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청포도', 시낭송을 위한 감상과 해설
청포도(靑葡萄)/이육사
내 고장 七月(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문장』, 1939. 8.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이육사 시인이 없었더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시도 그의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오로지 나라를 위해 헌신했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많은 투사들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 지켜온 나라이다. 그 많은 투사들 모두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육사 시인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육사 시인의 영혼은 너무도 맑고 순수하고 아름답고 굳건하고 고결하다.
어떤 사람은 쉽게 배신하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산다.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계산하고 따지고 손해 볼 일 없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산다. 아마 내가 그런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나부터 반성을 한다면 요리조리 빼고 불행할 만한 일이나 손해볼 일은 일체 않았으니 등도 따습고 배도 불렀으니 이제 행복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내 속은 늘 엉망진창이다. 이 말도 길어지면 또 딴소리 나라로 가고 말 것 같으니 이쯤에서 이육사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이육사 시인은 내가 아는 사람중에서 영혼이 가장 숭고하고 높은 사람이다.
그는 21살에 의열단에 가입한 이후 청년기를 모두 독립투쟁을 위해 헌신했고, 결국은 17번이나 옥살이를 한 끝에 옥사를 당하고 말았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그가 독립투사였다는 점도 매우 존경스럽다. 그러나 나는 그의 그런 생을 몰랐다. 내가 그에게 감동을 받았던 건 그의 시 때문이었다.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몰랐지만 시 한 편에 나는 시에 담긴 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추앙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가 청포도를 처음 알게 된 건 중학생 국어 시간 때였다. 평소 얌전하고 말소리도 작은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이 시를 학생들에게 설명할 때에는 돌변했다. 이육사의 청포도에 대해서 너무도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는데, 선생님은 양 팔을 크게 벌려 허공에 커다란 하늘을 그리고 손바닥을 펼쳐서 뒤에서 앞으로 내밀면서 마치 멀리에서 돛단배가 다가오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선생님의 눈은 어디 먼 데를 바라보았는데 마치 저쪽에 이육사 시인이 있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나는 수업 중 국어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열정적인 퍼포먼스에 도취되었고, 그 뜻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전에 그 시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내가 청포도 시를 자세히 접할 기회는 없었다. 국어 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학생들의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청포도를 보게 되었는데. 이때 나는 많이 놀랐다. 세월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학생들의 국어 교과서에 청포도가 실려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그만큼 청포도를 좋아하는 애독자가 많고, 민족 정신이 담겨 있는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작품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 청포도가 여전히 실려 있는 것이 반갑고 좋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품을 지도하기 위해서 작품을 분석했는데, 분석을 하고 나니 더욱 더 작품에 빠져 들게 되었다. 그 이후에 이육사의 생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육사의 생애를 알게 되었는데, 그의 생애를 알고 '청포도'를 읽으니 작품에 담긴 서정이, 단어에 담긴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현실에서는 그것이 어떤 가치인지에 대해서 좀 더 중심이 잡혀갔고, 중학생 때 그 얌전하던 국어 선생님이 왜 그토록 열정적으로 이 시를 설명해 주었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이 시를 우리 대대손손 읽어야 하는 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청포도에 담긴 맑고 투명한 서정과 인고의 기다림과 하늘과 바다를 아우르는 넓은 마음과 순백의 고결하고도 순진한 마음이 꼭 한국인의 모습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을 표현하라고 한다면 이렇게 표현하면 딱 맞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의 주제, 구성, 그리고 표현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이 시의 주제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에서 조국 광복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희망, 그리고 그를 위한 순결하고 숭고한 의지입니다. '청포도'는 단순히 여름날의 풍요로운 이미지를 넘어,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 독립을 향한 시인의 뜨거운 열망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상징한다.
하위 주제:
조국 광복의 염원: 청포도를 기다리는 마음이 독립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순결한 희생 정신: 손님을 맞기 위해 두 손을 적시는 행위나 은쟁반과 모시 수건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이상적 세계에 대한 동경: 풍요로운 여름날의 청포도 이미지가 평화로운 광복의 세상을 꿈꾸는 것으로 해석된다.
'청포도'는 6개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의 흐름이나 시상의 전개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성될 수 있다.
1연: 배경 제시 및 서정적 분위기 조성
'내 고장 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라며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풍요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2연: 풍요 속의 염원과 이상
익어가는 청포도에 '마을 전설'과 '먼데 하늘'이 박혀 있다는 표현을 통해 민족의 역사와 희망이 깃들어 있음을 암시하며, 풍요로운 결실에 대한 염원을 드러낸다.
3연: 손님 맞이의 서사 시작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이라는 표현으로 이상적인 세계의 도래와 함께 손님의 방문이 임박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4연: 기다리는 손님의 모습과 의미
'내가 바라는 손님'의 특징을 제시한다.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는 표현은 광복이 쉽게 오지 않음과 동시에 고결하고 지조 있는 존재임을 나타낸다.
5연: 희생적이고 순수한 준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이라며,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순수하고 숭고한 의지를 드러낸다.
6연: 정성스럽고 간절한 대비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라며 순결하고 정갈한 손님 맞이 준비를 지시하며, 광복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과 의지를 강조하며 시를 마무리한다.
'청포도' 시에서는 다양한 표현법이 사용되어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상징 (Symbolism):
청포도: 조국 광복, 이상적 세계, 풍요로운 결실, 순수함 등을 상징한다.
七月(칠월): 청포도가 익는 계절로, 광복이 임박한 시기 또는 광복의 계절을 상징한다.
손님: 조국 광복 그 자체, 또는 광복을 가져올 구원자(혹은 시인 자신)를 상징한다.
청포(靑袍): 지조 있고 고결한 선비의 모습, 또는 이상적인 시대의 지도자를 상징합니다. 청포도의 청포와 동음이의어로, 시적 활기를 더한다.
흰 돛단배: 평화롭고 순수한 이상 세계의 도래를 상징한다.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 순수하고 정갈하며 숭고한 준비와 희생 정신을 상징한다.
색채 대비 (Color Contrast):
푸른 청포도, 푸른 바다, 푸른 청포(靑袍)와 흰 돛단배, 하이얀 모시 수건의 대비를 통해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푸른색은 희망과 이상을, 흰색은 순결과 정결함을 나타낸다.
감각적 이미지 (Sensory Imagery):
시각적 심상: '청포도가 익어가는',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알알이 박혀', '푸른 바다', '흰 돛단배', '청포',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 등 시각적인 이미지가 풍부하여 시적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촉각적 심상: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에서 포도즙으로 손이 젖는 촉각적 심상을 통해 손님 맞이의 구체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의인법 (Personification):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등 비인격적인 대상을 사람처럼 표현하여 시적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생동감을 부여한다.
도치법 (Inversion):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이 문장은 '고달픈 몸으로'가 도치되었다. 원래는 아래 문장과 같이
내가 바라는 손님은 청포(靑袍)를 입고 고달픈 몸으로 찾아온다고 했으니"
라고 해야 한다. 이와 같이 문장 성분의 순서를 바꾸어 특정 구절을 강조하고 시적 운율을 만들어 낸다.
대비 (Contrast): 암울한 시대 상황과 대비되는 풍요로운 청포도의 이미지, 고달픈 손님과 대비되는 정성스러운 준비 등 다양한 대비를 통해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청포도'는 이처럼 아름다운 비유와 상징, 그리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조국 광복에 대한 시인의 간절한 염원과 순수한 의지를 서정적이면서도 굳건하게 표현한 수작이다.
"청포도"는 이육사 시인의 대표적인 서정시로,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과 희망을 차분하고 간절하며, 동시에 굳건한 의지가 담긴 어조로 낭송하는 것이 좋다.
1~2연 (내 고장 七月은 ~ 알알이 들어와 박혀): 고향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 담긴 민족의 염원을 차분하고 서정적인 어조로 시작한다. 희망을 그리는 듯한 부드러움을 유지하되, 마냥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실어준다.
3~4연 (하늘 밑 푸른 바다가 ~ 찾아온다고 했으니): 손님(광복)을 기다리는 간절함과 기대감을 드러낸다. 희망찬 기다림이 묻어나도록 어조를 조금 더 명료하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부분에서 약간의 강조를 주어 기다림의 중요성을 표현할 수 있다.
5~6연 (내 그를 맞아 ~ 마련해 두렴): 손님을 맞이할 준비와 그를 통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순수하고 정결한 준비를 보여준다.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부분에서는 비장함보다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포용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 연에서는 아이에게 지시하는 형태를 띠지만, 이는 단순한 지시가 아니라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스럽고 엄숙한 준비의 자세를 드러내야 한다.
시는 문학 작품이므로 문법적인 띄어쓰기 외에도 시의 내용과 리듬을 살리는 '의미 단위'로 띄어 읽는 것이 중요하다.
행갈이: 기본적으로 각 행의 끝에서 짧게 멈춘다. 이는 시의 행 구분을 통해 의미와 호흡을 조절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내 고장 七月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구절 단위: 한 행 안에서도 의미상 끊기는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멈춘다.
"이 마을 전설이 /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
먼데 하늘이 /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여기서 '이 마을 전설이' 다음에 잠시 멈추고,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다음에 멈추는 식으로 끊어 읽는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 고달픈 몸으로 / 청포(靑袍)를 입고 / 찾아온다고 했으니"
쉼표/마침표: 문장 부호가 있는 곳에서는 그에 맞게 멈춤의 길이를 조절한다. 쉼표는 짧게, 마침표는 조금 더 길게 멈춘다.
강조를 위한 멈춤: 특정 단어나 구절을 강조하고 싶을 때, 그 앞이나 뒤에 의도적으로 잠시 멈추어 여운을 주거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
"내 그를 맞아 / 이 포도를 따 먹으면 //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따 먹으면' 다음에 약간 더 길게 멈춤으로써 뒤의 내용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표준 발음법에 따라 명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 낭송에서는 정확한 발음이 시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몇 가지만 유의할 만한 부분을 짚어 본다.
'七月(칠월)': [치뤌]
'청포도': [청포도]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주저리] 로, 'ㄹ' 받침을 정확히 발음한다.
'알알이': [아라리]
'흰 돛단배': [힌 돋딴배] 로, '돛'의 받침이 'ㄷ'으로 바뀌고 뒤의 '단'이 된소리되어 발음된다.
'곱게': [곱께] 로, 된소리로 발음한다.
'고달픈': [고달픈] 으로, 'ㄹ' 받침을 명확히 발음한다.
'함뿍': [함뿍] 으로, 'ㅃ' 된소리를 명확히 발음한다.
'좋으련': [조으련] 으로, 'ㅎ'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면 'ㅎ'이 탈락되어 발음이 되지 않는다.
'하이얀': [하이야안] 또는 [하이야ㄴ] 발음을 자연스럽게 한다.
'마련해 두렴': [마련해 두렴] 으로, 각 음절을 명확하게 발음합니다.
시 낭송은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소리 내어 전달하는 행위이다. 위 설명들을 바탕으로 여러 번 낭송 연습을 해보면서, 시어가 가진 울림과 의미를 최대한 살려 자신만의 감동을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