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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주 Jan 31. 2017

눈오는 날 산책길에서

유칼립투스와 로즈마리

가벼운 산책길을 나갔습니다.

전날 눈이 와서 길은 하얀 눈길이 되어 있습니다.

종종 거리며 걷다가 한 카페앞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내 발길을 멈추게 한 건 이 유칼립투스 나무였습니다.

나무라고 하기엔 작지만 화분흙위로 이파리위로 하얀눈이 내렸건만, 그 차가운 눈을 맞은 아이답지 않게 너무나 싱그러워서 신기했습니다.

추워서 장갑을 낀 저는 손이 시려 장갑을 낀 채로 이 대견한 유칼립투스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대견하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옆에는 온몸으로 눈을 맞고 그 눈이 밤새얼어 이파리사이 얼음이 있는 채로 싱그럽게 아니, 당당하게 피어있는 로즈마리를 보았습니다.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허브종류인 로즈마리가 어쩜  이 모진 겨울칼바람을  맞고 싱그럽게 피어있을까.

순간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춥다고 부츠에 털외투에 장갑까지 끼고 있는 나와는 달리 이 연약한 초록식물들은 맨몸으로 이 겨울을 싱그럽게 자라면서 이기고 있었던 겁니다.


과감히 해야할 일들에도 일상의 편안함과 익숙함에 소심해지고, 뭐는 있어야 하지 맨손으로 하냐는 생각에 시도조차 안하는게 얼마나 많았는지...

그런 사이에 시간들은 흐르고 나의 꿈과 이상은 어느새 포기에 가까워져 있었습니다.


이 작은 길가의 유칼립투스와 로즈마리가 내게 용기를 줍니다. 눈을 맞으며 피워내는 꽃이 더 가치있다고.

그리고 해 낼수 있다고.


2017.01.30 눈오는 날 산책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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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youn

#산책 #일상 #자작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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