에 2,30분씩만 계산해도 결과적으로는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7봉 정상

7봉 정상에 설 때쯤이 되자 체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그래서 다시 충분한 휴식을 하고 이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8봉 정상을 향해서 간다.




7봉을 내려오는 쇠난간.

쇠난간이라기 보다도 거의 직벽에 가까워서 쇠파이프 줄이라고해야 맞는 말일것 같기도 하다.

6봉에서 7봉 가는 길과 7봉에서 8봉 가는 길은 팔봉산에서 가장 난코스다.

그중에서도 7봉에서 8봉 오르는 코스는 난이도가 압권이다.

물론 체력이 바닥 날때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도 가장 가파르고 거칠다.

그러나 사실은 8개의 봉우리중 가장 낮은 봉우리가 8봉이다.




그런데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건 7봉에서 거의 평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기때문이다.

작은 뒷산쯤의 산 하나를 다시 오르는 셈이다.








마지막 봉우리 8봉.

드디어 8개의 봉우리를 찍었다.

거의 4시간만이다.

8봉정상은 가장 낮고 가장 평범한 조망을 선사하지만 가장 힘들게 올라야 하고 가장 가파르게 내려와야 하는 봉우리다.

내가 정상에 섰을때는 내가 늦은 때문인지 다른 산객들이 중간에 이탈을 해서인지 8봉 정상은 비교적 한산했다.

그래서 옆사람에게 부탁해서 인증샷도 남겨보고 엑스트라 없는 정상석도 담는 여유를 부렸다.



팔봉에서 하산하는 쇠난간.

쇠난간에 발판까지 설치가 되어 있어서 가능한 하산길이다.


거의 직벽인 쇠파이프를 붙들고 내려서면 다시 철계단이 나온다.



그리고 철계단이 끝나면 또 쇠난간이 나오고 그 쇠난간을 내려서야 비로소 하산 완료다.

아무튼 아주 가파른 하산길이지만 계단과 쇠난간을 잘 설치해 놓아서 어렵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힘들기는 하지만 산 높이가 높지않아서 시간으로 따지면 10여분만에 하산 할 수 있다.



들머리로 돌아가는 둘레길.

홍천 팔봉산은 높이가 327m밖에 되지않은 산이지만 당당하게 100대 명산에 든 산이다.

아마도 아기자기 암봉 오르는 재미와 낮지만 조망이 빼어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산과는 다르게 한번의 산행으로 8번의 정상 정복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팔봉산은 홍천강이 휘감아 돌고 있어서 섬 산과도 같은 느낌의 산이다.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호수의 물방울이 파문을 일으키듯 사방의 산들이 팔봉산을 중심으로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다.

아무튼 높이도 높지 않고 산세도 크지 않고 생각보다 만만치도 않았지만 봉우리마다에서의 조망과 아기자기한 암봉 타는 재미는 어느 산에서도 맛볼 수 없는 팔봉산만의 매력이었다.

산행코스:등산로 입구 ㅡ1,2,3,4,5,6,7,8봉 정상 ㅡ매표소(3.5km, 휴식 사진촬영 포함 아주천천히 4시간 30분)




ㅡ2006.06.26.홍천 팔봉산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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