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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꽃물, 분홍 꽃길, 천상의 화원 비슬산.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32화 비슬산

by 그리고

15~6년전쯤 산악회를 따라서 갔던 비슬산을 다시 간다.

아들과 함께했던 그때는 4월 말경이었는데 추워서 참꽃이 전혀 개화하지 않았었다.

무박산행이라서 새벽에 오르기 시작한 산행.

그런데 꽃은 커녕 추워서 혼만 났던 기억만 있다.

이번에도 역시 대중교통 이용하기 .

광명역까지 승용차 ㅡ동대구역까지 ktxㅡ유가사까지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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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이른 시간에 비슬산의 보편적 들머리인 유가사에 도착했다.

산행에 앞서 우선 유가사 경내 관람을 한다.

유가사에는 근래에 조성한 돌탑군이 있다.

108기의 돌탑이라는데 여기저기 산재해 있고 오래된 멋이 없어서 별 감흥은 없었다.

2011년에 세웠다고 하는데 정말 정성이 들어갔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나는 사실 이런 정형화된 탑보다도 길가에 주섬주섬 올려놓은 돌무덤에서 오히려 더 많은 감흥을 받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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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천왕봉 아래 자리잡은 유가사는 불교의 유가종 총본산이라고 한다.

신라 흥덕왕 2년(827년)에 도성국사에 의해서 창건되었으며 비슬산의 암석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구슬(瑜)과 부처의 형상을 닮았다하여 유가사(瑜伽寺)라 명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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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년이 넘는 도량답게 곳곳에 고즈넉한 분위가가 베어있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좀 어수선했다.

새로 단장하고 조성한 부분들이 옛 건물들과 조화가 잘 되지않는듯한 느낌이랄까...



유가사에서 등산로에 들어서면 20여분쯤 걷기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20여분을 워밍업하듯 걷다보면 다시 돌계단 같은 거친길이 나오고 거친길을 30여분 오르고나면 이번에는 다시 가파른 흙길이 나온다.

그 가파른 흙길 오르기가 약간 지루해질 무렵 비로소 확트인 전망과 진달래 군락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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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기암괴석의 암벽과 산림욕장쪽 계곡 그리고 왼쪽으로는 광활한 분지형 진달래화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너른 평야와 같은 분지형 진달래 군락지.

숨이 멎을것 같은 황홀경이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진달래군락지답게 광활하고 화려했다.



가야할 능선길이다.

여기서부터는 그 화려한 분홍의 향연을 즐기며 쉬엄쉬엄 능선길을 걸으면 된다.



뿐만아니라 능선길의 왼쪽과 오른쪽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왼쪽이 부드럽고 화려한 참꽃 군락지라면 오른쪽은 기암괴석의 거칠고 가파른 절벽이다.

그 부드러운 아름다움과 거친 멋짐을 한 눈에 보는 즐거움.

비슬산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위험한 휴식이거나 특별한 휴식이거나.

아슬아슬한 바위 위.

그것도 금방 떨어져 나갈것 같은 조각난 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아슬아슬 스릴 있어 보이기도 하고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뽀뽀바위라는데....

방향이 틀렸나보다.



그리고 다시 '소원바위'라는데 이름만 있고 왜 소원바위인지는 설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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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바위'

왕관바위는 그럴듯 했다.



눈이 바쁘다 바빠.

화려한 진달래 화원을 보랴, 멋진 기암괴석을 보랴...



형제바위

아무튼 참 독특한 산이다.

말 그대로 꽃구경과 멋진 바위 구경, 일석이조의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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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사지.

9세기경 신라 헌덕왕때 창건된 절터다.

주춧돌과 높이 6m 길이 30m 가량의 석축은 방 크기 정도의 돌로 쌓았는데 천년이 지났음에도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흩어진 삼층석탑은 1988년에 달성군에서 복원하였다.

당나라 문종이 절 지을 곳을 찾던중 하루는 세숫물 대야에 아름다운 경관이 나타났다.

그곳이 바로 비슬산 주봉에서 1㎞정도 떨어진 이곳으로 대국에서 보였던 절터라 하여 大見寺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ㅡ달성군 홈페이지 인용 ㅡ



해발 1000여m가 넘는 이곳에 다시 옛절을 복원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수선 하지만 천혜의 절터인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15년전 산행때 유일하게 또렷이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비슬산 암괴류.

비슬산 암괴류는 천연기념물 제 435호로 지정되어있다.

암괴류란 큰 자갈 혹은 바위크기의 둥글거나 각진 암석덩어리들이 집단적으로 산 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한다고 한다.



대견사지 마애불

대견사터를 나와 이제 본격적인 꽃산행을 한다.

눈길만 돌렸을 뿐인데 꽃세상.

전혀 다른 세상,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워낙 평평한 분지라서 말이 산행이지 뭐 평지에 조성된 꽃 공원 같은 느낌의 산행이다.



천상의 꽃길이다.

1000m급 산정에 이런 꽃길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싫증나지 않는 길이다.

아침에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돌아가는 열차 시간까지의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지만.....

군락지 중심부에 데크길을 설치해서 걷기 좋게 만들어 놓은 길은 보는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비슬산 정상 천왕봉

높이가 1083m인 비슬산은 (琵瑟山."비파 비(琵) 거문고 슬(瑟))") 정상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다른 설에 의하면 비슬이란 말이 인도의 범어의 발음 그대로 음으로 표기한 것이라고도 하며, 비슬의 한자 뜻이 포라고 해서 일명 포산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란 이런 것.

진달래 명산인 영취산이나 강화의 고려산은 산등성이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입체감이 있기때문에 사진으로 담기에는 좋지만 이곳처럼 광활한 맛은 없다.

그러나 이곳 비슬산은 농사를 지어도 될정도의 분지형의 광활한 면적에 진달래가 온통 군락을 이뤄서 천상의 화원을 연상케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 천상화원을 뒤로하고 아쉬운 하산길에 든다.

하산은 다시 마령재를 지나 수성골 유가사로 한다.



유가사에서 본 대견봉(정상)

열차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정상은 우회해서 하산했다.

30여분이면 올라갔다 올 수 있었는데 ....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충분했는데 아쉬운 결정이었다.



하산완료.

비슬산은 1000m급 산이지만 특별히 험하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진달래로 너무 많이 알려져 있어서 다른면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진달래 못지않게 대견사터 좌우의 기암괴석도 특이하고 아름다운 산이었다.

아니 어쩌면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진달래 풍경보다도 더 멋진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산행코스:유가사 ㅡ수성골 ㅡ팔각정 ㅡ대견사터 ㅡ진달래군락지 ㅡ마령재 ㅡ수성골 ㅡ유가사(휴식시간 포함 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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