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12화 속리산ㅡ2
역시 봄 가을은 산이 손짓하는 계절이다.
단풍이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10월 중순이면 더욱 그렇다.
산에 가기 싫어하는 아내,그리고 산에 못 가서 안달하는 나, 우리 부부는 오늘도 치열한 밀당을 한다.
다른건 99% 내가 지지만 산에 가는것 만큼은 내가 10%쯤 이긴다.
가끔 그 10%가 100%가 되는건 산행에 대한 나의 집념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오늘도 출발 바로 전까지 치열하게 밀고당기다가 결국 내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아니 내가 이겼다기보다는 아내가 져 주었을테이지만...
그런 우여곡절 끝에 2시간 반을 운전해서 문장대 산행 기점인 법주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주차를 하자마자 간단한 준비만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법주사는 일단 패스하고 새로 조성한 세조길로 들어섰다.
호수를 끼고 새로 조성된 세조의 길에 들어서자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싱그러운 단풍잎에서 풍기는 상쾌한 가을 냄새가 산행의 의욕을 더욱 북돋아준다.
세조의 길은
단종을 죽이고 왕좌를 뺏는등의 궂은 일을 많이 했던 세조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한글 창제의 주역으로도 알려져있는 신미대사를 만나기위해서 복천암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는데 전에는 없던 길인데 새로 조성한 모양이다.
총길이 2.5km로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다.
목욕소에서 목욕을 하며 피부병을 치료하고 구국법회를 통해서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등 세조의 인간적 고뇌가 서려있는 길을 다양한 해설과 함께 조성했다.
세조의 길은 무장애길로 조성되어 남녀노소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서 세조가 몸과 마음을 치유했듯 천천히 걸으며 힐링의 시간을 갖기 좋은 길이었다.
거리는 2.5km이지만 평지에 가까워서 산책하듯 한시간쯤 걸으면 된다.
세조의 길이 끝나는 세심정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천왕봉,왼쪽으로 가면 문장대다.
이제 세조의 길이 끝나고 세조의 스승인 신미대사가 계셨다는 복천암을 지나는 길 옆에는 소나무 두그루가 한그루인듯 거대한 바위에 앉은 형상을 하고 있다.
서로 안고 있는듯한 뿌리부분을 보면서 다정한 부부가 앉아있는듯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부송'이라고 혼자만의 이름을 붙여본다.
산행이 계속될수록 서서히 물들어가는 단풍 풍경이 펼쳐졌다.
햇빛을 받아서 반투명 붉은 단풍이 가쁜 숨을 잠시 고르라고 한다.
올해 첫 단풍을 구경하는 셈이다.
파란 하늘의 흰구름 바탕에 빨강과 파랑,노랑의 단풍이 수놓은듯 아름답다.
역시 단풍은 역광으로 봐야지 최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처럼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싱그러움과 어우러진 단풍을 좋아한다.
문장대 정상 1km전방이다.
속리산 문장대코스는 5.8km다.
그 구간에 이런 휴게소가 무려 5곳이나 있다.
나도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을 했을 정도로 유익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국립공원 깊숙한 곳에 버젓히 술까지 파는 음식점이 난립할수 있게 된것인지는 의문이다.
마지막 휴게소인 냉천골 휴게소를 지나면서 등산로는 급격히 가파라졌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아내가 난이도가 높은 구간에 들어서면서 나더러 먼저 올라가라고 한다.
힘이 부치기는 나도 마찮가지이지만 조금 먼저 올라가서 사진찍는 시간을 갖는게 낫겠다는 생각에 먼저 오른다.
이제 정말 마지막 직벽에 가까운 돌계단이다.
올라도 올라도 끝이 없을것 같은 오르막도 오르고 또 오르니 파란 하늘이 나왔다.
그 마지막은 나무계단이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오르다보니 다시 젖먹던 힘이 솟는다.
정상부에 올라서자 축하의 박수갈채라도 보내는듯 다이나믹한 구름풍경이 펼쳐졌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화려한 풍경위로 파아란 하늘과 흰구름이 어우러진 천상의 풍경을 앞에두고 먼저 오른 산객들이 올라오는 수고로움은 벌써 잊은듯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고생한 보상이라도 받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려니 어느새 아내가 올라온다.
사실 허리상태도 별로 좋지않고 요근래 산행도 하지않아서 중간에 포기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온 것이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정상부의 단풍은 푸른 하늘과 다이나믹한 흰구름이 어우러져서 사진찍기에 최적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우리도그 풍경을 앞에 두고 여유로운 점심을 먹는다.
오랜만에 산정에서 먹는 점심이다.
4시간만에 5.8km를 걸어올라와서 먹는 점심이다.
꿀맛이 아닐리가 없다.
점심을 먹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문장대에 오른다.
문장대의 상부는 예상했던대로 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문장대에 올라선 순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장관 앞에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문장대를 가운데 두고 물결치듯 빙둘러싸인 기기묘묘한 암봉 사이사이에 울긋불긋 단풍꽃이라도 핀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한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감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문장대(文藏臺)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는듯 하다고하여 구름운(雲)자를 써서 雲장대라 하였으나,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때 꿈속에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것" 이라는 말을 듣고 이곳을 찾았는데 정상에 삼강오륜을 명시한 책 한 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종일 글을 읽었다하여 文장대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문장대는 마치 일부러 만들어 놓은 전망대처럼 정상에서 다시 우뚝 솟은 형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꼭대기에 올라서면 사방팔방이 거칠것 없이 조망된다.
거기에다 그 각방향마다의 조망이 다양한 특색을 가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북쪽으로는 관음봉과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신비감을 더해주고, 동쪽으로는 겹겹이 에워쌓인 산그리메가 가슴이 뻥 뚫리게 했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아름다운 단풍과 어우러진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바위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고, 다시 남서쪽으로는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을 비롯한 속리산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눈을 뗄수없는 멋진 풍경들을 앞에 두고 돌아서야 할 시간...
언제나 돌아서는 기분은 서운하기 마련이다.
그림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 어찌 서운하지 않을까?
그러나 돌아설때는 돌아서야 하는게 인생이다.
그 서운함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든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쯤 더 늦은 시간이다.
하산은 2시간여만에 끝났다.
숙소로 예약되어있는 영덕까지 갈길이 멀어서 서두른 결과다.
이번 속리산 산행은 거의 1년만에 오른 높은 산이다.
한달에 한두번은 오르던 높은 산인데 오랜만에 오르려니 사실 나도 좀 망설여졌었다.
거기에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랐지만 결과는 대 만족이다.
생각보다 잘 따라와준 아내 덕분인데 아내는 만족했을련지 모르겠다....
문장대는 높이가 1,054m로 최고봉인 천왕봉보다는 조금 낮지만 명실공히 속리산 최고의 산행지다.
산행거리도 5.8km이지만 3km쯤이 평지나 다름없는 산책로 수준이라서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어느새 정상에 설 수 있다.
산행코스:법주사탐방지원센터 ㅡ법주사 ㅡ태평휴게소 ㅡ세심정 ㅡ낸천휴게소 ㅡ문장대 ㅡ원점회귀(왕복 11.6km 점심,휴식 포함 6시간 30분)
ㅡ2019.10.19.속리산 문장대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