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27일 차

오페라하우스에서 뮤지컬을 보다

by 홍유경

오전에는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 열리는 마인크래프트 수업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오페라하우스에서 Dogman 뮤지컬 공연을 보는 날이었다.


파워하우스 뮤지엄은 우리가 예전에 방문했던 차이나타운 근처에도 있지만,

이번 수업이 열리는 파워하우스 뮤지엄은 Castle Hill 지역에 위치한 다른 곳이었다.

다행히 대중교통으로 갈 수는 있었지만,

우리 숙소가 있는 Barangaroo 지역에서 중간에 버스를 한 번 갈아타야 했고 이동시간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게다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어서, 구글맵이 없었다면 결코 찾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파워하우스 뮤지엄까지 걸어가는 내내

'이런 곳에 박물관이 있다고?' 하며 남편과 나는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자신이 없어 몇 번이나 핸드폰을 확인했더랬다.

파워하우스 뮤지엄을 찾아가는 길


그렇게 어렵사리 찾아간 파워하우스.

내가 한국에서 미리 신청해 두었던 이 수업은

Minecraft Family Travels라는 제목의 2시간짜리 원데이 클래스였고,

보호자가 반드시 동반해야 하는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이 수업이 만 7살 이상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어서 큰 아이와 아빠만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했다가,

둘째 아이도 마인크래프트를 좋아하는지라 나중에 둘째 아이를 추가하였다.

게임에는 영 소질 없는 나는 신청하지 않았는데, 감사하게도 같은 공간의 빈자리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마인크래프트 수업이 열리는 강의실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서 닌텐도로만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해봐서

과연 노트북으로도 잘 조작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는데,

아이들은 역시 전자기기 세대라 적응이 빨랐다.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프라이빗 서버에 모두 모여

공간 이동을 통해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맵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특히 가장 인상 적이었던 것은 선생님께서 마인크래프트로 fireworks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다는 점이다.

마인크래프트로 fireworks가 가능하다니...

며칠 전 새해 불꽃놀이를 봤던 게 생각났다.
한국에 돌아가면 마인크래프트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만들고, 오늘 배운 fireworks를 그대로 재현해 보겠다고 다짐하던 아이들.

마인크래프트로 만들 수 있었던 fireworks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다시 Barangaroo warf로 돌아왔다.

Barangaroo warf를 따라서는 멋진 하버뷰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우리도 그중 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늦은 점심식사


오페라하우스 공연은 저녁 6시에 시작하는데,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오페라하우스를 마음껏 눈에 담기 위해 오페라하우스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크라운타워 앞바다 위에, 지난 한 달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형물이 떠 있었다.

서큘러키에 다다르니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가들과 신기한 묘기를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페라하우스까지 걸어가는 길


오페라하우스와의 마지막 만남.

여전히 오페라하우스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오페라바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과 처음 오페라하우스에 왔을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오늘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날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지금 이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진도 동영상도 많이 찍어두었다.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보는 오페라하우스


우리가 예약한 공연은 큰 아이가 원서로 재밌게 읽었던 Dogman이라는 책의 내용을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Playhouse라는 공연장에서 열렸는데,

일전에 오페라하우스 내부 투어에서 둘러보았던 큰 공연장과는 달리 소규모의 공연장이었다.

예약할 때 후기가 별로 없어서 좌석 선택에 있어 고민이 되었었는데,

그 당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리 중 최대한 무대와 가까우면서도 가운데 자리에 해당하는 E열 18~21번 좌석을 지정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공연팀은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일정이 끝나면 멜버른으로 옮겨가 공연을 이어가는 것 같았다.

운 좋게도 우리가 시드니에 머무는 기간과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 일정이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지루할 틈 없는 배우들의 코믹한 명연기 덕분에, 책의 내용을 모르는 둘째 아이도 재밌게 관람했다.

오페라하우스 Playhouse에서 열린 Dogman 뮤지컬


공연도 참 좋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숙소로 걸어오는 그 길이 참 낭만적이었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


아이들과 아빠는 마지막 기념으로 체육관에 포켓몬을 넣고 있다.

시드니에서 즐기는 마지막 포켓몬고 게임


그렇게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일몰 시간이랑 딱 맞아 황홀한 경치를 감상하며 걷다 보니,

숙소에 다다를 즈음에는 완전히 캄캄해졌다.

아이들은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나와 남편은 같은 속도로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쉬운 남편의 속마음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 뮤지컬이 끝났을 무렵, 마침 옆 공연장에서도 멋진 정장과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위대한 개츠비 공연이 끝나고 우르르 쏟아져 나왔더랬다.

그 모습을 보며 남편은 정작 우리를 위한 공연은 보지 못했다며 많이 아쉬워했다.

아이들은 나중에라도 시드니에 또 와볼 기회가 있겠지만,

우리는 남은 인생에서 다시 이곳을 찾아올 일이 있을까... 하며 더욱 아쉬워하던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을 달래며, 둘째 아이가 성인이 되는 해에 우리 넷이 다시 시드니에 오자는 즉흥적인 약속을 하고 말았다.

그땐 넷이서 오페라바에 앉아 와인 한잔씩 마시자는 말과 함께.

즉흥적인 약속이었지만, 돌이켜보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너무나 낭만적인 약속이 되어버렸다.

우리 가족은 과연 수년 후에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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