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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Ⅰ

선배가 전하는 여행의 기술 4

by 이영근

스티브 도나휴는 20대 시절 사하라 사막을 건넌 경험으로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으로 유명해졌고,

파울로 코엘료는 마흔 살 때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Buen Camino)을 다녀온 후 ‘순례자’와 '연금술사'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섰다.

일본의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는 가구제작과 인테리어로 번 돈을 모아 떠난 7개월간의 유럽여행에서 평생 건축가의 길을 결심했고,

스티브 잡스는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워즈니악과 애플을 창업했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여행은 삶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지만,

누군가에게는 현실의 도피로 자존감을 상실한 중독만 남겨준다.


우리는 어떤 여행을 할 것인가?


여행(旅行)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관광(觀光) :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경, 풍습, 문물 따위를 보고 돌아오는 일


솜털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보헤미안의 영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여행은 돌아옴을 전제로 목적성(빛:光)을 가지는 관광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관광(觀光)은 세속적 관광이 아닌 사전적 의미의 관광을 말한다.


구속되기 싫어 떠난 거잖아?
목적 따위가 뭐가 중요해?
길이 있는 데로 마음이 이끄는 데로 가면 되지


하지만 쉬는 것도 목적이 무엇을 보는 것도 목적이며 느끼고 즐기는 것 또한 목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 것이며 어떤 목적의 여행을 할 것인가?

길 떠나기 전 당신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묻거나 길 위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끝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근원적 물음에 대한 3가지 여행 방법을 대하여 얘기하고자 한다.



1. 스스로 선택한 구도자의 길



* 카일라스 순례자의 길 : 해발 4,675m의 다르첸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하여 이틀째 5,630m의 돌마라(Dolma La) 고개를 넘고, 사흘째는 종추 강을 따라 주툴푹 곰파를 지나 다르첸으로 돌아오는 2박 3일의 여정

*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 :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지역인 생 장 피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km의 순례길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서킷 : 해발고도 820m의 베시사하르(Besisahar)에서 시작하여 쏘롱라 5,416미터 정상을 넘어 나야폴로 돌아오는 250km의 트레킹


즐기러 떠나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 스스로 빠뜨리는 대표적인 구도자의 여정들

왜 이토록 힘들게 여행하는 것이며 무엇을 얻기 위해 구도자의 길을 떠나는 것일까?

히말라야를 일곱 번 오르내리며 내가 생각해본 바로는 체력과 정신이 극한에 다 다를 때 사람은 '최소한의 것'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더라


즉, 죽음 앞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 죽는다면 나는 어떤 가치 있는 일들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각인하는 것이다.


이 경험은 사람에 따라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릴 수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 히말라야 트레킹은 삶을 바꾸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2. 극한의 몰입을 통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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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순간에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사실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이내 몸속의 도파민이 증가하며 지속적인 행복감이 밀려오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여행 중 몰입은 행복감을 극대화시켜준다.

나에게 여행 중 클라이밍과 서핑이 그러하다.


서핑에 대하여...

리쉬(leash:연결 )로 내 다리와 보드를 묶고 거친 파도를 헤쳐 바다와 하나가 되어 떠오르는 서핑은 처음 일주일간 배우긴 힘들지만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단계가 되면 미친 듯이 몰입하게 된다.

깊은 바다 위에 떠 있기 때문에 보드와 연결된 리쉬는 곧 생명줄이다.

그 생명줄이 끊어지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어떻게 보면 위험하면서도 물리적 힘으로 끊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안전하기도 하다.

바로 그 짜릿한 설정으로 바다와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서핑을 섹스에 비교한다.

무아지경에 빠져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며 종종 장기 체류 여행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일단, 파도를 타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며 온 촉각이 파도와 함께 춤을 추게 된다.


서핑뿐만 아니라 여행에서의 액티비티 체험은 행복감을 극대화시켜준다.

기억하라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3. 전혀 다른 환경 속의 생활 여행자



지금과 다른 삶을 항상 꿈꾸지만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환경과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행은 아주 중요하다.

더군다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고 만나는 사람들을 바꿔 본다는 건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변화시킬 기회를 얻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으로부터의 탈출은 무한의 자유를 줄 듯 하지만 경험한바 이내 익숙한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출근 시간으로부터의 자유가 오래지 않아 조금 늦게 일어나지만 일정한 규칙을 만드는 것처럼.

하지만 이런 행위는 삶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끌려 가는 삶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경험하고 스스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우지 못했다.

여행은 단번에 사회적 관계를 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만 보게 한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건 또 다른 세상을 본다는 것으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경험은 다양한 사고를 가져다줄 것이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또 다른 삶을 꿈꾼다면 지금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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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