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을 위한 즐거운 시낭송 수업
윤송이라고 하는 것은 한 편의 시를 몇 사람이 나누어서 교대로 돌려가면서 낭송하는 형태의 시낭송을 뜻한다. 혼자 읽는 독송과 달리 좀 더 재미있게 시낭송을 즐길 수가 있다. 둘 이상의 목소리의 변화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고, 둘 이상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소리를 내는 화음을 즐기는 즐거움이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시를 단순히 눈으로 읽는 텍스트에서 몸과 목소리로 보여주는 공연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시 읽기 방법이 될 수 있다.
백석의 시 '가즈랑집'은 향토적 소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담긴 시이다. 마치 이야기를 나누듯이 여러 사람이 나누어 읊는 윤송(輪誦)을 하기에 매우 좋은 작품이다.
윤송하기에 좋은 작품은 백석의 시처럼 이야기가 있고 풍경이 묘사되어 있는 작품이 좋다. 묘사가 된 부분을 시각화하기에 좋고, 서정적인 시보다는 이야기가 있는 서사적인 시가 전달력이 좋기 때문이다.
백석의 시 '가즈랑집'은 산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시이다. 마치 이야기를 하듯이 여러 사람이 나누어 읊는 윤송(輪誦)을 하기에 매우 좋은 작품이다.
특히 백석의 '가즈랑집'은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1,2연은 험준한 공간에 대한 묘사이고, 3~5연은 가즈랑집 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로 되어 있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목소리를 하다가 에피소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윤송을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시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혼자 읽는 독송과 달리 목소리의 변화를 줄 수 있고 화음에 맞춰하는 과정에서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으며, 배역을 달리 하는 방법으로 입체적 구성을 할 수 있어 시 하나만으로도 좀 더 풍성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시 퍼포먼스의 성격을 띤다.
'가즈랑집'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 1~2연은 가즈랑집이 있는 험준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고
- 3~5연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와 할머니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이때 배경을 묘사할 때에는 낮은 톤의 으스스한 느낌을 살린 목소리로 낭송을 하고
할머니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할머니의 정하고 엄숙한 느낌이 드러나도록 낭송을 하고,
할머니와 '나'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좀 더 일상적이고 정겨운 목소리로 낭송을 하면 좋다.
낭송자의 목소리 변화만으로도 청자는 장면이 전환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내용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목소리로는 담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을 여러 겹의 목소리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앞부분의 위협적인 자연과 그 속에서 보호받는 어린아이의 평화로움이 대비적으로 입체적으로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앞부분의 위협적인 자연을 낭송할 때에는 굵게 낮은 목소리가 좋고, 어린 시적 화자가 드러나는 '나'가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맑고 어린아이 같은 소리로 낭송하면 좋다.
이러한 윤송의 방법을 시를 낭송하는 것은 단순히 읽어주는 것을 넘어서 목소리의 대비적 효과를 통해 또는 목소리의 높낮이, 강약, 입체적 배치, 약간의 몸짓을 더해 시의 세계를 좀 더 풍성하고 깊이감 있게 전달할 수 있다.
4연을 보면 산나물의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 이름이 나열되어 있다. 이때 윤송의 방법으로 여러 명의 낭송자들이 나열된 단어를 하나씩 톡톡 받아치면서 읽으면 아주 재미있게 낭송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가 "제비꼬리"라고 하면 B가 "마타리", C가 "쇠조지" 이런 방법으로 하나씩 낭송할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파편화하여 청각적으로 극대화하여 시에 더욱 활기와 리듬감을 부여할 수 있다.
윤송을 통해 단순히 시를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배역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시에서는 '가즈랑집 할머니'의 대사 부분과 이를 관찰하는 '나'가 드러나는데, 이 둘의 역할을 나누어 낭송하면 훨씬 더 생동감 있고 극적인 낭송을 할 수 있게 된다.
가즈랑집할머니 역을 맡은 낭송자가 "밑구멍에 털이 멫자나 났나 보자" 이 부분만 따로 낭송해 주면 된다.
이 시는 무서운 분위기와 달콤한 음식이 공존한다. 1~2연에서는 공포심이 드러나고 3연에서는 신비로움이 드러나고 4~5연 가즈랑집에 관련한 '나'의 추억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야기가 가진 감정의 굴곡을 여러 명의 음색을 가진 낭송자가 분위기에 맞게 낭송하면 좋다. 두껍고 낮은 목소리로 공포심이 드러나게 낭송할 수 있고, 떨리는 듯한 작고 얇은 목소리로 신비로움을 드러낼 수 있고, 이후 정겨운 목소리로 낭송을 한다면 독백으로 하는 낭송보다는 훨씬 더 입체적이로 풍성한 공간감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극적 배역을 나누어 그 느낌을 살리면 북적거리는 옛날이야기의 느낌을 제대로 살려 낼 수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나 시에 등장하는 승냥이나 곰의 울음소리 등의 음향 효과를 준다면 소리를 통해 공간의 느낌을 입체적으로 살릴 수 있다.
낭송자들이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의 흐름에 따라 위치를 바꾸는 시각적 배치를 통해 시의 느낌을 좀 더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구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는 나를 두고 가즈랑집 할머니가 다가와 "밑구멍에 털이 멫 자나 났다 보자"고 하는 부분을 익살스럽게 하면서 달래는 동작을 넣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시의 행간에 숨겨진 인물의 관계를 눈앞의 연극처럼 보여줄 수 있어 좀 더 풍성한 의미 해석이 가능해진다.
== 시 원본 ==
가즈랑집/백석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매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 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너머 마을서 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즘생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씨레기를 멫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엔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녯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어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달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 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투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멫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어 하로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輪誦용>>
표시 ● - 바뀌는 곳 ●● - 함께 읽는 곳
가즈랑집/백석 ●●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즘생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씨레기를 멫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엔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녯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어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달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 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투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멫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어 하로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 어휘 풀이 ===
가즈랑집 - 가지런하거나 가느다랗게 긴 모양의 고개에 있는 집을 의미하는 평북 방언.
쇠메 – 쇠로 만든 메. 망치
깽제미 – 갱지미. 놋쇠로 만든 반찬 그릇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 멧돼지와 이웃사촌을 지낼만큼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정해서 – 깨끗하고 반듯해서
막씨레기 – 마구 썰어 놓은 담뱃잎
구신간시렁 – 귀신을 모셔 놓은 곳의 시렁.
당즈깨 – 도시락
대감 – 집이나 터, 나무, 돌 따위에 붙어 있는 여러 신들을 높여 이르는 말
수영 – 수양. 다른 사람의 자식을 맡아 제 자식처럼 기름.
신장님 – 귀신 가운데 무력을 맡은 장수신
달련 – 시달림
아르대 – 아래쪽
즘퍼리 – 진펄, 질퍽한 땅
제비꼬리 – 제비 고사리
마타리 – 풀
쇠조지 – 쇠서나물, 산나물
가지취 – 취나물.
물구지우림 –무릇
둥굴레우림 – 둥굴레 뿌리를 물에 담가 우려 먹는 것.
광살구 – 통통하게 살이 찐 큰 살구
하로 – 하루
당세 – 당수. 곡식을 물에 불려 간 가루에 술을 조금 넣어 만든 미음 같은 것.
집오래 – 집 근처.
설레다 –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다.
=== 시샘의 시 해설과 감상 ===
가즈랑집 할머니를 중심으로 깊은 산골 마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작품 역시 무속적인 세계관이 드러난다.
무서운 산 짐승들이 득실거리는 깊은 산골에 사는 가즈랑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두려움과 갖가지 귀한 산나물과, 살구를 먹고 탈이 난 이야기가 잘 엮여서 가즈랑집 할머니를 마치 무속의 신처럼, 위대성을 지닌 신선처럼 형상화 시키고 있다.
[시의 구성과 내용 전개]
외지고 척박하며 공포스러운 곳에 위치한 가즈랑집을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즈랑집에 사는 할머니의 비범성을 보여준다. 승냥이와 곰과 같이 무서운 산짐승이 있는 깊고 외진 가즈랑집에 사는 할머니는 마치 지상과는 별개의 또 다른 세상 사람처럼 표현되고 있다.
‘아들 없고’, ‘중같이 정한’ 가즈랑집 할머니는 고독하고도 엄격하면서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대상이다.
‘나’는 가즈랑집 할머니 집에서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면서 귀신집에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과 누이가 출생했을 때부터, 또한 병이 났을 때에도 가즈랑집 할머니가 나서서 일을 맡아 주고 도와주는 것을 통해 가즈랑집 할머니를 마치 신선과 같은 높고 위대한 존재로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이후에 나오는 귀한 산나물을 통해, 평범한 음식이 아닌 산나물로 만든 독특한 음식을 통해 가즈랑집 할머니의 독특성과 위대성이 강화가 되고 있다.
‘나’는 출생부터 병이 났을 때 등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에 가즈랑집 할머니를 통해 이루어내는데, 이를 통해 가즈랑집 할머니가 인간의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을 관장해 주는 신령이나 신선처럼 표현되고 있다.
[표현의 특징]
이 시 역시 백석 시다운 특징이 잘 드러난다.
서사적이고 산문적인 구성이다. 승냥이 곰 이야기, 죽은 누이 이야기, 산나물 이야기 등 산문시 형식이 두드러진다.
지역 텃말도 잘 드러나다. ‘가즈랑집’, ‘막씨레기’, ‘도투리범벅’, ‘구신간시렁’ 등 토속어 방언, 민속어가 풍부하게 사용되어 그 지역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감각적·구체적 이미지도 잘 드러나 있다.
돌나물김치, 백설기, 물구지우림·둥굴네우림, 도토리묵·도투리범벅, 살구벼락 등 음식과 자연물의 구체적인 이미지가 미각·촉각·시각을 자극하며, 유년의 체험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유년 화자가 경험하는 가즈랑집은 한편으로는 ‘승냥이·곰·구신’의 공포와 죽은 누이에 대한 슬픔이 깃든 장소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돌나물김치, 산나물, 살구, 복숭아 등을 매개로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친밀하고 풍요로운 공간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인생의 다양한 면모를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처럼, 할머니의 삶을 귀신과 결부된 운명으로 바라보는 대목에서는, 가난·무자(無子)의 운명·샤머니즘적 삶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할머니에 대한 인간적인 연민이 드러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산골 마을의 토속적인 삶과 샤머니즘적 세계 속에서 유년의 공포와 호기심과 애정이 함께 섞여 있는 작품이다. 화자의 기억을 통해 가난하고 험하게 살았지만 그런 곳에서도 공동체를 이루며 독특한 삶을 이뤄내는 서민들의 삶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