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야 할 곳이 더 많지만 25년을 여행하며 가장 인상 깊은 곳을 손꼽으라면 당연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데 자연의 본질이자 인간의 고향이 히말라야가 아닐까 종종 생각했었다.
그곳은 태초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으로 매번 여행할 때마다 순수의 시절로 돌아간다.
내 몸이, 내 정신이, 온전히 자연을 받아들이는 신성한 곳이다.
이 그림 같은 사진을 보라!
2014년 10월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4,130m)에서 촬영한 것이다.
네팔 카트만두를 출발한지 7일 만에 도착한 곳이다.
7일 동안 무려 5일간 비와 눈, 우박이 내렸고 사실상 아름다운 안나푸르나는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산의 날씨는 신만이 안다고 했든가?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비가 모여 만든 웅덩이는 반영을 만들고 우리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너무나 극적인 순간이었고 우린 순간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곳에선 여행자들이 되었다.
대부분 그래픽 사진인 줄 알지만 믿기 어려운 이 풍경들은 내가 지난 3년간 7차례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하며 직접 보고 찍은 사진들이다.
1. 해가지면서 구름에 갇힌 빛들이 마치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인다.
2. 새벽녘 해뜨기 직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순간 푸른빛으로 감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온 푸른 달빛의 계곡 샹그릴라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가해본다.
3. 구름 안에 갇힌 무지개다.
4. 석양과 함께 6,993m 마차푸차레(Machapuchare) 정상의 기류가 구름을 휘감은 모습이다.
-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누구든 이런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그대로 멈춰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
태초의 자연은 이 경이로운 풍경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히말라야는 만물의 본질이다.
본질을 보지 않고 무엇을 보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대륙과 티베트 공원 사이 네팔, 미얀마, 부탄, 아프가니스탄, 인도, 중국, 파키스탄 7개의 나라에 거쳐 총 길이 2,400km 지구 둘레의 6분의 1에 달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린다.
또 히말라야 산맥에서 발원한 갠지스강과 인더스 강은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인더스 문명을 탄생시켰다.
그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8,848m 에베레스트(Everest )를 비롯 8천 급 10개의 산을 품고 있는 네팔은 그야말로 히말라야의 나라다.
네팔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안나푸르나 지역을 손꼽는다.
보통 히말라야를 8천 미터 이상 높은 산을 목숨을 걸고 올라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트레킹의 시작은 안나푸르나 지역의 경우 나야폴(1,070m)에서 보통 시작된다.
트레킹과 등반으로 구분하는데 일반인들은 보통 등반을 준비하는 4~5천 미터에 있는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간다.
즉 1천 미터에서 시작해 5천 미터까지 평균 10여 일의 시간을 두고 마을과 마을을 둘러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이다.
참고로 안나푸르나 어라운드는 해발고도 820m의 베시사하르(Besisahar)에서 시작하여 쏘롱라 5,416미터 정상을 넘어 나야폴로 돌아오는 안나푸르나 산군의 외곽을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250여 킬로미터의 코스를 말한다.
안나푸르나 서킷에 있는 마을은 트레커들의 신체 사이클 따라 이어진다.
대략 3~4시간마다 마을이 나오는데 트레킹 중 쉬어 가거나 숙박하기에 정말 이상적이다.
보통 한국인들은 하루 8시간 10~15km 정도 트레킹한다.
10일간 평균 해발고도 2~3천 미터 오염되지 않은 순수 자연 속에서 매일 8시간씩 걷다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노인도 청년 때의 몸으로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세계를 여행하며 네팔 사람들만큼이나 순박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희생적인 민족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었던 것 같다.
이웃 인도나 중국에 치여 힘든 시간들을 보냈지만 이들의 민족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안나푸르나 지역을 트레킹 하다 보면 자연도 자연이지만 정갈하고 다정 다감하며 친절한 그들에게 더 반한다. 사실 이들을 보려고 히말라야를 찾기도 했었다.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함께한 셰르파와 포터, 쿡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보고 싶다 로산, 찌링, 부띠..
자다 일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나오면 눈 앞에 수많은 별들이 펼쳐진다.
먼발치 안나푸르나의 만년설이 칠흑 같은 어둠과 뒤섞여 푸른빛을 만들고 하늘에 박힌 보석처럼 별들은 빛난다.
이런 경관을 맞이하면 몸과 마음은 정갈해지며 우주만물의 티끌 같은 존재감으로 겸허해진다.
우리는 2016년 9월 30일 ~ 10월 10일 11일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4,130m)를 가려고 한다.
함께 갈 독자들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라.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직접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