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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Nov 16. 2023

쿼터가 뭐예요?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있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

'쿼터'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10년도 더 지난 어느 날이 기억난다.


아이가 6살쯤 되었으려나.

31가지 맛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메뉴를 보던 딸아이가

"엄마. 쿼터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가게는 파인트, 쿼터, 패밀리 등의 메뉴가 있다.

메뉴 표시 중에 쿼터라는 단어 뜻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쿼터의 사전적인 의미는 1/4이라는 것을 그때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것이 정확한지 자신이 없었다.

나는 딸아이의 "쿼터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못 들은 척했다.

아이는 천진한 목소리로 다시 또 물어본다. "엄마. 쿼터가 뭐예요?"

나는 다시 한번 더 못 들은 척했다. 등에 땀이 맺혔다.

나는 주위를 의식하고 있었다. 

내 대답이 틀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구도 우리 대화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딸아이는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더 쿼터가 뭐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아이는 쿼터와 관련한 질문을 그 이후에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쿼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딸아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서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묵직하며 불편해진다.


며칠 전 영단어를 공부하다 쿼터라는 단어를 보게 되었다.

또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일까. 부끄러운 내 모습 때문일까.

"정확히 모르겠으니 나중에 같이 찾아보자~"라는 말을 용기있게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고 1이 된 딸아이가 영단어를 외우고 있다.

쿼터라는 단어 뜻이 뭐냐고 슬쩍 물어봤다.

"1/4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냐는 얼굴로 쳐다본다.

"왜... 배스킨라빈스에 쿼터라는 메뉴가 있잖아..."라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그날 이야기를 딸에게 털어놓았다.

"엄마가 그때  대답을 제대로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쿼터라는 단어만 나오면 기분이 이상해진다"라는 솔직한 마음도 전했다.

아이에게 그날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질문한 기억은 안 나는데, 한동안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쿼터 메뉴가 뭔지 늘 궁금해 하기는 했어요."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이제 나보다 영단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딸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아이스크림 가게 메뉴에 쿼터는 뭘 의미하는 걸까?"

"가장 큰 사이즈 용량의 1/4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라고 딸은 답한다.


"쿼터가 뭐예요?"라고 물었던 천진한 딸이 이제는 엄마 대답이 필요 없을 정도로 커버렸다.

모든 건 때가 있다. 아이 질문을 피하지 말자.

모르는 건 모른다고, 같이 한번 찾아보자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그 일을 고백한 후 신기하게도 쿼터에 대한 내 불편한 마음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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