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18일 차

본다이비치 아이스버그 수영장에 가다

by 홍유경

꿈에 그리던 본다이비치 아이스버그 수영장에 가기로 한 날.

아이스버그 수영장은 본다이비치 바로 옆에 있지만

실제로 현지인들이 가족 단위로 더 많이 찾는 곳은 근처의 브론테 비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전에는 브론테비치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오후 느지막이 본다이비치로 이동해 아이스버그 수영장에 들려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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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한 브론테비치

크리스마스 직후 첫 번째 주말이라 그런지, 브론테비치는 어마어마한 인파로 붐볐다.

브론테비치는 특이하게도 해변 바로 앞에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잔디밭 위에는 사람들이 각자 돗자리나 비치 타월을 깔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다닥다닥 자리란 돗자리 사이를 비집고 바닷가 쪽으로 걸어가던 중,

둘째 아이가 주위를 한참 둘러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 여기에 왜 이렇게 노숙자가 많아?”

알고 보니 아이 눈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잔디밭에 누워 있는 사람들이 노숙자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20231228_125955.jpg 브론테 트레인을 타고 신난 둘째 아이

브론테 비치의 드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에는, 어린아이들이 탈 수 있는 브론테 트레인(Bronte Train)이 자리하고 있었다.

훌쩍 자라 버린 큰 아이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둘째 아이는 타보고 싶어 눈을 반짝였다.

주인 할아버지만큼이나 연식이 있어 보이는 기차였지만,

둘째 아이는 기차를 타는 내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함께 탄 호주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들 역시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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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비치에서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 가장 인기있던 공간

브론테비치는 바다를 마주 보고 오른쪽 한편에 바위로 둘러싸인 공간이 있었는데

수심도 얕을 뿐만 아니라 바위가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덕분에,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모두 여기에 옹기종기 모여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가족도 그 대열에 합류해 이곳에서 한참 동안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왠지 스노클링도 가능할 것 같아 남편이 도전해 봤지만, 아쉽게도 물고기를 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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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아웃 후 잔디밭에 앉아 즐기는 점심식사

브론테비치 근처 버스정류장 주변으로 Fish and Chips Bronte를 비롯한 다양한 로컬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구글 평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우리도 그중 한 곳에서 음식을 주문해 테이크아웃으로 받아 든 뒤 해변 잔디밭에 앉아 점심을 해결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한바탕 물놀이를 즐기고,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였던 아이스버그 수영장으로 향하기 위해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코스탈 워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아이들만 아니었다면, 우리도 산책 삼아 이 아름다운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청명한 하늘과 에메랄드 같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아기자기하게 조성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는 그 기분은 얼마나 근사할까.

하지만 아이들과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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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이비치와 아이스버그 수영장

본다이비치 수영장에 도착하니, 이곳 역시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본다이비치 대신 아이스버그 수영장으로 곧장 향했다.

늦게 도착한 덕분인지, 아이스버그 수영장에서 빠져나오는 인파가 더 많았다.

입장료를 결제하고 수영장과 같은 탈의 시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우리의 짐은 계단식으로 마련된 휴식 공간 빈자리에 두었다.


본다이비치 아이스버그 수영장은 수심이 깊은 풀과 얕은 풀, 두 구역으로 나뉘는데

어른들은 대부분 바다와 마주한 수심이 깊은 풀에서 수영을 하고

아이들이 얕은 풀에서 주로 물놀이를 했다.

큰 아이와 남편은 먼저 깊은 풀로 향했고,

나는 둘째 아이와 함께 수심이 낮은 풀에 발을 담가보았다.

그런데 세상에나 왜 이곳의 이름이 아이스버그인지 알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스버그 수영장의 수온은 바닷물보다도 훨씬 더 차가웠다.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듯한 차가움에 여기서 수영을 했다가는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

결국 둘째 아이의 수영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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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수영을 하는 큰 아이

반면, 아빠와 함께 깊은 물에 들어간 큰 아이는 놀라운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즐기기 위해 줄지어 앉아있거나 서있었고

실제로 수영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 유일한 어린아이가 바로 큰아이였다.

아빠를 따라 몇 바퀴나 수영을 이어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어른들이 아이에게 대단하다며 박수를 쳐주었다.

그런 어른들의 칭찬이 뿌듯했는지 큰 아이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수영을 했다.


1703761968903-2.jpg 아이스버그 수영장에서 수영중인 큰 아이와 나

남편과 교대해 나도 그 차가운 물에 들어가 보았다.

역시나 물이 너무너무 차가웠고, 바닷물이라 짜고, 수심은 발이 닿지 않도록 깊었으며, 시야조차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

멀쩡한 수영장을 두고 굳이 아이스버그 수영장에 운동 삼아 수영을 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으로만 보던 이곳에서, 멋지게 자란 아들과 함께 수영하는 기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을 직접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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