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순국하신 영령들을 기억합니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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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hgZ2eQLT9e4?si=FGlVvB3rD0qgZjy7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과 해설 ==
이 시는 박봉우 시인의 「휴전선」으로,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민족 분단의 고통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의 평화의 염원을 절절히 표현한 작품이다.
1. 시대적 배경
한국전쟁 이후의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함.
1953년 정전협정(휴전협정)체결 이후, 남과 북은 군사적으로 충돌은 멈췄지만, 완전한 평화는 이루지 못한 상태로 지속적인 긴장과 대치 속에 놓여 있음.
시에 나오는 "휴전선"은 바로 이 남북을 갈라놓은 군사적 경계선, 즉 38선혹은 군사분계선(MDL)을 상징.
이 시는 냉전 속에서 남북 간의 정치적 불신, 군사적 긴장, 그리고 민족 내부의 분열이 계속되던 절망적인 현실을 담았다.
2. 작가 – 박봉우(朴鳳宇 1934-1990)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다. 이후 1957년에 정음사에서 '휴전선'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한다.
"서정과 시대정신을 균형 있게 보여준 서정 시인이기도 하였다. 그의 서정은 복고적이거나 감상(感傷)에 치우쳐 있는 게 아니라, 건실한 현실 인식하에 명징한 이미지를 동반한 채 전개된다. 그의 시는 1950년대 순수시 계열의 시인들이 구사하는 서정과는 차이가 있으며, 민중적인 정서를 바탕에 깔고 전개되고 있다.
... 주제 의식의 부각에 치우친 민중시들을 반성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 한국인의 삶의 조건과 행불행을 결정짓는 분단 현실과 맞닥뜨려 이를 정면으로 극복하고자 애쓴 시인이다. 그는 서정시를 지향하기는 했지만 개인의 밀실에서 낭비되는 감정이 아닌, 조국 분단의 비애를 담고 아울러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통일에의 의지를 시로 형상화한 시인이다. ... 박봉우를 민중적 서정성과 풍부하고도 명징한 이미저리를 결합시킨 민중적 서정시인으로 결론지었다. "
- 자료 출처 : 박몽구. (2012). 1950년대 박봉우의 시와 분단 의식. 『순천향대학교 인문학연구소 논문집』
3. 시의 핵심 주제
"분단 현실 속에서의 긴장과 고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화해를 갈망하는 마음"
시인은 산과 산, 얼굴과 얼굴이 마주 보고 있는 휴전선의 풍경을 통해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린다.
‘꽃’은 - 무고하고 아름다운 생명체이지만, 그런 꽃조차 전쟁과 긴장의 공간에서 마음 놓고 피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표현.
"믿음이 없는 얼굴", "징그러운 바람", "독사의 혀", "피어난 꽃은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같은 표현은 이념의 대립과 군사적 위협, 무고한 민중의 고통을 나타냄.
4. 시의 구조와 표현 분석
반복 구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처음과 마지막에 반복
반복을 통해 남북 대치 상황의 고착성과 무력감을 강조.
상징과 은유
산과 산: 남과 북의 물리적 대립 구조.
믿음이 없는 얼굴: 상호 불신의 정치적 관계.
꽃: 무고한 생명, 혹은 평화와 희망의 상징.
독사의 혀 같은 바람: 위협과 전쟁의 공포.
감정의 흐름
첫 부분: 현실의 긴장감과 불안 →
중반: 무고한 존재(꽃, 나무)마저도 위협받는 현실의 비극 →
후반: 반복되는 비극에 대한 질문과 고통의 인내 →
끝부분: 다시 시작 부분의 반복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 긴장을 부각.
5. 시의 구조 분석
시의 구조: 반복을 통해 강조되는 현실의 고착성.
시어 분석: 상징과 은유를 통한 감정 전달.
6. 시 읽고 생각 발전 시키기
시대와 현실: 분단 문학의 관점에서 현재의 분단 현실과 연결하기.
평화와 공존의 가치: 무고한 ‘꽃’이 제대로 피어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토론해보기.
== 시샘의 시낭송을 위한 안내 ==
이 시를 낭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살려야 할 감정은 긴장, 비극적 슬픔, 불안, 그리고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다.
전체적으로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시작하여, 점점 격정과 절망의 정서를 담았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되묻듯 낮고 절제된 어조로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아래는 시의 정서별 흐름에 따른 낭송 포인트와 감정 표현법이다.
1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낭송 팁:
낮고 조심스러운 시작: ‘산과 산이…’ 부분은 긴장감 있게, 조용하고 절제된 목소리로 시작.
‘천둥 같은 화산’에서는 강한 울림을 줘야 합니다. 마치 언젠가는 터질 분노와 파국을 예고하듯 약간의 떨림과 단호한 어조로.
마지막 행 ‘꽃이 되어야 쓰는가’는 탄식하듯, 고개를 숙인 채 절망적인 호소처럼 읽는다.
2연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는 여기에 있었던가
낭송 팁:
회상과 아쉬움의 감정을 담아야 하는 연.
‘고구려 같은 정신’, ‘신라 같은 이야기’는 역사적 긍지의 상실을 나타내므로, 애잔하고 씁쓸하게 읽어야 함.
‘하늘은 하나인데’간절하고도 안타까운 목소리로, 약간 호흡을 길게.
마지막 행은 불안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니, 서서히 낮추며 사색적으로 마무리.
3연
모든 유혈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낭송 팁:
이 연은 피폐한 현실에 대한 묘사입니다.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 → 공포와 불안을 담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정맥은 끊어진 채’는 생명의 단절을 표현하므로 음색을 낮추어 천천히 끊어 읽기.
‘야위어가는 이야기’는 희망의 쇠락이니, 절망감을 실어 숨을 길게 빼며 잔잔히 마무리.
4연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낭송 팁:
이 연은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부분입니다.
‘독사의 혀 같은 바람이여’ → 혐오와 공포감이 드러나도록, 빠르지 않게, 그러나 단호하고 무겁게.
‘겨우살이’, ‘피어난 꽃’은 서정적이지만 비극적인 이미지이므로, 속삭이듯 말하되 눈물 섞인 감정을 실어야.
마지막 행은 절망과 자조의 감정이 섞이니, 다소 체념한 듯 낮은 목소리로 마무리.
마지막 연 (1연 반복)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낭송 팁:
시 전체의 되묻기 구조를 살려, 처음보다 더 낮고 천천히, 체념과 슬픔을 강조한다.
‘꽃이 되어야 쓰는가’는 간절함과 허무함이 겹쳐진 어조로, 낭랑하게 울리기보다는 내면의 질문처럼 담담하게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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