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고 Mar 20. 2020

오봉에 꽃피다.

산림청선정 100대명 산행기 2화 도봉산ㅡ 3

오봉은 도봉산에 속해있는 봉우리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도봉산의 주 능선에서 서북쪽으로 많이 벗어나 북한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봉우리로 여성봉과 더불어서 별개의 산처럼 느껴지는 봉우리다. 

오봉을 오를 수 있는 주 산행 기점은 우이동과 송추유원지다.

그중에 나는 접근성이 좋은 송추쪽에서 주로 오른다.



오봉과 여성봉

오늘도 여느때처럼 송추유원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전에는 주차 전쟁을 해야 했는데 요즘은 무질서한 유원지를 정돈하면서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한 덕분에 주차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12시 30분 주차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여성봉에서 본 오봉능선

북한산국립공원 여성봉 탐방안내소를 지나 산길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4월의 봄내음에 기분이 순간적으로 상쾌해 졌다.

4월의 봄내음은 세상에서 가장 싱그러운 내음이다.

그 싱그러움이 가득한 여성봉 등산로 초입에는 벌써 진달래는 지고 연분홍 철쭉이 하늘하늘 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분홍 철쭉이 하늘거리는 산길을 상쾌한 기분으로 오르기 시작한지 1시간여만에 여성봉에 도착했다.

생긴것이 여성스러워서 여성봉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여성봉 상부의 암봉은 이름처럼 영락없는 여성의 은밀한 곳을 닮았다.

처음에 여성봉이라고 해서 뭐 여성스럽게 생겼거니 상상했는데 의외의 모습에 좀 남사스럽게 느끼기도 했지만 자주 다니다보니 그냥 그렇고 느런 느낌밖에 없다.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산악회에서 단체로 오는 사람들에게는  단골 음담패설의 소재가 되곤 한다.

그중에 언젠가 우연히 들은 재미나는 음담 하나 ㅡ

  "ㅇㅇ야! 가까이 가지마 흥분되니까!!"




요상하게 생겼다고 해야 할까?

예술적으로 생겼다고 해야 할까?...

일부러 조각이라도 해 놓은듯한 예술적인 생김새 그리고 소나무는 또 어떻게 그 바위덩어리에 자리잡고 살아갈까?

그러나 여성봉의 생김새 보다도 더 좋은건 여성봉에서 보는 남성스런 오봉의 빼어난 조망이다.

전설에 의하면 여성봉은 여성을 상징하고 오봉은 남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여성봉에 대한 전설은 이렇다.   


'475년경 긴머리의 한 처자가 한강변에서 맑고 구슬픈 피리를 불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피리소리와   긴머리가 춤추는듯 아름다운 처자였다.

얼마 후 그 피리소리를 듣고 씩씩하고 결연한 모습의 한 청년이 찾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떠나간다.

고구려의 침범에 맞서 백제를 지키고자 싸움터로 나선 것이다. 

그 후 청년은 개로왕이 전사하던 한성 싸움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백제는 왕을 잃은 치욕을 씻고자 재건을 꿈꾸면서 477년경 웅진으로 도읍을 옮기는데.

오랜 삶의  터전인 한강유역을 떠나기 아쉬운 처자는 부모와 함께 고구려의 손길을 피해 도봉산 깊숙히 숨어들었다.

그리고 알아 줄 사람없는 젊음과 아름다움을 애태우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서른 중반의 나이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상의 옥황상제가 무수한 세월동안 남정네의 사랑을 받으라고 처자의 죽은해인 495년을 기념하여 495m높이의 바위로 환생 시킨것이 바로 여성봉이란다.'


삼각산(북한산 백운대.인수봉.만경대)

사실이든 아니든 정말 그럴싸한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것이 사실이니까....

여성봉은 오봉 오르는 길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어서 쉬어가는 쉼터 역활을 한다.

나도 여성봉 아래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오봉을 향해 길을 나선다.



 

여성봉에서 오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길로 이어져 있어서 오솔길 느낌의 산길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길 양쪽으로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해서 말 그대로 꽃 길 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의 꽃길.

사실 오늘 이렇게 꾸밈없는 자연의 꽃길을 걷게 될줄은 몰랐다.
거의 매년 이맘때 쯤 꼭 오르는 길이지만 오늘처럼 적기에 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긴 조금 늦으면 이 길은 철쭉길이기도 하지만 산 철쭉은 이렇게 흐드러진 맛은 없다.


그렇게 여성봉에서 오봉까지 1.2km의 꽃길과 보는 방향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오봉의 기암괴석을 보면서 천천히 50여분 걷다보면 마치 바위 전시장과도 같은 오봉 정상이 나온다.



중간 조망점에서 본 오봉

매년 이맘때 쯤이면 그 오봉에 진달래가 만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부터서는 분홍꽃 핀 오봉의 모습이 머릿속에 어른거린다.

그래서 올해도 꽃핀 오봉을 보기위해서 대략 날짜를 맞춰서 집을 나선 것이다.





연분홍 꽃과 연두색 새 이파리의 조화가 아름답다.

거기에다 푸른 하늘 흰 구름의 배경까지...



오봉 정상에서 본 오봉.

오봉은 단일 암봉군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일부러 다듦어 놓은 바위들처럼 모나지 않아서 웅장하면서도 까칠하지 않은 부드러운 모습은 섬세하기까지 하다.

거기에다 연분홍 꽃 옷까지 입은 모습은 가히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말이 오봉이지 사실 오봉은 한 눈에 보기가 쉽지않다.

큰 바위에 작은 바위가 올려져 있는 봉우리를 한개의 봉우리로 세기때문이다.

그렇게 세는 데는 전해오는 전설 때문이다. 

전설은 이렇다.

“옛날 이 산 아래의 고을에 사는 부잣집에 오형제가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고을에 새로 부임해 온 원님이 아주 절세의 미인 딸을 하나 데리고 왔다. 

그러자 그 오형제는 앞다투어 원님의 딸을 사모하게 되고,그 사실을 알게된 원님은 뒷산의 다섯 개의 봉우리에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바위를 올려놓는 사람에게 딸을 주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소식을 들은 부잣집 아들 오형제는 앞다투어 크고 아름다운 바위를 오봉에 올려놓았다.

그중에 욕심 많은 둘째가 가장 큰 바위를 옮기다가 힘에 부쳐 위에 올려 놓지 못하고 중간쯤에 걸쳐 놓아 2봉은 3봉의 옆구리에 붙여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오봉은 큰 바위암봉에 작은 바위 하나씩이 올려져 있는 봉우리를 말한다.

그렇게 세지않으면 오봉인지,육봉인지,칠봉인지,구분이 되지 않는다.


오봉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른쪽부터 바위가 올라가 있는 봉우리 순으로 1,2,3,4,5봉이다.

흔히들 오봉을 셀때 헷갈리는데 맨 오른쪽 봉우리는 알봉이라고도 하고 관음봉이라고도 하는 별도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봉우리고,맨 왼쪽 봉우리는 오봉 정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위 옆구리에 올려져 있는 봉우리가 2봉인데 그래서 다른 각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내쪽에서 본 오봉


여기에서도 2봉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원님의 딸을 차지했을까?

아마도 3봉을 만든 형제가 차지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3봉

3봉의 우람하면서도 짜임새있고 멋진 모습...

정말 그림같이 올려 놓았다.



연분홍 꽃 핀 오봉 ㅡ

이 모습을 보려고 때를 맞추고 맞춰서 오늘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오늘은 운 좋게 완전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행운을 얻었다.

보통은 나름 때를 잘 맞추어서 오른다고 올라도 매년 그 해의 기후조건에 따라서 꽃이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기때문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아뭏튼 꽃 핀 오봉의 모습은 신기하기도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수천년 아니 수억년 자연이 만든 걸작품인 것이다.

언제나 느끼는 생각이지만 넉넉잡아도 2시간여의 산행으로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거기에다 오봉은 다섯개의 봉우리만 멋있는게 아니다.

서울 시내의 조망과 도봉산 주봉은 물론 삼각산이라 부르는 북한산 정상부의 조망 또한 일품이다. 



이제 서울쪽으로 넘어와서 지금까지와는 반대쪽에서 오봉을 본다.

송추쪽에서 보는 오봉은 잘 정돈된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면 이쪽에서는 뿌리까지 드러난 치아처럼 웅장한 오봉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놀이에 여념이 없는 사이 어느덧 해는 서해바다를 향해서 기울고 있다.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갈려면 서둘러야 하는상황 ㅡ

마음같아서는 일몰까지 보고 내려가고 싶었지만 랜턴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나 혼자밖에 없어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하산 할 거리가 3.2km.

지금부터 하산을 시작해도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다행이 송추에서 오봉 코스는 몇군데의 쇠난간 구간을 제외하면 약간 어두워도 하산하는데는 불편이 없다.




하긴 약간 으스스한 느낌의 어둑어둑해지는 으스름 저녘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시간에 산길 걷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급해지는 마음을 다스려 본다.



여성봉에서 본 일몰 ㅡ

그래도 아주 어두어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했다.

봄의 꽃 산행이나 가을의 단풍 산행은 나름 때를 맞춰서 오른다고 오르지만 항상 조금 빠르든지 늦기 일쑤다.

오늘도 약간 늦은듯 하기도 했지만 100%로 만족스런 산행을 했다.    

산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산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생각의 실타래들이 술술 풀릴때가 있다.

사실 오늘도 집을 나설때는 그리 좋은 기분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은 뭐 특별히 달라진건 없지만 마음만은 많이 가벼워졌다.

그냥 산의 마력 때문이다.





ㅡ2019.04.23.도봉산 오봉 ㅡ

이전 06화 도봉산의 가을풍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