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로다온

너에게 고백할 게 있어
사랑한다는 말 말고,
그보다 조금 더 먼 이야기야


나 아직 준비 안 됐어
누군가의 반쪽이 된다는 게
어렵고 낯설어
사소한 일로 다투고
익숙한 것들이 상처가 되는 일

조금은 무서워


치약을 어디서 짤지,
변기 커버를 올릴지 말지,
이런 일로도 마음이 멀어진다잖아

그 얘길 들을 때마다
나는 가만히 너의 얼굴을 떠올려


내가 뒹굴거릴 때 넌 웃어줄까
밥 먹는 내 모습도
오래도록 예뻐해줄까

모두가 말해
결혼은 쉽지 않다고
사랑만으론 안 된다고
그래도 너는 말했지
“우리 둘만 괜찮으면 되잖아”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아


생각했어,

혼자서

우리의 미래를
아직 흐릿하지만
조금씩 따뜻해지는 상상


뜨거운 된장찌개를
같이 식탁에 놓고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에
하루의 피곤함을 내려놓는 밤


너랑이면 괜찮을지도 몰라
확률이 반반이라도
우리가 그 반에 들지 못할까 봐
겁이 났던 건데


이젠, 그 반 안에
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어

그래서 고백할게


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사랑해서가 전부는 아니고
사랑하고,
믿고 싶어졌거든


이젠,
너의 맘과 내 맘

어차피 반반인 확률
그래도,
너라면 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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