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었다
그날 호숫가에 물결은 잔잔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몇몇 무리가 돛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들이 배에 오르기가 무섭게
젊은 스승은 뱃고물 짐들 사이에서
나른한 잠에 빠져들었다
구운 생선을 배부르게
먹고 난 직후라서 그런가
아니, 제자들의 의중을 떠보려고
잠든 척을 한 것이었다
그중 한 제자는
스승의 행동을 낱낱이 지켜봤다
스승보다 젊은 그는
다른 -노련한 어부들인-
늙은 제자들과는 달리
곧잘 겁을 집어먹곤 했다
물결이 조금만 성을 내며
달려들어도
이윽고 밤바다 위로 별들이
하나, 둘 몸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들의 배가 거대한
호수 한가운데로 갔을 때
갑자기 풍량이
배에 들이닥쳤다
몇몇은 침착하게 돛을 붙잡고
몇몇은 떨리는 노를 세게 붙들었다
하지만 젊은 경험 없는 제자는 겁을 먹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찬 물결이 배에 들어와
그의 뺨을 쳐도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스승님, 스승님!
어째서 주무시고 계십니까?'
그는 스승을 보며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스승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풍량이 더 거세지자
돛이 임산부의 배처럼 부풀어 올랐다
노련한 어부들조차 노를 놓고
자고 있는 스승을 흔들어 깨웠다
"스승님, 스승님!
어째서 꿈을 꾸고 계십니까?"
"하늘에서 별들이 흔들리고
파도가 군대처럼 들고일어났습니다."
"우리가 다 죽을 판인데
주무시고 계신단 말입니까?"
제자들의 푸념에
젊은 스승은 눈을 열었다
그리고 마치 잔잔한
육지 위에서 일어서듯
몸을 일으켜 성질을 부리는
파도 앞으로 다가갔다
"잠잠하라."
그의 한마디에
파도는 쥐새끼처럼 빌빌거리며
제 고향으로 물러갔다
젊은 제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뱃바닥에 주져 앉았다
물에 엉덩이가 다 젖었다
제자들은 장터에서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스승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제자들에게
근엄하고도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어째서 이리도 무서워하느냐."
"어째서 너희에게 믿음이 없느냐."
그렇게 말하는 그의 흰 통옷은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빛이 났다
제자들 틈바구니에서 젊은 제자는
스승을 경외스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