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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고 Oct 06. 2021

팔영산 ㅡ여덟개의 봉우리에서 즐기는 한려수도

산림청선정 100대명산 산행기 제65화 팔영산

팔영산은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같은 육지 고흥반도에 자리잡은 명산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내에 속해 있는 팔영산은 1998년 7월 30일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2012년에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그 팔영산에 가려고 마음 먹은날, 비는 온다고 하고 이동거리는 멀고, 그래서 출발 직전까지도 결정이 망설여졌다.



능가사

비소식은 있지만 다행이 많이 오지는 않을거라고 해서 계획대로 새벽길을 달린다.

네비게이션 거리는 365km.

도착예정시간은 7시 55분.

예전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당일 산행 조건이다.

잘 닦이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서 출발한지 3시간 40여분만에 산행기점인 능가사에 도착했다.

능가사는 한때 송광사,화엄사,대흥사와 함께 호남의 4대 사찰로 꼽혔다는데 6.25때 소실되어 지금은 조금 황량해 보이기까지 했다.



능가사를 지나면서 보이는 팔영산의 정상부다.

마치 천혜의 요새 같다는 생각과 참 못생겼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팔영산의 초입은 아주 평범했다.

그 평범한 산길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흔들리지 않는 흔들바위가 나오고 다시 20분쯤 오르자 아름다운 한려수도가 조망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고흥반도.

올망졸망 크고작은 산들의  골짜기 골짜기마다에는 우리네 중생들의 또다른 1년을 책임져 줄 황금으로 가득했다.



날씨가 흐려서 사진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한려수도와 잘 어우러진 황금들판은 말 그대로 한폭의 그림 같았다.



그 그림 같은 풍경에 눈 호강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첫번째 봉우리가 어느새 눈앞에 있다.



제1봉 유영봉(491m)

사진촬영 포함해서 2시간여만에 도착한 유영봉이다.

유영봉에 오르기까지는 조망 말고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평범한 산길이다.

잡목 숲이 잘 우거져 있는 전형적인 자연발생적 산길은 아주 가파르지도 험하지도 않아서 생각보다 너무 쉽게 올라왔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와 ~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최초의 감탄사는 이렇게 생겨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올망졸망 유유히 떠있는듯 한 섬들.

그 섬은 곧 물위에 떠있는 산이었다.

육지에도 산,바다에도 산.

섬이 곧 산이고 산이 곧 섬이었다.

그 올망졸망한 섬, 거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수없이 많은 산같은 섬.

그리고 고흥반도에 산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며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벅찬 감정을 눌러야했다.



선녀봉과 가야할 2봉.

1봉에서 잠깐의 쉼을하고 다시 2봉을 향해서 간다.



제2봉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본 제 1봉 정상이다.

 


1봉에서 2봉으로 가는길은 앞쪽 풍경보다 뒤돌아보는 조망이 훨씬 멋있다.

그 1봉을 배경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조망이 자꾸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이제 2봉 암봉을 오른다.

팔영산의 여덟개의 봉우리는 모두 거대한 암봉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여덟번을 오르내려야 한다.



오르지 않고 지나쳐온 선녀봉이다.

정규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으로는 일품이었다.



그리고 2봉에서 내려다본 1봉 정상이다.

천혜의 정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음은 2봉에서 본 조망들이다.



제2봉 성주봉(538m)

1봉에서 2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10분쯤의 거리로 극심한 암봉길이지만 쇠줄과 계단으로 잘 조성해 놓아서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다음은 2봉에서 본 풍경들이다.



제 3봉 생황봉(564m)

3봉은 2봉에서 불과 100여m거리에 있다.

그래서 조망도 각도만 바뀔뿐 대동소이하다.



3봉에서는 아침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하산했다.

요즘은 혼자 아침식사 할 곳도 마땅찮아서 장거리 산행은 시간 절약을 겸해서 도시락을 아침과 점심,두개씩 가지고 다니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제 3봉에서 내려와 다시 4봉을 향해서 간다.

4봉도 인접해 있어서 내려갔다가 바로 올라가는 수준이다.



4봉 오르는길에 다시 뒤돌아본 풍경이다.

2,3봉 너머로 1봉 정상이 보인다.



이제 제4봉 사자봉(578m)에 올라섰다.

봉우리마다에서 느끼는 4번째 정상 기분이다.

그렇지만 제1봉에 올라서면서 부터 봉우리와 능선이 모두 열려있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은 모두 같다.

그럼에도 산행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건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봉들과 보는 위치에따라 조금씩 변하는 다도해의 풍경때문이다.






제5봉 오로봉(579m)

다시 5봉에서 본 6봉이다.

4봉과 5봉은 하나의 암봉에서 나뉘어 있는 봉우리라서 별 의미가 없는 봉우리다.



그래서 바로 내려와 6봉을 향해서 간다.



5봉에서 6봉으로 가는 길도 거리는 인접해 있지만 오르는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직벽에 가까운 암봉을 오르는 것이다.

마치 히말라야에라도 오르는듯한 난이도다.



6봉에서 본 조망이다.

영락없는 분지형 황금들판이 인상적이다.



지나온 봉우리들이다.

이제 올라야 할 봉우리보다 지나온 봉우리가 더 많다.


 

제6봉 두류봉(596m)

두류봉은 8개의 봉우리중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그래서 다른 대부분의 봉우리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봉우리이기도하다.



뿐만아니라 높이와 방향이 조금 달라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봉우리다.



새로운 풍경들 앞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산길에 든다.




오르는 과정이 그랬듯 하산하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인건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내려설수 있다는 것이다.



통천문

6봉에서 7봉으로 가는 중간에 나오는 석문이다.

거의 정사각형 바위문으로 마치 성문을 닮았다.



이제 칠성봉에 섰다.

칠성봉은 598m로 엷개의 봉우리중에서 가장 높다.



팔영산은 제1봉에서 8봉까지 100m~700m정도마다 봉우리 하나씩이 나온다.

전 구간이 대부분 순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오르내리는데 좀 힘들법도 하지만 암봉타는 재미와 보는 위치따라 변하는 다도해 풍경에 취해서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칠성봉을 내려와 이제 마지막 봉우리를 향해서 간다.



팔영산은 원래 팔전산(八顚山)이라 불렸다.

그러다가 옛날 중국 위왕의 세숫물에 여덟개의 봉우리가 비치자 위왕은 신하들에게 그 산을 알아오라고 명했다.

그래서 신하들이 찾아낸 산이 고흥의 팔영산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덟개의 봉우리가 비친 산이란 뜻의 팔영산(八影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팔영산의 그림자가 멀리 한양까지 드리워졌기 때문이라는 설, 금닭이 울고 날이 밝아오면서 해가 바다위로  떠오르면 팔봉이 마치 창파에 떨어진 인쇄판 같은 모습이라 해서 비칠영이 아니라 그림자영(影)자를 붙여 불렀다는 설등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산이름의 유래를 보면 좀 터무니 없는 설화가 많기는 하다.



제8봉 적취봉(591m)

오늘 오름의 마지막 봉우리다.

조망이 좋지 않다면 꽤 힘들었을 8개의 봉우리 넘기.

아름다운 풍광에 정신을 빼았겨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힘든줄 모르고 넘었다.



사실 극심한 암봉의 바위산이라서 비가 오면 미끄러지기 쉽기때문에 비가 올까봐서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다행히 비가 옷이 젖지 않을정도로 약간만 내려서 오히려 산행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파란 하늘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늘없는 바위산을 햇볕 걱정 없이 오를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하산은 8봉에서 바로 능가사로 한다.

팔영산은 산세는 복잡하지만 등산로는 단순하다.

능가사를 깃점으로 한바퀴 돌아서 원점 회귀 하면 된다.



편백나무 숲길.

8봉에서 능가사로 하산하는 길은 올라가는 길과 마찮가지로 별로 볼거리가 없어서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그리 험하지않아서 1시간 정도면 내려올 수 있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오후2시 30분에 하산을 완료했다.

다른 사람들은 4~5시간 걸린다는 코스를 아침,점심식사 포함 6시간 30분만에 완주한 셈이다.

아무튼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수많은 산들과  주변 섬으로 이루어진 고흥반도를 지도상이 아닌 실제 지리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산행이었다.



*산행코스:능가사 ㅡ흔들바위 ㅡ유영봉 ㅡ성주봉 ㅡ생황봉 ㅡ사자봉 ㅡ오로봉 ㅡ두류봉 ㅡ칠성봉 ㅡ적취봉 ㅡ탑재 ㅡ능가사 (아주 천천히 6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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