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故鄕) 백석 시

-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시샘 김양경

고향(故鄕)/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자료 출처 백석 시집 "사슴"(1936)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낯선 곳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 느끼는 따스함과 위안을 잔잔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품 분석

(1)구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는 순행적 구조

1~2행: '나'는 병을 앓아 누워 의원을 만남.

3~7행: '나'는 의원을 보고 신선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를 묘사함.

8~12행: 의원이 '나'에게 고향을 묻고, 서로 고향 사람임을 확인하며 친밀감을 느낌.

13~18행: '나'가 의원을 '아버지처럼' 생각하자, 의원은 따뜻한 손길로 맥을 짚어준다. 이 짧은 접촉을 통해 화자는 고향,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친구를 모두 만난 듯한 정서적 충만함을 느낀다.


(2)표현법

직유와 비유: '여래 같은 상', '관공의 수염', '신선 같은데'와 같은 표현을 통해 의원의 인자하고 신뢰감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의원이 평범한 의원과 달리 신선 같고 관우 같은 위대성을 갖은 인물로 표현된다.

향토적 시어: '북관', '정주' 등 구체적인 지명을 사용하여 시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백석 특유의 고향에 대한 정서를 드러낸다.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상황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행에서 폭발하는 따스한 감동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


(3)주제

낯선 곳에서 만난 고향 사람에 대한 친밀감과 위안.

의원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화자는 단순히 병을 치료받는 것을 넘어, 고향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는다. 힘든 현실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곧 삶의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표준 발음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워늘 뵈이엳따]

묵묵하니 [뭉무카니]

막역지간(莫逆之交)이라며 [마격찌가니라며]


(5)어조와 낭송

1~7행: 차분하고 다소 무거운 톤으로 시작하여, 병을 앓는 화자의 상황과 의원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려 낭송한다.

8~12행: 의원과 대화하는 부분에서는 약간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담고, 고향이 같음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반가움이 살짝 드러나는 톤

13~18행: 따뜻하고 부드러운 톤으로 변화하며, 마지막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는 부분에서는 감동과 안도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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