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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 금오산에 오르다.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산행기 제31화 금오산

by 그리고

2012년 갈비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었다.

그 부상에서 회복된 후 첫 산행지를 구미의 금오산으로 택하기까지 고심이 많았다.

아직 체력점검이 않된 상태에서 원정산행이 무리가 아닐까 하는 걱정과 오랜만에 100대명산에 대한 욕심 사이, 그리고 산악회를 따라갈것인가 단독 산행을 할것인가에 대한 고심을 해야했다.

산악회를 따라가면 오고 가는데는 편하겠지만 체력이 단체행동에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중교통이 편한 구미의 금오산을 단독산행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광명역까지 승용차,구미.김천역까지는 ktx,다시 구미역까지 버스,구미역에서 금오산까지 택시 ㅡ

거기에 직통이 매진되는 바람에 대전에서 환승을 해야했고 ktx역에서 구미역까지 버스가 자주 없어서 40여분을 기다려야했다.

올라오는 여정은 더욱 힘들었다.

표를 구하지 못해서 대전까지 2시간 가까이를 입석으로 와야했다.

'결론은 역시 대중교통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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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들판 한가운데 들어선 김천ktx역에서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며 보편적인 금오산 산행의 들머리인 금오산관리사무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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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에 있는 채미정.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이라는 금오산에는 역사적,불교적 유물과 유적이 많았다.

채미정은 야은 길재의 충정을 추모하기위한 정자로 조선 영조 44년 1768년에 건립했다고 한다.

주차장을 지나 등산로 오른쪽 양지바른 곳에 있다.

앞쪽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다리로 연결되어있는데 금오산 정상이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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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정

정자는 다른 정자와 달리 가운데에 방이 있고 정자외에도 사당과 부속건물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채미(採微)란 중국의 충신 백이,숙제가 고사리를 캐며 살았다는 비유에서 명명한 이름이란다.

야은 길재 선생이 고려의 신하로서 조선의 왕을 모실 수 없다며 낙향한 충절을 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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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미정을 지나면 정겨운 소나무숲길이 21세기 돌탑군과 금오산성까지 이어진다.



21세기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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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동학.

명필가 고산 황기로가 쓴것으로 '금오산은 깊고 그윽한 절경'이라는 뜻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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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동학이라 쓰여진 바위를 지나 비교적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금오산성이 앞을 가로 막는다.

금오산성은 금오산 정상부와 계곡에 이중으로 축조한 산성이다.

내성이 2700m 외성이 3700m로 높이는 지형에따라 1~3m정도이며 고려시대 이전에 축조된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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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경관과 역사의 흔적,그리고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천천히 오르다 보면 아담하지만 왠지 좋은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 드는 해운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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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말 도선국사가 창건하고 야은 길재가 은거했다고 하는 해운사는 아주 아담하면서도 정갈한 천년 고찰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워지고 있어서인지 형형색색의 연등이 정연하게 걸려있고 단청을 새로 했는데 다른 사찰과 달리 문양이 작으면서 화려해서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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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뒤쪽으로 도선국사와 길재가 은거했다는 도선굴이 있고 조금 더 오르면 아름다운 대혜폭포가 나온다.

높이28m의 대혜폭포는 떨어지는 물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하여 명금폭포로도 불리는데 이날은 수량이 그리 많지않아서 웅장한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그 위용은 짐작이 갔다.



수량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휴식을 겸해서 몇장 담아 본다.

적정한 높이와 주변 풍광이 폭포 사진 찍기에 최적화 되어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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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가파라서 숨이 할딱거린다는 '할딱고개'을 지나 어느 한 지점에서 바라본 정상쪽 모습이다.

이제 막 연두색 새옷을 입은 봉우리가 아름답다.

저 풍경에 취해서 한참을 쉬면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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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을 지나 30여분쯤 더 오르면 정상이 나온다.

정상부근엔 아직도 진달래가 만개해 있었다.

하지만 정상엔 송신탑이 있어서 별로 볼거리가 없다.

오른쪽으로 더 돌아가면 오형돌탑이 있고,좌측으로 내려가면 약사암이다

이곳들이 정상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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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산 정상 현월봉이다.

정상인 현월봉(懸月峯)은 해발 976m다.

그외에도 현월봉 북동쪽의 암석 봉우리인 약사봉(藥師峯)958m, '용비늘 바위'로 불리는 암봉으로 구미시 원남동에서 보면 가장 높게 보이며 영남팔경 중 일경으로 불린다는 보봉(普峯)이 933m, 남봉(南峯)873m, 서봉(西峯)851m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유래에의하면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대본산(大本山)이었는데 고려시대에는 중국의 황하강 유역 하남성(河南省)에 중국 오악(五嶽) 중의 하나로 유명한 숭산(嵩山)과 생김새가 흡사하다하여 남숭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금오산(金烏山)이라는 이름은 어느 날 이곳을 지나던 아도(阿道)가 저녁놀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이름짓고, 태양의 정기를 받은 명산(名山)이라고 한데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외에도 금오산은 참 많은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선산 방면에서 보면 상봉(上峯)이 흡사 붓끝 같다고 해서 필봉(筆峯), 김천방면에서 보면 부잣집 노적가리 같다고 해서 노적봉(露積峯), 구미시 인동 방면에서 보면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와불산(臥佛山), 귀인이 관(冠)을 쓰고 있는 모습 같다 해서 귀봉(貴峯), 마치 거인이 누워 있는 모습같다고 해서 거인산(巨人山), 김천시 개령면 방면에서 보면 큰 도둑이 무엇을 훔치려고 숨어서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적봉(賊峯), 성주군 방면에서 보면 여인네가 산발한 모습 같다고 해서 음봉(淫峯)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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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봉아래에는 신라시대에 창건했다는 약사암이 있다.

협소한 암벽밑에 있을건 다 있다.

약사전,삼성각,일주문,요사채에 종각까지.

무엇보다도 여기서 보는 경치가 기막히다.



정상부와 종각이 어우러진 모습,구미시내 전경등 조망이 일품인 약사암 경내에서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하산은 반대쪽 법성사쪽으로 한다.



눈을 뗄수 없는 풍경을 뒤로하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하산길에 내려다보이는 김천시 전경이다.

한 국가의 도읍지로도 손색이 없을것 같은 지리적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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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진달래와 눈맞춤하며 하산하는 길.

산객이 아무도 없다.

휴일 산행인데 이렇게 호젓한 산행을 할 수 있다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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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연두의 세상.

극락이나 천당이 있다면 연두의 세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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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연한 분홍의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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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암에서 법성사까지 하산하는 내내 경치도 좋고 간간이 반겨주는 산철쭉과 산꽃들 때문에 지루할 만한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힘든 줄 모르고 하산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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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지점에 있는 1960년대에 창건했다는 법성사는 규모는 좀 커보이는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나에게 금오산은 그동안 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본 들판 한가운데 우뚝솟은 듯한 평범한 산이었다.

그렇지만 의외로 역사와 불교유적 그리고 명승지의 이야기가 있는 아름다운 명산이라는걸 알게 된 산행이었다.


산행코스,: 관리사무소 -> 케이블카시점 -> 금오산성 -> 대혜폭포 -> 정상 ->약사암 -> 법성사(사진촬영,식사시간 포함5시간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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