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원(八院) 백석 시

-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시샘 김양경

팔원*八院 / 백석

- 서행시초西行詩抄 3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妙香山行) 승합자동차(乘合自動車)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慈城)은 예서 삼백오십리(三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백오십리(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쌔하얗게 얼은 자동차(自動車)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車)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자료 출처 백석 시집 "사슴"(1936)

*팔원 : 평안북도 영변국 팔원면

*자성 : 자성군 평안북도 북쪽.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

*내임: 배웅의 북한어

*아이보개:애보개. 아이를 돌보는 일을 맡아 하는 사람.

팔원.png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나라가 망하면 나라의 가장 약자들에게 그 모든 고통이 가해진다. 약자 중에 약자였던 여자 아이가 겪는 고통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화자는 어린 소녀가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진진초록 새 저고리는 입었으나 어린 아이의 손이 밭고랑처럼 터진 것이나, 텅 빈 버스에 어린 여자 아이가 혼자서 멀리 외삼촌네 집으로 간다거나 하는 것이나, 어린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어린 소녀가 겪는 비극은 단지 이 소녀에게만 있는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그 당시 우리 민족 모두가 겪는 고통이었던다. 어린 여자 아이는 또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두려워서 혹은 일을 하면서 고달프게 지냈지만 이미 친근하던 곳을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인지 운다. 그런 소녀가 우는 것을 보고 있던 화자도 같이 운다.


(1)구성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적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는 서사적 구조이다.

1~3행: '차디찬 아침'에 '텅 빈' 승합자동차에 한 '나이 어린 계집아이'가 오르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

4~5행: 아이의 외양을 묘사하며 아이의 상황에 집중합니다. '진진초록 새 저고리'와 대비되는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진 손'을 통해 예쁜 새 저고리와 달리 어린 아이의 손이 고생을 하여 몹시도 터진 것이 대비되어 어린 여자 아이가 겪었을 고통스런 현실을 드러낸다.

6~8행: 아이가 '자성'으로 가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 시의 배경이 드러나고 인물이 버스에 탄 이유가 드러난다. 일가 친척인 '삼촌'을 찾아가는 여정은 아이의 고단한 삶을 암시하는데, 부모 없이 일가 친척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9~12행: '자동차 유리창 밖'에 있는 '내지인 주재소장'과 그의 아이들을 보며 계집아이가 우는 모습을 통해 비극적인 현실을 극대화한다. 계집아이는 주재소장과 그의 아이들을 돌보면서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았을 테지만, 또한 그집 사람들과 정도 들었을 것이다. 어린 여자 아이 입장에서는 또 어디론가 낯선 곳으로 가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시적 화자를 통해 감정 이입을 보여주고 있다.

13~16행: 시적 화자가 아이의 과거를 추측하며 아이의 고된 삶에 대해 깊은 연민을 드러내고, 그 슬픔의 원인을 짐작하게 된다.

(2)표현법

대조법 : '진진초록 새 저고리'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나 희망을 상징하지만,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진 손'은 아이가 겪어야 했던 고단한 현실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비극성을 심화한다.

직유법 : '손잔등이 밭고랑처럼'이라는 표현은 거칠고 고된 삶을 살아온 아이의 손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감정이입: 시적 화자는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라는 표현을 통해 계집아이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사적 진술: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와 같이 서술하는 방식이 이 시의 담담한 어조를 형성한다.


(3)주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고 부모를 잃고 낯선 곳을 떠돌아다니며 살아야 하는 어린 여자 아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민중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며 살아야 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민족이 겪는 고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표준 발음

묘향산(妙香山)[묘ː향산]

계집아이 [계지바이]

자성(慈城)[자성]

내지인(內地人) [내ː지인]

(5)어조와 낭송

담담하고 서정적인 어조이다. 시적 화자는 어린 소녀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거나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듯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담담함은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더 깊은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한다.

연민과 공감의 어조이다. 시적 화자는 소녀의 외양과 행동을 관찰하며 그녀의 고된 삶을 추측하고,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와 같이 소녀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향(故鄕) 백석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