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주시초 1
[정본]
함주시초 咸州詩抄
북관 北關/백석
명태 창난젓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질한 무이를 뷔벼 익힌 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 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 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의 살내음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 속에선
까마득히 신라 백성의 향수도 맛본다
-조광, 3권 10호 (1937.10)
[원본]
북관 北關/백석
명태 창난젖에 고추무거리에 막칼지한무이를 뷔며익힌것을
이 투박한 북관을 한없이 끼밀고있노라면
쓸쓸하니 무릎은 꿀어진다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속에
나는 가느슥히 여진의 살냄새를 맡는다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속에선
깜아득히 신라백성의 고향도 맛본다.
==== 시샘의 시 읽기와 감상 ===
(1)표현법
이 시는 다양한 감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여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끼밀고 – 촉각적 심상을 통해 북관의 느낌을 전달한다.
·명태, 창난젓, 고추무거리, 무이 등의 토속 재료를 통해 맛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시큼한,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등의 미각적 심상을 통해 맛의 감각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퀴퀴한 이 내음새 – 냄새를 통해 북관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한다.
(2)시의 구성
3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은 화자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1연 – 화자가 투박한 음식인 명태 창난젓을 먹으며 고독과 쓸쓸함을 느낀다. ‘쓸쓸하니 무릎은 꿇어진다’는 표현을 통해 겸허하고 숙연한 태도를 드러낸다.
2연 - ‘시큼한 배척한 퀴퀴한 이 내음새’라는 후각적 심상을 통해 과거의 여진족과 그들의 삶을 떠올린다.
3연 - ‘얼근한 비릿한 구릿한 이 맛’이라는 미각적 심상을 통해 아득히 먼 신라의 백성의 향수를 느낀다.
(3)시의 주제
북관 지역의 토속적인 음식에 담긴 역사적 정서와 향수.
명태창난젓이라는 일상적 음식을 통해 북관 지역의 투박한 현실과 그 속에 담아 있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려주고 있다. 여진족의 살냄새와 신라 백성의 향수를 통해 이 땅에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흔적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4) 시의 어조
담담하고 쓸쓸하고 경건하고 숙연한 자세를 보인다.
(5)표준 발음과 낭송
백석의 시를 낭송할 때에는 정감어린 토속어의 맛을 잘 살려 낭송하는 것이 좋다. 감각적인 표현들을 살려 맛과 냄새 촉각을 상상하면서 이에 맞게 속도와 톤을 조절하여 낭송하면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6)어휘 풀이
함주 咸州 -함경남도 함주군
북관- 함경북도의 별칭
막칼질한 -아무렇게나 함부로 칼질한
끼밀고 -씹고, 평북 방언인 ‘깨밀다(깨물다)’를 변형해서 쓴 것으로 추정
배척한- 조금 비린, ‘배척지근한’을 변형시킨 말
가느슥히- 꽤 가느스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