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여우난곬족' 윤송輪誦의 즐거움

- 중학생을 위한 시낭송 수업

by 시샘 김양경


윤독輪讀이란 책을 돌아가면서 읽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시낭송에 대입하면 윤송(誦)이 된다. 백석의 시 “여우난곬족”으로 윤송을 해 보려는 의도는 다음과 같다.

작품 안에 다양한 인물들이 제시되고 다양한 놀이와 명절날 풍경이 나오는데,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다양한 목소리로 연출하는 것과, 다양한 놀이에 생기를 더해주어 시낭송의 재미를 더해보려고 한다.

백석의 “여우난곬족”은 명절날 일가친척들이 모여 북적거리는 평안도 어느 마을의 풍경을 아주 생생하고 정겹게 그려낸 시이다 낭송(윤송)을 할 때는 그 특유의 '왁자지껄한 생동감'과 '토속적인 맛'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효과적인 윤송을 하기 위한 몇 가지 준비

1. 낭송의 전체적인 톤 설정

'기분 좋은 소란함'이 시는 명절날 온 집안 식구들이 모여 떠들썩한 장면이다.

윤송을 하는 시샘 김양경과 태고 이관종. 여우난곬족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 기분 좋은 소란함이 느껴지도록 율동감 있는 몸짓을 하고 표정을 밝게 지었다.

2. 어조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정하고 구수한 어조도 좋다.


3. 운율

나열되는 단어들이 많다. 지루하지 않게 리듬감을 타며 속도감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친척들의 특징을 묘사할 때는 조금 빠르게, 밤이 깊어가는 장면에서는 조금 느리고 아늑하게 낭송한다.


4. '평안도 방언'의 맛 살리기

백석 시의 매력은 방언에 있다. 표준어로 딱딱하게 읽기보다 그 단어가 가진 질감을 살려본다. '무이(무)', '가즈랑집', '숭어떡' 같은 단어들을 입안에서 굴리듯 발음해 본다. 억양을 약간 높낮이가 있게(평안도 사투리의 느낌을 살짝 얹어서) 읽으면 훨씬 입체적으로 들린다.


5. 장면별 입체적 흐름에 따라 목소리의 분위기를 바꿔본다.

처음 - 명절 아침, 친척들이 모여듦, 반가움과 설렘이 가득한 목소리

전개1 - 친척들의 외모와 특징 묘사. 한 사람 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듯

명확하고 재치 있게

전개2 - 저녁 식사와 시끌벅적한 놀이.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흥겨운 목소리.

결말 -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듦. 나직하고 따뜻하게, 평화로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윤송2.JPG 여우난곬족을 윤송 중인 시샘 김양경과 태고 이관종. 여우난곬족의 마지막 부분은 좀 더 밝고 경쾌한 느낌이 들도록 활짝 웃으면서 좀 더 큰 소리로 낭송하였다.

6.청각적 시각적 효과

청각적 효과를 위해서 시에 나오는 '개 짖는 소리', '말굽 소리', '취한 사람들의 흥얼거림' 등을 가벼운 추임새나 효과음으로 넣으면 훨씬 생생하다.

시각적 이미지 활용하기 위해서 낭송하는 중간에 떡을 나눠 먹거나, 이불을 덮는 시늉을 하는 등 가벼운 몸짓을 곁들이면 청중이 시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7. 가장 중요한 것은 마치 내가 그 여우난곬족의 일원이 된 것처럼, 명절의 들뜬 마음으로 읽기이다.


[윤송 대본]


보기

바꿔 낭송한다. ▮▮ 합송



여우난골족/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던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 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1935. 12. 『조광』1권 2호. 이후 시집 『사슴』에 재수록

시샘시낭송협회 02)918-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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