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3월 고1 전국모의고사 학력평가에 실린 현대시
연두에 울다/나희덕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연두는 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저 순연한 벼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름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자료 출처 - 25년. 3월 고1 전국모의고사 학력평가에 실린 현대시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화자는 왜 달리는 기차 안에서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먹고 있었을까. 풀이 죽은 건 김밥이 아니라 화자이지 않았을까. 언제나 빠르게 달려가기만 하는 기차 안에 몸을 싣고 또 다시 어디론가 빠르게 가기 위해서 급하게 김밥을 먹고 있었을까. 화자가 눈길 한 번 준 적 없는 들판은 그 순간에도 푸르게 빛났는데 화자는 감정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존재처럼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푸른 들판은 눈을 찌르듯이 강렬한 아름다움으로 싱그러웠다. 감정 없이 풀죽은 김밥을 급하게 먹고 사는 화자에게도 푸른 들판의 모습은 몹시 아름다웠고, 자신의 처지를 느끼게 된다. 푸른 벼들은 현실에 고개 숙이지 않는 출렁거림과 수렁 거림으로 연초록으로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반면에 내 안은 이미 빛바랜 어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러나 화자는 지지 않는다. 자신처럼 푸른 것들도 금방 빛이 바랠 것이라면서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악담을 하며 먹던 김밥을 삼키려는데, 그런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서 울음이 터지고 만다. 자신이 빛바랬듯이 저 연초록 벼들도 곧 빛바랠 거라고, 그러니 자신의 어둠이며 빛바랜 생활이며, 풀죽은 김밥이며, 그대로 자신을 지키려는 순간이었는데, 그 순간에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리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 존재가 되어 반성한다. 자신 또한 연초록의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아직도 자신은 연초록의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화자는 여전히 기차에 몸을 싣고 가고 있지만 눈은 창 밖의 여름 오후의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초록 빛에 두고 왔다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나희덕 시인의 '연두에 울다'는 삶의 지침과 상실감 속에서 우연히 마주한 자연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시이다. 시 낭송 시에는 이러한 화자의 내면 변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이 시는 화자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므로, 어조를 통해 이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초반 (1~7행):
무미건조하고 지친 어조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부분에서는 삶에 대한 피로감과 무감각함을 담담하고 조금은 지친 목소리로 표현합니다. 마치 기계적으로 행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면 좋습니다.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와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에서는 의식적으로 들판을 보려 하지 않았음에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자연의 모습에 대한 약간의 불평이나 무관심이 섞인 어조를 사용한다.
중반 (8~13행):
의문과 대조, 그리고 비관적인 어조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에서는 의문형이지만, 단순히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과 대비되는 들판의 푸르름에 대한 착잡함이 담겨 있다다.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부터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까지는 들판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과 동시에 자신과의 대비에서 오는 아픔을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이 부분에서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어조에 담아내야 한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 어두운가."에서는 깊은 자괴감과 한탄이 묻어나는 어조로,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서도 비애감을 드러낸다.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 햇빛도 /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에서는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비뚤어진 비관적인 태도를 드러내기 위해, 다소 낮고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로 읊조리듯 표현한다.
후반 (14~마지막 행):
울음과 깨달음, 그리고 희망적인 어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에서는 갑작스러운 감정의 분출을 표현하기 위해 어조에 급격한 변화를 준다.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으로, 목소리에 울림을 더하거나 잠시 멈추어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도 좋다.
"그것이 마치 /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에서는 울음을 통해 감정을 회복하는 순간을 나타내므로, 점차 안정되고 차분해지는 어조로 바꾼다.
"눈에 즙처럼 괴는 연두."에서는 연두색이 단순히 시각적인 대상이 아니라 화자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오는 순간이므로, 몽환적이거나 깨달음이 담긴 어조로 표현한다.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에서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어조, 또는 지난날을 회상하는 아련함과 희망이 섞인 어조로 표현한다.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에서는 다시 담담하고 안정된 어조로 돌아오지만, 초반의 무미건조함과는 다르게 평화로움이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겨준다.
띄어 읽기는 시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고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문장 부호와 의미 단위를 따르지만, 시적 효과를 위해 조절할 수 있다.
행갈이에 따른 쉼: 각 행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짧게 멈추어 행의 의미를 살려준다.
쉼표(,)와 마침표(.): 쉼표에서는 짧게, 마침표에서는 조금 더 길게 멈춘다.
의미 단위로 끊기:
떨리는 손으로 /풀죽은 김밥을/
입에 /쑤셔넣고 있는 /동안에도/
기차는/ 여름 들판을/ 내 눈에 /밀어넣었다./
연둣빛/ 벼들이/ 눈동자를 찔렀다./
들판은 /왜 저리도/ 푸른가./
아니다 /푸르다는 말은/ 적당치 않다./
초록은/동색이라지만/
연두는/내게/ 좀 /다른 종족으로/ 여겨진다./
거기엔 /아직 /고개 숙이지 않은/
출렁거림, /또는/ 수런거림 같은 게 /남아 있다. /
저 /순연한/벼포기들./
그런데/ 내 안은 /왜 이리/어두운가./
나를/ 빛바래게 하려고 /쏟아지는/ 저/햇빛도/
결국/ 어두워지면/ 빛바랠 거라고 /중얼거리며/
김밥을 /네 개째/ 삼키는 순간/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것이 마치/
감정이 /몸에 돌기 위한/ 최소조건이라도 /되는 듯,/
눈에 /즙처름 괴는/ 연두./
그래,/ 저 빛에 /나도/ 두고 온 게/ 있지/.
기차는/ 여름 들판 사이로/ 오후를 /달린다./
특히,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부분에서는
'갑자기' 앞에서 잠시 멈추거나, 울음이 터지는 순간에 강세를 주어 감정의 폭발을 강조할 수 있다.
시 낭송은 감정 표현만큼이나 정확한 발음이 중요하다. 표준 발음법에 따라 명료하게 발음해야 한다.
연음: 받침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로 이어지는 연음 현상을 자연스럽게 발음한다.
'쑤셔넣고' [쑤셔너코] '밀어넣었다' [미러너었다] '남아 있다' [나마읻따]
된소리되기 (경음화): 특정 조건에서 평음이 된소리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눈동자를' [눈똥자를] '빛바래게' [빋빠래게] '햇빛도' [핻삗또]
'들판은' [들판는] (파열음 뒤 비음화)
'ㄹ' 발음: 'ㄹ'은 유음이므로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발음한다. 특히 '출렁거림', '수런거림'에서 'ㄹ' 발음을 명확하게 살려주어 생동감을 더할 수 있다.
낭송 전에 몇 번이고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자신의 호흡과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띄어 읽기, 그리고 감정 표현에 맞는 어조를 찾아보는 연습이 중요하다. 녹음하여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