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배낭여행은 안전한가요?

'액티비티 트립'의 위험성에 관하여

by 이영근

구속된 환경을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로 떠난 우리는 순간적 해방감으로 위험 요소에 대한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내 스스로 판단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만 무작정 따르는 경우가 많다. 즉, 기분이 들떠 집단적으로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액티비티 트립의 경우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현혹되어 현장에서 계약해 미숙한 강사를 만나거나 문제시되는 장비를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고는 정말 간혹 난다.

하지만 액티비티 트립은 한 번의 사고가 중상 또는 사망까지 이어지기에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최근 동남아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액티비티 트립을 이용해 봤는데 한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아주 당연하게 행해지고 있었다. 정말 남의 일이 아니였다.


해외 액티비티 트립, 무엇이 위험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는 만큼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스쿠버 다이빙


[ 2014년 국내 스킨 스쿠버로 인한 사망사고 ]

3월 11일, A(41)씨가 토성면 청간리 해상에서 스쿠버 다이빙 중 어망에 걸려 사망했다.

4월 4일, 서귀포시 성산읍, 정모(49, 인천) 씨가 갑자기 물 위로 떠올라 숨졌다.

5월, 광명의 다이빙풀에서 김모(38) 씨가 무자격 강사(마스터 다이버)에게 교육받다 숨졌다. 무자격 강사는 과실치사로 구속되고, 다이빙 풀 대표는 불구속 입건되었다.

8월 26일, 전북 부안군 위도, 정모(55) 씨가 입수 후 30분 정도 있다가 갑자기 줄을 던져 달라고 해서 던져줬지만 물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10월 26일, 포항시 흥해읍 영일만 신항 인근, 이모(54) 씨가 스쿠버 다이빙 활동 중 의식을 잃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11월 6일, 대천 앞바다, 40대 여성 초보 다이버, 야간다이빙 중 사망했다. 수심 4m, 잔압 50바가 있었기에 가족이 부검을 요청했다.


국내 자료만 보더라도 활동기간 중 거의 한 달에 한명식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부상 역시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국외 여행자 사고는 조사된 자료가 없지만 심심찮게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사고 방지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 검증된 스킨 스쿠버 샵을 반드시 이용하자.


블로그나 관련 커뮤니티를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선배 여행자들의 경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업체의 장단점이나 강사의 자질 및 주의 사항이 잘 나와 있다.

일단 정보가 없는 업체와 강사는 조심하는 게 좋다. 돈 몇 푼 아끼기엔 우리의 생명은 너무나 소중하다.


(2) 사전 계약 내용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예약 전에 위험 요소에 대한 업체와 충분히 대화하고 체크해야 한다.
적어도 장비 내용과 연식, 교육 인원, 강사 인원, 강사 경력, 교육 시간, 교육 프로그램 및 교재, 교육 후 피드백 여부 등은 반드시 체크가 필요하다.

사전 계약 시 만약 계약 내용과 다를 경우 교육을 거부하고 환불하겠다는 내용 역시 기분 나쁘지 않게 한 번쯤 언급해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3) 교육이 시작되기 전 계약 내용과 다를 경우 거부해야 한다.


보통 계약하고 나면 업체에 다 일임하고 계약내용과 다르다 하더라도 현지 분위기나 일행들의 불편함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스리랑카에서 스노클링을 계약했는데 구명조끼의 버튼이 파손되어 있었다.

교환을 요구했었고 다시 또 불량 제품을 가져오자 또다시 교환 요청을 했었다.

함께 한 일행에게는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이자 내가 유별난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안전의식에 대하여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투어 중에도 긴장해서 일한다. 이건 유별난 게 아니라 당연히 요구할 권리다.


또, 당일 다른 강사가 투입되는 경우는 무자격자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타 업체 강사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계약 내용을 이야기하며 교육을 거부해야 한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와 함께 투어 하는 분들의 눈길 때문에 거의 대부분 그냥 넘어간다.

업체는 이를 이용, 사전에 강사를 배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사실 관행으로 알고 지적하지 않았던 선배 여행자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

해양 관광대국 태국도 처음엔 엉망인 구명조끼를 입힌 체 스노클링을 했었다.

하지만 거듭된 여행자들의 지적으로 지금은 신형 구명조끼를 업자들이 더 강조한다.


그리고 액티비티 트립의 경우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은 동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체크해주고 믿음을 줘야 한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모든걸 강사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

강사가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건 장비의 기능이 아니라 교육자들의 동료 의식이다.

한 명이라 문제가 생기면 교육을 중단시켜야 하며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교육은 진행되어야 한다.


(4) 교육내용에 대한 피드백


교육이 끝나고 나면 강사와 교육생간의 교육 내용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

나이와 평소 운동 여부, 성별에 따라 신체 사이클과 컨디션은 모두 다르다.

교육생과 교육생간, 교육생과 강사 간 꼭 대화가 필요하며 이 대화를 통해 사전 리스크를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다.

대화는 사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업체는 다른 스케줄로 인해 번번이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가급적 교육생들이 강사분들을 잘 챙겨서 좋은 분위기를 스스로 유도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2. 클라이밍 & 캐녀닝


동남아 캐녀닝의 경우 폭포 하강 코스가 있다. 높이는 10~50m.

단순히 물놀이쯤으로 알고 확인도 안 하고 계약해 고소 공포를 느끼며 주저하는 여행자들이 많다.

클라이밍 트립은 크게 위쪽에서 강사가 줄을 고정시켜 아래로 여행자를 내려주는 탑 로핑(top roping)과 고정된 피치를 선등자와 후등자가 차례로 올라가는 시스템 등반으로 나뉜다.

캐녀닝 등 가벼운 클라이밍 체험은 탑 로핑이 대부분이며 유경험자들은 선등자와 함께 시스템 등반을 한다.

사실 클라이밍은 줄로 고정된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착용하고 오르기 때문에 물리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추락하지 않는 안전한 체험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역시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몇 가지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1. 로프의 상태


여행 중 로프를 들고 다닐 수 없으니 대부분 현지 업체의 로프를 이용한다.

그런데 최근 3개월 동남아 클라이밍 트립을 다녀보니 로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는 당장 버릴 로프도 몇 개 보였다. 로프가 끊어지면 바로 중상 또는 사망이다.

솔직히 시스템 등반을 하시는 분들은 꼼꼼히 확인하시거나 사고가 없는 업체를 이용하시든지 직접 한국에서 로프를 가져오기를 권하고 싶다.

캐녀닝 중 탑 로핑의 경우는 로프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로프 확인은 클라이밍의 기본이다. 반드시 확인 바란다.


2. 헬멧의 고정상태와 파손 여부


액티비티 체험의 경우 헬멧 착용은 아주 중요하다.

업체를 선정할 때 치수에 맞는 헬멧이 구비되어 있는지 파손된 곳은 없는지 헬멧이 고정되는지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추락, 충돌 시 헬멧 착용 여부에 따라 부상 정도는 굉장히 차이가 난다. 가장 중요한 곳이 머리다.

사람들에 떠 밀려 맞지도 않고 고정도 안 되는 헬멧을 착용했다면 작은 충격에도 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걸 알아야한다.


3. 강사의 음주 여부


액티비티 체험은 순간적인 강사의 판단 미스가 생명의 위협을 줄 수 있다.

사고의 많은 비중이 강사의 실수다. 그중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음주가 가장 큰 문제다.

계약 전 강사의 음주 여부에 따라 교육을 거부하겠다는 말을 한 번쯤 해야 한다.

또, 당일 강사가 숙취가 있다면 반드시 문제를 제기 해야하며 교육생들은 주시해야 한다.

액티비티 체험 전날은 강사도 교육생도 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간혹 술자리를 주선하는 교육센터들이 있는데 스스로 피하는 것이 좋다.


3. 서핑


최근 서핑은 국, 내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유저들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서핑 역시 보드와 서퍼를 연결하는 리쉬(leash)에 의존한 체 깊은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1) 리쉬(leash)는 생명줄이다


한 달 동안 동남아 두 곳에서 서핑을 했는데 무려 두 번이나 리쉬가 보드에서 풀리는걸 직접 목격했다.

다행히 주변 서퍼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구조되었지만 만약 진입하기 힘든 먼 바다였다면... 정말 아찔하다...


한마디로 세계적으로 서핑 명소 조차도 렌털 장비를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해외에서 서핑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면 리쉬(leash)를 반드시 구입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체험 서핑이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구조가 손쉽다고 하지만 일단 라인업에 나가면 안전은 보장해 줄 수가 없다.

또, 리쉬를 개인이 가져오거나 현지에서 구입 하더라도 리쉬와 보드를 연결하는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직접 목격도 했고.

안전성 여부를 충분히 테스트한 후 바다에 나가길 바란다.

서핑 업체를 선정할 때 강사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장비의 안전관리 여부다.


(2) 1:1 교육을 택하라


아무리 경험이 많은 강사라도 넓은 바다에 여러 명의 교육생을 주시하기엔 무리가 있다.

보드와의 충돌이나 리쉬가 풀렸을 때 강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다소 비싸더라도 1:1로 교육받는 것이 좋다.

또한 서핑은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세히 지도 받는게 좋다.


(3) 주변의 서퍼들과 함께 움직여라


서핑은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한다.

처음 본 사이지만 취미가 같다는 이유로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는 것이 서핑의 매력이다.

먼 바다에 나가면 우린 모두 동료이다.

서로 주시해주며 함께 즐기고 위험에 처했을 땐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이 레저 정신이다.

나의 안전과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항상 주변 서퍼들과 함께 움직이자.


(4) 강사의 자질


해외 로컬 서핑은 특별히 강사 자격증도 없고 여행자를 보호할 협회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비치 보이들이 무자격으로 강습을 한다.

비치 보이는 사업체가 아니다 보니 사고가 났을 때 적절한 보상을 받기가 불가능하다.

사업적인 마인드 또한 부족하다 보니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여성 강습자 대상으로 성희롱이 자주 발생한다.

특정 지역에서는 아예 대놓고 신체적 접촉 또는 성적 농담을 던진다.


계약 전 불필요한 신체적 접촉에 대한 거부 의사를 기분 나쁘지 않게 꼭 언급할 필요가 있으며

만약 불쾌한 일이 생겼다면 항의는 하더라도 싸움은 피해야 한다. 대부분 지역인을 편들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등 몇 개 국가는 집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주의를 요한다.

keyword
이영근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