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신부

by 커피탄 리


낮은 집들이 늘어선 거리, 돌계단 위
현관 앞, 빛이 들지 않는 곳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머리 위론 조명등이 깜빡, 깜빡거리고
파리들이 빛을 쫓는다

남자는 문 앞에 서서
문을 열지도, 두드리지도 않고 서서
굳게 닫힌 그 문을 오래
바라보고 있다
문 속에, 거실 소파에 축
늘어진 한 여자를

여자의 집 두꺼운 통유리창으로는
햇빛이 들어오려다가 멈춘다
햇빛은 카멜레온처럼 파랑, 노랑, 빨강으로
외투를 바꿔 입지만
여자의 눈은 흐리멍텅하기만 하다
무슨 일이 있기라도 한 걸까?

베란다 시든
화초에는 검푸른 그늘이 지고
창밖에서는 중국인들이 떠드는 소리가
나직하게 흘러 다닌다
남자는 조그려 앉지도 않고 여전히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밤이 되어도
거리의 행인들이 줄어도
폐지장수가 리어카를 덜덜
끌면서 울퉁불퉁한 보도 위를
지나가도
남자는 말없이 철제 현관문을
굳게 닫힌 문을 바라만 보고 있다

여자는 깊이 잠이 들었다
소파 위에서 다리를 구부린 채
남자는 그런 그녀를
측은하게, 조심스레 바라본다.
벽을 통해
미세한 구멍 하나 없는
차가운 벽돌 너머로

새벽이 되어서
전선 위에서, 새들이 운다
해는 옷을, 한 꺼풀 더 벗는다
남자의 그림자는 돌계단을 타내린다
깨어난 여자는 기지개와
하품을 한다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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