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 40 화 지리산 4
벌써 4년전 이야기다.
스페인 여행에서 12일만에 돌아오니 그 많던 봄 꽃들이 모두 끝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철쭉이 마지막 이쁜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그나마 꽃 갈증을 풀기 위해서 아내와 나는 여독이 풀리지 않은 몸을 이끌고 지리산 바래봉으로 향했다.
광명역 05시35분 ㅡ남원역 07시 25분.
새로 이전한 남원역에는 상권이 전혀 형성되지 않아서 택시로 시내로 이동했다.
콩나물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택시로 바래봉 주차장까지 가야했다.
택시비 19,000원
용산리 바래봉 주차장에서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이런 길이다.
완만한 경사지만 볼거리가 없고 단조로운 길을 3km이상을 걸어야 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길이다.
운봉 들녘.
그렇게 지루하고 힘든 오르막이 끝나면 나오는 첫 조망이다.
연무때문에 쨍하지는 않지만 바래봉 올라가는 동안 계속 조망되는 아름다운 들녘이다.
바래봉 삼거리.
주차장에서 가파르고 지루한 길을 1시간 30여분 오르면 나오는 바래봉과 팔랑치로 나뉘는 삼거리다.
여기서 바래봉정상까지는 600m다.
정상부는 아직 개화가 안된 상태라서 그냥 팔랑치쪽으로 진행 한다.
팔랑치는 철쭉군락지로 유명한 봉우리다.
팔랑치 가는 길이다.
일부러 조성한 길이겠지만 조팝나무꽃과 분홍 철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꽃길이다.
산위에서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더 특별한 감흥에 젖을 수 있는 길이다.
말 그대로 꽃길이다.
고도 1000m에서 이런 꽃길을 걸을 수 있는곳.
바래봉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바래봉만의 독특한 꽃구름.
그 꽃구름 사이를 구름에 달 가듯이 산객들이 걷는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오늘 첫번째 목적지 팔랑치가 가까워질수록 철쭉은 더 화려해지고 있었다.
쉬엄쉬엄 꽃구름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팔랑치가 올려다 보인다.
팔랑치는 바래봉 철쭉코스 중에서 가장 화려한 곳이다.
아직 만개상태는 아니고 80%정도의 개화 상태지만 뭉개뭉개 피어있는 철쭉과 하늘의 뭉개구름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에 사람 구름까지.
팔랑치를 비롯한 정령치, 성삼재등의 지명에 관한 전설은 이렇다.
옛날 삼한시대에 적군에 쫓기던 마한 왕이 지리산 심원계곡에 궁을 지었다.
달궁이다.
마한 왕은 주변의 요충지마다 장수를 보내 적의 침입을 막도록 했다.
그래서 정씨 성을 가진 장군에게 맞긴 봉우리는 정령치, 황씨 장군에게 맞긴 봉우리를 황령치.
장군 셋을 보낸 곳을 성이 다른 세명의 장수라는 뜻의 성삼재.
그중에 8명의 장수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다하여 이곳을 팔랑치라 했다고 한다.
뭉개구름,꽃구름,사람구름.
참으로 아름다운 조화다.
흰구름 아래 꽃구름.
다시 그 꽃구름 위해 사람구름.
마치 이상향의 세계인듯 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뒤돌아 본 지나왔던 길이다.
아무튼 지리산 바래봉은 초반 3km쯤만 빡세게 오르고나면 꽃구름을 걷는 기분으로 산책하면 된다.
이제 산객들은 꽃 속에 파묻혔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어차피 산상에서의 꽃구경은 100%라는 것은 없다.
아랫쪽이 만개하면 윗쪽은 덜 핀 상태이고 윗쪽이 만개하면 아랫쪽이 시들어 버린다.
고도의 차이 때문이다.
지리산 바래봉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의외의 사건때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고산으로 숲이 울창하였다.
그러다 1971년 한국·호주 시범 면양목장을 설치 운영하면서 689ha(2,067천평)의 규모에 면양을 방목하였다.
초식동물인 면양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버리자 자연적으로 철쭉만 남아 군락이 형성되었고, 이후 지방자치단체에서 철쭉군락지로 특화한 결과라고 한다.
바래봉 철쭉은 황매산이나 다른 산의 철쭉군락지처럼 광활하지는 않지만 참 정감이 있다.
능선길 주위에 꽃구름처럼 뭉개뭉개 피어있는 모습은 가까이서 보다 멀리 내려다보거나 올려다 보는 모습이 훨씬 아름답다.
꽃구름과 연초록 초원의 여백,그리고 형형색색 사람 구름과 파란 하늘의 흰구름까지.
사람들이 꽃구름을 타고 다니는 느낌의 팔랑치 정상의 풍경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아내가 점심 상을 차렸다.
상추 쌈밥.
산상의 꽃그늘 아래서의 상추 쌈은 말 그대로 꿀맛이었다.
바래봉 꽃 산행의 특별함은 산상에서 즐기는 꽃길 산책이다.
팔랑치에서 바래봉 정상까지 1km남짓의 거리는 오솔길 수준의 흙길이다.
그래서 등산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트레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마도 산상에서 이렇게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은 바래봉이 유일할것 같다.
그래서 이맘때면 산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바래봉의 가장 단점이라면 바로 그 점이다.
이제 갔던길을 되돌아 바래봉 정상으로 간다.
바래봉은 팔랑치보다 200여m 고도가 더 높다.
그 작은 차이지만 이곳의 철쭉은 아예 아직 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인증샷 담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정상석을 담을 수가 없다.
높이가 1,165m의 바래봉은 본래 발산(鉢山)이었다.
이후 봉우리 모양이 승려들의 밥그릇인 바리를 엎어놓은 모습 같다고 해서 바래봉으로 불리게 되었단다.
또 속칭 삿갓봉이라고도 하는데 삿갓봉은 승려들이 쓰고 다니던 삿갓 모양과 같은데서 유래되었다.
하산은 월평 마을로 한다.
새로운 길로 가보자는 생각에 올라왔던 반대쪽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고 길은 험했다.
거기에다 거리까지 멀었다.
길인듯 아닌듯한 산길 5km를 힘들게 내려오니 휴양림 하나가 나왔다.
흥부골 휴양림이라는데 규모도 크고 괜찮은 곳 같은데도 이용자가 없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어서 휴장을 하고 있는것인지 문을 닫은 것인지.
확실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가 아닌 길은 피하는게 좋다.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 하산길이었다.
하산 해서도 교통편이 걱정이었는데 좀 많이 걸어나오기는 했지만 그나마도 좀 다행인것은
시골 버스가 있어서 남원시내까지는 수월하게 올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산행코스:용산리 주차장 ㅡ바래봉 삼거리 ㅡ팔랑치 ㅡ바래봉 삼거리 ㅡ바래봉 정상 ㅡ덕두봉 ㅡ흥부골 휴양림(12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