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17일 차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에 가다

by 홍유경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에 가기로 한 날.


아이들 스포츠 캠프를 알아보는 중, 시드니 외곽에 시드니 올림픽 파크라는 제법 규모 있는 스포츠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시드니 올림픽 파크에서 스포츠 캠프가 열리지 않아 직접 가볼 기회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시드니 근처에는 유명한 비치도 많기에, 굳이 실내 수영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어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 오후에 비소식이 있다고 해서 실내 수영장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숙소에서부터 시드니 올림픽 파크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다행히 페리를 타고 이동할 수 있었다.

게다가 페리 정거장으로 가는 길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크루아상을 파는 베이커리 Sacreblue가 있기에

오늘 아침은 테이크 아웃대신 매장 안에 앉아 여유롭게 먹어보기로 했다.


내 인생 아몬드 크로아상을 팔던 Sacrebleu

Sacreblue는 바랑가루의 시그니처 건물, 크라운 빌딩 1층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크게 눈에 띄는 규모는 아니지만, 매장 안에는 우리처럼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려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사장님께 "이곳의 아몬드 크로와상은 내가 살면서 먹어본 것 중 최고다"라고 말씀드렸다.

한국에서는 괜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고맙다는 말도, 칭찬도 아끼게 되곤 하는데, 이상하게 여행을 오면 그런 말들이 훨씬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온다.

내 말에 사장님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각자 좋아하는 음료와 빵을 주문한 우리가족

각자 먹고 싶은 빵을 고른 후 어른들은 카페라테를, 아이들은 주스를 주문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오렌지 100% 주스를 팔고 있어 아이들이 먹기에 좋았다.


페리에서 즐기는 경치
버스에서 내려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으로 향하는 길

페리를 타고 40여 분,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10여 분.

숙소에서 출발한 지 1시간 여만에 오늘의 목적지인 시드니 올림픽파크 아쿠아틱 센터에 도착했다.

만약 버스만 타고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면 고민해 봤을 거리인데

페리를 타고 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페리 옥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페리 진행방향의 왼쪽과 오른쪽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의 호화로운 요트도 구경하고, 캠핑이 가능하다던 코카투섬(Cockatoo Island)도 지나쳤다.

대저택인지 고급리조트인지 모르겠지만 드넓은 잔디밭과 함께 한 폭의 그림 같았던 단지들을 구경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리를 탔다.

페리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최고의 교통수단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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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 내부

시드니 올림픽 파크 수영장에 들어서자마자 워터파크 버금가는 규모의 물놀이 시설에 나도 아이들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수영장 한쪽은 거대한 워터 슬라이드와 유수풀 등을 갖춘 놀이형 물놀이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당장이라도 올림픽 경기가 시작될 것만 같은 50m 정규 풀이 있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노는 물놀이 풀의 온도는 너무 차갑지 않은 살짝 미적지근한 정도라 춥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그 옆에는 온수풀까지 마련되어 있어 중간중간 체온 유지도 가했다.

4인 가족 30불이란 가격이 시설에 비해 너무너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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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아이들

금강산도 식후경.

수영장에 들어서니 벌씨 점심시간 때가 되어 있었다.

당장 물속에 뛰어들고 싶은 아이들을 달래어 우선 점심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수영장 내부 및 외부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인조 잔디가 깔린 야외 공간을 선택했다.

이 야외 공간에는 간이 의자와 테이블까지 갖춰져 있어서 마치 피크닉을 온 것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수영장 내의 매점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 치킨너겟등을 구매하여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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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파크 버금가는 물놀이 시설

우리 가족이 제일 재미있어했던 것은 이곳의 유수풀이었다.

물살의 속도가 얼마나 빠르던지 마치 몸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처음에는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유수풀을 즐기다가 나중에는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해 유수풀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오랜 시간을 재미있게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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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풀에서 수영하는 큰 아이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물론 즐거웠지만, 훌륭한 50m 풀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둘째 아이는 아직 수영을 할 줄 모르기에, 남편과 번갈아 가며 50m 풀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 이번에는 엄마를 따라 50m 수영장에 다녀와 보고 싶다고 말하는 큰 아이.
아이는 국에서 접영까지 수영을 배워왔지만 50m 풀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았다.

수심도 꽤 깊어서 어른인 나도 발이 닿지 않는 높이 인지라 큰 아이가 혹여나 무서워할지는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거뜬히 나를 따라 수영을 해내는 녀석을 보며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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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rd Nelson Brewery Hotel의 야외 테이블 자리

수영을 마치고 늦은 오후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숙소 근처에는 늦은 오후만 되면 야외 테이블이 만석이 되는 레스토랑이 있다.

예쁜 건물 옆에 자리한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얼마나 이국적이던지,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우리도 언젠가 한 번은 이곳에서 저녁을 먹어보자고 지나갈 때마다 다짐하곤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맛있는 맥주와 곁들여 먹을 수 있었던 이탈리안 음식.

그런데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저녁 7시임에도 대낮같이 밝다 못해 너무 뜨거운 햇살이 얼굴로 정면으로 내리쬐었다.

해 질 녘의 태양인지라 모자로 가리기도 어려웠다.

아이들과 나는 태양을 피해 비스듬히 앉아 식사를 했고 남편이 혼자 그 태양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식사를 했다.

벌게진 남편의 얼굴이 한잔의 맥주 때문인지 뜨거운 태양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 너무 행복했어." 식사 중 아이들이 건넨 말.

엄마도 너희들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수영장에 와볼 수 있어 참 고마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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