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 베드로의 일지, 이른 새벽, 갈릴리 호숫가에서

성경 이야기-4

by 커피탄 리

그 일 후 며칠이 지났다. 죽으셨던 분이 -아, 내가 가증스럽게도 3번이나 배신한 그분이- 다시 살아나셔서 제자라 하는 못난 이들에게 모습을 비추신지. 그가 죽으신 뒤, 우리는 한 방에 모여 떨고 있었다. 로마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분 없이 무얼 어떻게 해나간단 말인가. 그런데 난데없이 그분이 다시 우리에게 나타나셨다. 우리가 숨어있던 방 문빗장을 푸시고서 말씀하셨다. "평안하라!" 우리는 모두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평안하라' 니! 그러곤 도마에게 구멍 난 두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셨다. 그때 나는 감히, 그분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는 제자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계셨다. 나는 등불빛이 미치지 않는 침침한 구억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분이 죽으신 후, 모든 것이 일상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3년간 그분을 따라다니며 보았던 놀라온 일들은 마치 꿈이었다는 듯이, 기억 저편으로 날개를 달고 날아가버렸다. 나는 다시 갈릴리 호숫가로 돌아왔다. 어젯밤엔, 동생들과 함께 고깃배에 그물을 실었다. 예전과 같이 밤새 고기를 잡았지만,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밤새 고된 노동으로 몸은 지쳤고 눈은 거의 감겼다. 동틀 무렵이었다. 노를 쥐던 손의 힘이 다 빠질 즈음, 어둑한 물가에 한 형체가 나타났다. 그 형체는 우리에게 "얘들아, 고기를 좀 잡았느냐!" 하고 소리쳤다. 우리는 낙담한 투로 대답했다. "못 잡았습니다." 그 형체가 다시 말했다. "그물을 배 오른쪽으로 던지면, 잡을 수 있을 것이야!" 우리는 어떠한 생각도 품을 수 없이 멍했다. 그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던 주님의 말투와 너무도 비슷했기에. 호흡이 가빠졌고 마음이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삼중망을 배 오른쪽에서 펼쳤다. 그러자 눈먼 고기들이 삼중망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물을 끌어올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들이!


수풀은 이슬에 젖었고 바람은 선선했다. 해가 붉은 홍조를 띠며 호수의 안개를 훑고 있었다. 새들은 소리를 내며 넓은 호수를 가로질렀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겉옷을 허리춤에 두르고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뭍을 향해, 정신없이 헤엄쳐갔다. 짠 소금물이 눈으로, 코로 흘러들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시, 주님, 그분께 다다를 수만 있다면. 뭍에 간신히 이르렀다. 땅 위에는 이미 숯불과 생선, 그리고 빵덩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숯불을 보자 마음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그날, 그 새벽, 숯불가 앞에서 그분을 배신하지 않았던가! 너무나 흡사한 풍경이 아닌가! 불꽃의 혀는 조심스레 춤을 췄다. 불똥이 튀며 모닥불 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모닥불 곁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무얼 삼키는지도 모른 채 음식을 집어삼켰다. 내가 배신한 그분 옆에서.

이제 나는 없었다. 내 속에. 나는 그분을 결단코 배신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아니, 확신했다! 나야 말로, 주님의 수제자인 데다가, 하나님의 나라와 땅의 더 좋은 것들을 유산으로 받을 적임자라고 믿었다! 나는 늘 열심을 다했고 다른 이들과 경쟁했다. 늘 경쟁에서 이기려 다퉜다. 다른 제자들과 내 열정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나는 심지어 그분을 위해 칼을 빼어 들었다! 그날 겟세마네에서. 그분을 잡으려던 말고의 귀를 쳤다, 다른 제자들이 다 도망쳤을 때. 그분 앞에서, 나는 언제나 나섰고 용감했다! 나는! 나는! 나는! 그랬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다. 집도, 배도, 아내도. 하지만 나는 결국 내가 제일 '아가바오'(인간이 할 수 있는 이상의 신적인 사랑)하는 분을 세 번이나... 주님을 팔았던 유다는 자살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무슨 낯짝으로 지금 그분을 대하고 있단 말인가!

식사 후에, 나는 그분의 걸음을 쫓아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몰랐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 그러나 나는 할 수 없었다. 우리는 말없이 물가를 산책했다. 아침 바람에 물가 수풀이 잔잔히 흔들렸다. 곤충과 나비들은 풀숲에서 원무를 췄다. 나무 위의 새는 우짖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그분이 먼저 말씀하시기 전까지. 우리는 파도 앞에 다다랐다. 파도 소리가 귀를 크게 스쳤다. 바람이 불어, 그의 곱슬머리가 휘날렸다. 그의 탈릿 자락도 바람에 떨렸다. 탈릭 자락에 달린 술들도 떨렸다. 그가 뒤를 돌아보셨다. 그리고 내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아가바오, 신적인 사랑) 하느냐?" 하셨다. 나는 감히 그분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주님, 그렇습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필레오, 친구 간의 우정) 하는 줄 아십니다." 의기소침하게 대답했다. 무슨 아가페란 말인가? 나는 그분을 배반했다. 세 번이나. 고개를 푹 숙였다. 내 수염이 찬바람에 날려 내 뺨을 쳤다. 그때 그분의 음성이 들렸다. "내 어린양 떼를 먹여라."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뒤, 주님이 다시 물으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아가바오' 하느냐?" 나는 목이 메어 대답했다.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필레오' 하는 줄을 주께서 아십니다!" "내 양 떼를 쳐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뜨거운 눈물이 눈에 핑 돌았다. 그분이 세 번째로 말씀하셨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필레오'하느냐?" 나는 불안했다. 그제야 울부짖으며 목놓아 외쳤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내가 주님을 얼마나 '아가바오' 하는 줄 주님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가 대답하셨다. 부드럽고도 근엄하게. "내 양 떼를 먹여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굵은 눈물줄기가 뺨을 타고 굴러 내렸다. 나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풀숲이 흔들려 그런 나의 모습을, 내 울음소리를 가려주었다. 주님은 그런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셨다. 선한 미소를 지으시며.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 서 있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셨다. 눈물범벅이 된 내 늙은 얼굴가죽에도 손을 대셨다. 그 분의 손은 참 따뜻했다. 새벽 찬 바람이 약하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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