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을 위한 감상과 해설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새이
얼크러지는 칙넌출 밑에
푸른 숨결은 내것이로다.
세월이 아조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푸러오르는 가슴속에 파도(波濤)와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속에 파무친 찬란헌 서라벌.
땅속에 파묻친 꽃같은 남녀(男女)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千年)을, 천년(千年)을, 사랑하는 이
새로 해ㅅ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해ㅅ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나ㄹ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마디ㅅ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바다에 도라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釋迦)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냥(香囊)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ㅅ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드리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ㅅ결은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서정주 시인의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는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으로, 석굴암의 관세음보살을 화자로 하여 영원한 기다림과 사랑, 그리고 해탈에 대한 염원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주제
⓵영원한 그리움과 기다림:
화자는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를 기다린다고 표현하며,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인간적인 기다림을 넘어선 초월적인 염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⓶사랑의 본질과 영속성:
"부푸러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지속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특히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라는 표현은 숭고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화자의 마음을 보여준다.
⓷해탈과 소멸에 대한 염원:
화자는 끊임없이 기다림 속에서 존재하면서도, "인제는 바다에 도라갔으면!"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고 싶은 해탈의 염원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아직 완전히 해탈에 이르지 못한, 혹은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 화자의 숙명적인 상황을 암시한다.
⓸역사적 유산의 의미:
석굴암이라는 역사적 공간과 관세음보살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통해, 신라 시대의 찬란했던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며 유구한 시간 속에서 이어져 온 생명력과 정신을 이야기한다.
⚫어조
이 시의 어조는 전반적으로 숭고하고 애상적이다.
숭고함:
관세음보살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의 시점에서 노래하며,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해탈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면서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애상적:
오랜 세월 홀로 기다리는 존재의 쓸쓸함과 그리움이 기저에 깔려 있어 애상적인 느낌을 준다. 특히 "싸늘한 돌과 돌 새이", "싸늘한 바위ㅅ 속"과 같은 시어들은 화자의 외로움을 강조한다.
간절함: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와 같이 반복되는 표현들은 화자의 간절한 염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화자
석굴암 관세음보살
시인은 관세음보살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자신의 내면을 토로하게 하고 있다.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푸른 숨ㅅ결은 내것이로다", "나는 여기 섰노라" 등의 표현을 통해 화자 자신을 관세음보살로 명확하게 드러낸다.
돌 속에 갇혀 있지만 끊임없이 숨 쉬고 사랑을 갈구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존재로서 노래하고 있다.
⚫작가
서정주(徐廷柱, 1915~2000) 시인
서정주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호 미당(未堂)
그의 초기 시는 생명파적 경향을 띠며 원시적 생명력과 퇴폐적 아름다움을 탐구했으며, 이후 동양적 사상과 전통 미학을 바탕으로 한 시들을 많이 창작하였다.
이 시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는 그의 중기 작품으로 평가되며, 불교적 사상과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의 시는 유려하고 감각적인 언어 구사와 깊이 있는 사유로 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세 번째 시집인 『서정주 문학전집』(1956)에 수록되었으나, 창작 시기는 일제강점기 말인 1940년대 중반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화려했던 과거의 문화를 상징하는 석굴암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과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노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아름다움과 염원을 표현하며, 척박한 현실 속에서 정신적인 위안과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는 서정주 시인의 뛰어난 언어 감각과 깊이 있는 사유가 응축된 작품으로, 한국인의 정서와 불교적 사상을 아름답게 결합하여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시를 낭송할 때, 화자의 영원한 기다림과 사랑, 그리고 해탈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아내려 노력하시면 더욱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낭송 시 감정 표현 유의사항===
⓵그리움과 사랑의 발현: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 조수(潮水)와 같은 그리움으로," (1-2행) 구절은 시의 핵심 감정인 그리움의 시작을 나타낸다. 이 부분은 차분하면서도 비장한 느낌으로 낭송될 수 있다.
⓶"부푸러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 이 사랑은 내것이로다" (7-8행) 구절은 그리움이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으로 확장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벅차오르는 듯한 떨림과 깊이를 담아 표현할 수 있다.
⓷영원한 존재의 고독과 염원:
"이 싸늘한 돌과 돌 새이 / 얼크러지는 칙넌출 밑에 / 푸른 숨ㅅ결은 내것이로다." (3-5행) 구절은 싸늘한 환경 속에서도 유지되는 존재의 외로움과 고고한 생명력을 표현한다. 차분하고 읊조리는 듯한 어조가 적절하다.
⓸"세월이 아조 나를 못 쓰는 티끌로서 /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6-7행) 구절은 세월의 무상함과 불변의 내면을 나타낸다. 덧없음에 대한 체념과 존재의 의지를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 '허공에, 허공에'는 넓은 공간감과 영원성을 갈구하는 듯한 여운을 준다.
⓹"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 나보단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12-14행) 구절은 절실한 염원과 간절함을 담고 있다. 목소리에 깊은 갈망과 희망을 실어 점층적으로 고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천년을, 천년을'은 염원의 크기와 초월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⓺내면의 절규와 순응: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 이 한마디ㅅ 말 님께 아뢰고, 나도, / 인제는 바다에 도라갔으면!" (18-20행) 구절은 관세음의 사랑 고백과 해탈의 소망을 담고 있다. '사랑한다고'의 반복을 통해 터져 나오는 감정을 표현하되, '바다에 도라갔으면'에서는 포용하는 듯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부여할 수 있다.
⓻"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 허리에 쬐그만 향냥을 차고" (21-23행) 구절은 강렬한 소망 이후 현실로 돌아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선 절규와 대비되게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를 표현할 수 있다.
⓼영원한 생명력과 사명감:
"이 싸늘한 바위ㅅ 속에서 / 날이 날마다 드리쉬고 내쉬이는 / 푸른 숨ㅅ결은 /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 (24-27행) 구절은 시의 마지막으로, 고통 속에서도 변치 않는 생명력과 존재의 이유를 드러낸다. '아, 아직도 내것이로다'에서 깊은 한숨과 함께 벅차오르는 감동, 그리고 영원한 사명감을 표현하며 마무리가 가능하다. '아,'는 깊은 여운을 주며 깨달음을 전달한다.
⓽이 시의 낭송은 관세음보살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각 구절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분석하여 낭송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