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성경 이야기-1

by 커피탄 리

밤이 지나도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수풀가에선 곤충들이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은 잔인하게 날을 세우고 우리의 지친 몸을 스쳤다. 그때 새벽 별이 바다 위로 보였다. 좋은 징조로 착각한 나머지 우리는 환호를 지르며 그리로 노를 저었다. 별빛 아래에서 힘차게 삼중망을 던졌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눈이 멀어있지 않았다. 허탈한 기분으로 물가로 돌아왔다. 어느덧 새벽 해가 얄밉게도 기지개를 펼치고 있었다. 우리는 몹시 지쳤지만 그물을 정리해야 했다. 그때 한 랍비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랍비의 뒤에는 수많은 무리들이 몰려 웅성거렸다. 눈이 피곤해서 그들의 형상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른 새벽부터, 그 랍비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인 무리였다. 그는 난데없이 우리 배 위에 올라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중 일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배 위에 올랐다. 물가에서 배를 조금 떼라고 말했다. 젊은 랍비는 힘차게 설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몹시 지쳐 있었기에, 그가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귀 기울여 그의 말을 들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그의 말에 신경이 가는 것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그는 갑자기 우리의 텅 빈 그물을 보더니 '깊은 곳으로 가라'라고 말했다. 밤새 새벽별이 빛나는 깊은 곳에서 그물을 던졌다. 하여 몹시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감히 그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 위엄에 찬, 그러면서도 연한 풀잎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우린 다시, 새벽별이 떠올랐던 지점으로 배를 몰았다. 남은 힘을 다해 그물을 던졌다.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 삼중망은 부피가 큰 데다, 하물며 오전이라 물고기들이 속지 않고 피해 갈 텐데. 고기들이 눈이 멀지 않은 한 이럴 리가 없는데. 우리가 힘껏 들어 올린 그물 속에는 무려 2주 치의 어획량이 들어 있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구이길래 물고기의 눈이 멀게 해 우리 그물 속으로 들어오게 했단 말인가. 배가 기울거리며 거의 뒤집힐 듯했다. 그물에서 빠져나온 물고기들이 파닥거리며 랍비의 발을 덮었다. 물가에서는 사람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나는 덜덜 떨면서 당장 랍비의 발치에 엎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주여, 나는 죄인입니다. 나를 떠나소서." 그러나 랍비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이제부터 너를 베드로라 부를 것이다. 너는 물고기가 아닌 사람을 낚을 것이다." 물가에 배가 닿자마자, 랍비는 환호하는 인파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셨다. 그의 눈에서는 어떤 자만의 빛도 띠지 않았다. 나는, 모든 것을 내버려 두고 당장 그의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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