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40화 지리산 2
지리산은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등 3개도,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구례군, 남원시등 5개 시군에 걸쳐있는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하는 산이다.
특히 그 지리산 종주는 화엄사에서 천왕봉까지 또는 성삼재에서 천왕봉까지의 장장 29km의 긴 거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코스인 지리산 종주는 우리나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쉽지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나도 두번 도전해서 한 번 성공한 셈이다.
형제바위.
연화천대피소를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은 종주코스의 중간쯤으로 적당한 난이도와 보통의 경치를 선사하는 구간이다.
또한 어두운 새벽에 출발한 산행이 12시간째 계속되면서 서서히 체력의 한계점에 다다르는 구간이기도 하다.
형제봉의 형제바위는 지리산에서 보기 쉽지않은 거대한 바위 봉우리다.
바위틈에 위태롭게 자리잡은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형제봉 바위에는 여승과 신도들인듯한 사람들이 올라가서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나와 아들도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형제바위를 앞에 두고 잠시 쉬어간다.
벽소령산장을 지나면서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구간을 지난다.
그런데 야생화를 찍느라고 스틱을 잠깐 옆에 세워놨다가 깜빡하고 그냥 와 버렸다.
산장에서 음료수 하나를 사서 마시다가 스틱이 생각나서 바로 갔는데 벌써 누군가 가져가고 없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착하다는데.
여기까지 온 사람중에서 손버릇이 나쁜사람이 있다는것이 나를 실망시켰다.
하긴 욕심 때문에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내일 하산할때 필요할텐데 걱정이다.
덕평봉 선비셈을 지나 칠선봉을 넘는데 아들이 힘들어 한다.
젊은피 답게 초반에는 줄곧 앞서가더니 13시간째 산행이 이어지자 지친 모양이다.
사실 아들과의 이번 지리산 종주는 나의 술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군대 입영 날짜를 잡아 놓은 아들에게
"야 군대가면 체력이 엄청 중요해!"
"그러겠지요"
"체력도 기를 겸 아빠랑 지리산 종주 한 번 할래?"
"헉! 생각 해볼께요."
그 후 몇일 있다가 아들이 답을 했다.
"한 번 해볼께요."
내 술수(?)에 걸려든 불쌍한 우리 아들.
그래도 군대생활 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석산장부근 야생화 자생지.
세석산장이 가까워지면서 야생화는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다양한 색의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어우러져 천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지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는듯이 눈인사를 건네는 해질녁 산상의 화원은 잊을 수 없는 지리산의 풍경중 하나였다.
해질녘 운무에 휩싸인 세석산장이다.
참으로 많이도 왔다.
23km를 걸은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3.4km를 더가야 오늘 산행의 끝이다.
우리처럼 일반인은 여기까지가 1박하기에 적당한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장터목산장을 예약했기때문에 거기까지 더 가야했다.
갈길이 바쁜 우리는 세석산장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오늘 숙박이 예약되어 있는 장터목 산장을 향해서 출발 했다.
장터목산장 가는 길이다.
처음엔 이렇게 좋았으나 촛대봉을 넘어서자마자 다시 험로였다.
여기서 산장에 전화를 했더니 저녁7시까지 오란다.
이대로 가다가는 밤 9시에나 도착할것같아서 빠른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가지않아서 어둠이 밀려오고 다리도 후들후들,배도 고프고.
그래도 초인적으로 걸었다.
기진맥진....
인간의 초인력은 정말 있는것같다는 생각이들었다.
어둠이 밀려오고 그렇게해서 장터목 산장에 도착한 시간이 밤 8시40분.
그때 안내방송이 나왔다.
9시에 소등이란다.
부랴부랴 침실 배정을 받고 라면에 햇반으로 요기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밤10시30분쯤 눕자마자 세상모르고 잠이 들었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새벽 3시에 일어나야되는데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을 하며 잠에 들었다.
그런데 다행히 배꼽시계는 참으로 신기했다.
알람도 없는데 정확히 2시 50분에 잠이 깼다.
아들을 깨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곤히 자는 모습이 안스러워서 그냥 혼자 주섬주섬 배낭을 꾸리고 나섰다.
물병에 물을 준비하고 03시20분에 천왕봉을 향해 출발.
1시간 남짓이면 오를 수있다는데 나는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져서 추가로 1시간을 더 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벌써 오르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러있었다.
가느다란 후레쉬 불빛이 첩첩산중 지리산자락의 칠흑 같은 밤을 뚫고 길을 만들어 주었다.
장터목산장에서 500m쯤 오르는 동안 벌써 어젯밤 휴식이 다 바닥나버린 느낌이다.
거의 기어가다시피 어둠을 뚫고 오르는 동안 여명이 밝아오기시작 했다.
그렇게 얼마를 올랐을까?
드디어 천왕봉의 웅장한모습이 어슴프레 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새벽05시20분.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일출 감상하기에 좋은 자리를 잡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빨갛게 빨갛게 달구어지고.
나도 카메라 삼각대 설치하기에 좋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유명한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다.
일출의 장관,천왕봉정상의 장관,지리산운해의 장관....말 그대로 감개무량이다.
3대를 덕을 쌓아야 볼 수있다는 일출을 보는 기쁨을 어찌 표현을 해야할까?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지고 붉은 태양은 붉은 구름사이를 뚫고 광활한 지리산골짜기 구석구석을 비추기시작했다.
2008년08월31일 지리산 천왕봉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해가 솟는 반대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또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역시 유명한 지리산 천왕봉의 운해다.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고해서 지리산(智異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지리산의 최고봉 천왕봉은 높이가 1,915m로 한라산에 이어 남한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감동, 감격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고 눈에 담고 마음에 담기를 반복했다.
그러고서야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오를땐 어둠때문에 보지못했던 풍광들이 따스한 아침햇살에 아름다운 모습들을 선사했다.
제석봉 고사목지대를 지난다.
오를땐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천왕봉으로 통하는 제석봉구간은 야생화와 초원,그리고 고사목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구간이다.
사실 지금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제석봉의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사연은 좀 서글프다.
원래 이곳 제석봉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의 군락지였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고 불을 질렀기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아들이 자고 있을 장터목 대피소에 내려왔다.
이렇게 높은곳에서 장이 섯다니.
장터목산장에서 준비해간 찌게거리로 참치찌게를 끓였다.
감자와 양파,김치를 넣고 끓였더니 아들이 진짜 맛있단다.
오랜만에 성대한 아침을 먹고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은 중산리를 택했다.
별로 볼거리 즐길거리없는 최단 하산길이다.
4시간 남진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약간 지루한 가파른하산길.
잃어버린 스틱생각이 간절하다.
스틱이 있으면 한결 좋은 하산길이었을 텐데 아쉽다.
지루한 하산 끝에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침내 지리산종주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다.
대견한 아들.
역시 대견한 나.
12시40분 대장정의 끝은 성취감과 안도감으로 충만되었다.
냉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갈증을 달래고 이제 올라가는 차편 찾느라고 동분서주한다.
정상 교통편은 진주까지 버스로 이동,진주에서 고속버스로 동서울.동서울에서 택시로 안산이다.
그래서 혹시나 산악회버스의 여유자석이 있는지 알아본다.
마침 유명산악회도움으로 신갈까지 이동, 신갈에서 택시로 집까지 왔다.
그렇게 성공적인 지리산종주의 대단원이 끝났다.
종주코스:성삼재(03시20분출발)-노고산장 -4Km- 임걸령 -3.5Km- 노루목(아침06시) -0.5Km- 삼도봉 -2Km- 화개재 -2Km- 토끼봉 -3Km- 총각샘 -3Km- 연하천산장(11시20분,점심) -1Km- 삼각고지 -5Km- 구벽소령 -2Km- 신벽소령 -4Km- 선비샘 -5.5Km- 영신 -0.5Km- 세석산장(18시30분) -1Km- 촛대봉 -3.5Km- 연하봉 -5.5Km- 장터목(20:40 저녁,숙박:2일차 03:30분출발) -0.7Km- 제석봉 -1.8Km- 통천문 -0.5Km- 천왕봉(05:20정상)
교통편:수원역 무궁화호 22:18분출발 구레구역02:22분도착 ㅡ택시1인당10,000원 ㅡ성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