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걸음걸이 / 나희덕

-6.25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며 [민족시] 시낭송

by 시샘 김양경

평화의 걸음걸이/ 나희덕


1950년 늦여름

지리산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다.

새벽녘 동구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 외길을 지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국군과 인민군이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양쪽 산자락 사이 좁은 오솔길.

주민들은 숨죽이고 총탄의 여울을 건너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외쳤다.

아가, 뛰지 마라,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천천히, 천천히 걸어야 한다!

그 외침을 방패삼아 걷고 있는 소년 앞으로

한 청년이 겁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

문득 총성이 들렸고 청년은 쓰러졌다

숨죽여 걷는다는 일.

그것이 소년에게는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한다.

평화의 걸음걸이란

총탄의 여울을 건너는 숨죽임과도 같은 것

두려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두려움과 싸우며

총탄의 속도와는 다른 속도나 기척으로 걸어가는 것

심장을 겨눈 총구를 달래고 어루만져서 거두게 하는 것

양쪽 산기슭의 군인들이 걸어 내려와 서로 손잡게 하는 것

그 날까지 무릎으로 무릎으로 이 땅의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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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영상 감상하러 가기 ==>

https://youtu.be/k3DBVcc7bco?si=yZ3HZAMsLo9ml5Jn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적 배경 속에서 평화의 진정한 의미와 그를 향한 고통스러운 노력을 응축해 담아낸 시이다. 이 시를 낭송할 때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가 가진 깊이 있는 메시지와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총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뛰지 않고 천천히 걷는' 행위를 통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어떤 위협에도 자신만의 평화로운 마음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내면에서 벌어지는 두려움과 싸우는 일이 적군의 총탄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

'이 땅의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 치유하고 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화해를 이루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주제 - 전쟁의 참상 속에서 역설적으로 발현되는 평화의 본질

죽은청년.JPG

*시의 구성

이 시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 그리고 시적 화자의 시선 확장을 통해 주제 의식을 심화한다.

1연 (1950년 늦여름 ~ 마을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배경 제시:1950년 지리산 어느 마을, 새벽 총격전이라는 구체적인 시공간 배경을 제시하여 비극적이고 절박한 분위기. '외길'이라는 공간은 피할 수 없는 위협을 상징.

2연 (국군과 인민군이 ~ 총탄의 여울을 건너갔다):

위기 상황:총구를 겨누고 대치하는 상황과 '숨죽이고 총탄의 여울을 건너는'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 '여울'이라는 표현은 총알이 마치 물살처럼 쏟아진다는 비유를 통해 위협을 시각화.

3연 (어머니는 아들에게 ~ 청년은 쓰러졌다):

어머니의 지혜와 비극적 대비:'뛰지 마라, 천천히 걸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역설적인 외침이 등장하며 시의 핵심 메시지가 시작. 이에 대비되는 '겁에 질려 뛰기 시작한 청년의 죽음'은 어머니의 지혜가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선 더 깊은 의미를 가짐을 암시.

4연 (숨죽여 걷는다는 일 ~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한다):

내면의 투쟁 강조:'숨죽여 걷는다는 일'이 소년에게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는 서술을 통해, 외부의 적과의 싸움보다 내면의 두려움과 싸우는 것의 중요성을 부각.

5연 (평화의 걸음걸이란 ~ 서로 손잡게 하는 것):

평화의 재정의:'평화의 걸음걸이'에 대한 시인의 철학적 정의가 본격적으로 제시. 이는 '두려움과 싸우며 총탄의 속도와는 다른 속도나 기척으로 걸어가는 것', '심장을 겨눈 총구를 달래고 어루만져 거두게 하는 것', '양쪽 산기슭의 군인들이 걸어 내려와 서로 손잡게 하는 것'으로 구체화되며, 소극적 평화가 아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평화의 의지.

6연 (그 날까지 ~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

희망과 의지의 표현:'무릎으로 무릎으로 이 땅의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이라는 행위를 통해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화해를 이루려는 간절한 염원과 헌신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시를 마무리.


*표현법

역설적 표현:'뛰지 마라, 천천히 걸어라'는 생존 본능에 역행하는 명령으로, 평화가 단순히 도피가 아니라 의지적 선택임을 보여줌. '숨죽여 걷는다는 일'이 '가장 어려운 싸움'이라는 점도 역설적.

비유:'총탄의 여울'은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을 생생하게 시각화하며 위협감을 강조.

대비:'뛰어 쓰러진 청년'과 '천천히 걸어가는 소년'의 대비를 통해 올바른 행위의 방향을 제시.

반복:'천천히, 천천히', '무릎으로 무릎으로' 등 반복을 통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의미를 강조하며 운율을 형성다.

추상적 개념의 구체화:'평화의 걸음걸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두려움과 싸우며 걷는 것', '총구를 달래고 어루만지는 것', '군인들이 손잡게 하는 것',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 등 구체적인 행위로 제시하여 이해를 돕고 감동을 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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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낭송을 위한 감정 표현

이 시를 낭송할 때는 시의 배경인 전쟁의 비극성과 개인의 내면적 투쟁, 그리고 평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감정선을 조절해야 한다.


초반부 (1~2연): 긴장감과 절박함

감정:숨 막히는 긴장감, 공포, 절박함.

감정 표현:낭송의 시작은 낮은 톤으로 조용하고 침착하게 시작하되,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총구를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숨죽이고 총탄의 여울을 건너갔다'등의 구절에서는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나 불안감을 실어 긴장감을 조성. 속도는 차분하게 유지하되, 한 단어 한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살린다.


중반부 (3~4연): 어머니의 절박한 지혜와 소년의 고뇌

감정:어머니의 간절함과 단호함, 소년의 내면적 고뇌와 두려움.

감정표현:

"아가, 뛰지 마라, 절대 뛰어서는 안 된다!" 부분은 어머니의 목소리로, 단호하지만 사랑과 걱정이 담긴 절박한 외침으로 표현한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에 악센트를 주어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전달한다.

"천천히, 천천히 걸어야 한다!"는 속삭이듯 간절하게, 하지만 흔들림 없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전달한다.

'한 청년이 겁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 문득 총성이 들렸고 청년은 쓰러졌다' 부분은 극적인 대비를 위해 잠시 호흡을 멈추거나 톤을 낮추어 비극성을 강조한다.

'숨죽여 걷는다는 일. 그것이 소년에게는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한다.'는 소년의 내면을 들여다보듯, 고뇌와 힘겨움이 묻어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후반부 (5~6연): 평화에 대한 깊은 사색과 간절한 염원

감정:성찰적이고 사려 깊은 태도,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용기, 평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와 간절한 염원.

감정 표현:

"평화의 걸음걸이란" 부분에서는 톤을 약간 높여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듯 시작한다.

이후 이어지는 평화에 대한 정의들은 조용하고 깊이 있는 성찰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두려움과 싸우며', '총탄의 속도와는 다른 속도나 기척으로' 등의 구절에서는 내면의 강인함과 의지가 느껴지도록 톤을 살짝 힘 있게 가져간다.

'심장을 겨눈 총구를 달래고 어루만져서 거두게 하는 것', '양쪽 산기슭의 군인들이 걸어 내려와 서로 손잡게 하는 것'에서는 간절한 소망과 포용력이 담기도록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표현한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이므로, 그림을 그리듯 낭송한다.

마지막 구절 "그 날까지 무릎으로 무릎으로 이 땅의 피 먼지를 닦아내는 것"에서는 숭고하고 헌신적인 태도가 드러나도록, 반복되는 '무릎으로'에 강조를 주어 간절함과 의지를 극대화한다. 마지막은 여운을 남기듯, 그러나 단호한 결의가 느껴지도록 마무리한다.


* 유의해야 할 표준 발음

시 낭송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시어가 가진 소리적 아름다움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예술이다. 다음 발음들을 특히 유의하여 정확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보자.


-늦여름[는녀름]

연음이 아니라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다.

대표소리현상 늦 → 늗 ([ㄷ]) + 여름

비음화 [ㄷ] → [ㄴ] + 여름

ㄴ첨가 [여] → [녀] 는 +

최종 발음 [는녀름]


- 'ㄹ' 발음:

여울 / 외길:'여울'의 [여울], '외길'의 [외길]은 유음 'ㄹ'이 분명하게 들리도록 부드럽게 발음한다.

벌어졌는데 / 들렸고:[버러전는데], [들려꼬]로 연음되거나 유음화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연음 현상:

지리산 어느 마을에서의 일이다:[지리산 어는 마을에서에쓰일이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숨죽이고 / 쓰러졌다:[숨주기고], [쓰러젿따]처럼 앞 음절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이어지는 것을 유의.


-된소리 되기 (경음화):

겁에 질려 뛰기 시작했다:[겁에 질려 띠기 시작해따] - '뛰기'의 'ㄸ', '시작했다'의 'ㅆ' 발음에 주의.

가장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한다:[가장 어려운 싸우미어따고 한다] - '싸움이었다고'의 'ㅆ' 발음을 명확히 한다.


-모음 발음의 정확성:

대치하고 있는 / 여울 / 겨눈:모음의 입모양과 혀의 위치를 정확히 하여 발음이 뭉개지지 않도록 한다. 특히 '겨누다', '여울' 등은 자칫 다른 발음으로 들릴 수 있으니 유의한다.


-어미 처리:

~라고 한다 / ~는 것:문장의 끝 어미를 자연스럽게 처리하여 시의 리듬을 살린다. 지나치게 끊거나, 반대로 너무 길게 늘어지지 않도록 한다.


"평화의 걸음걸이"를 낭송할 때는 시인의 깊은 통찰과 인간적인 고뇌를 담아, 듣는 이에게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이 작품으로 독서활동을 할 수 있는 활동지입니다. (해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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